58.8% 100만~1000만원 규모 직접 운용
이자 지급 경쟁 과열 땐 금융 불안정 우려
예금자 보호 사각지대…가치 안정성 과제
이자 지급 경쟁 과열 땐 금융 불안정 우려
예금자 보호 사각지대…가치 안정성 과제
“코인 투자와 달러 자산에 집중하다보니 굳이 원화 자산을 늘릴 이유가 없었어요.”
#. 가게 사장과 글로벌 프리랜서를 오가는 유모 씨(30대·남)의 월급통장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채워진다. 그는 평일에는 가게를 운영하고 주말에는 미국 데이터 회사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원격으로 데이터 라벨링 일을 한다. 매달 약 600만원의 수익을 올리며 프로젝트 대가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받는다.
하지만 유 씨는 이렇게 받은 돈을 곧바로 환전하지 않는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로 옮겨 비트코인 등으로 교환하는 데도 쓴다. 또 펀딩비(Funding Fee·선물거래에서 롱·숏 투자자가 주기적으로 교환하는 비용), 렌딩(Lending·코인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서비스), 스테이킹(Staking·보유 코인을 네트워크에 예치해 거래 검증에 참여하고 보상을 받는 방식) 등과 같은 투자 방식으로 자산을 불린다. 그는 “원화의 매력도가 달러보다 낮다고 판단해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가상자산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운용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원화 결제가 필요할 때를 제외하면 대부분 달러 표시 자산으로 보유한다”고 말했다. 유 씨의 사례는 청년층이 이미 시중에 유통되는 스테이블코인을 가상자산 투자와 자산 관리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청년층, 투자·가치저장 수단으로 인식
스테이블코인을 향한 청년 세대의 재테크 수요는 유 씨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실제 청년 세대의 잠재 수요도 컸다. 본지와 청년정책 플랫폼 ‘도도한콜라보’가 진행한 스테이블코인 인식조사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유용성(중복 선택)을 물었더니 10명 중 4명은 자산 관리 수단을 답했다.
투자·트레이딩(42.6%), 자산 보관·가치 저장(42.2%)이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도 ▷온라인 결제(37.8%) ▷해외송금(33.5%) ▷시장 충격 대비(19.5%) 등이 뒤를 이었다.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20·30대가 가장 많이 활용할 텐데 결제보다 트레이딩 수단으로 쓰겠다는 응답이 많다는 점이 흥미로운 대목”이라고 했다.
청년 응답자 10명 중 2명은 실제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해본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전체 응답자의 21.3%가 ‘사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나머지 78.7%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거래 규모는 100만~1000만원 구간이 58.8%로 가장 많았다. 이어 ▷100만원 이하(21.7%) ▷1000만~5000만원(13.0%) 순으로 집계됐다. 5000만원 이상 거래했다는 응답도 6.5%에 달해 일부 청년층은 이미 적지 않은 규모로 스테이블코인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 지급 경쟁 과열 시 금융 안정성 훼손 우려”
스테이블코인으로 수익을 얻는 방식은 이자 수취, 환차익 실현, 다른 투자형 코인으로의 전환 투자 등이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이자 지급을 놓고 기존 금융권과 가상자산 업계 간 긴장감이 큰 상태다. 현행 미국의 지니어스법(GENIUS Act)상 발행자가 직접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은 금지됐지만 거래소 등 제3자를 통한 간접 지급은 가능하다. 실제로 테더·써클 등 주요 스테이블코인을 해외 거래소에 예치하면 연 4~6% 수준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이 난립할 경우, 특정 코인 쏠림 현상과 함께 ‘코인 런(대규모 상환 요구)’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은행 역시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은행 예금이 빠져나가 금융 불안을 키우고, 통화·외환정책 효과도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은 은행 예금 이탈로 이어져 대출 여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학계에선 스테이블코인에서 발생할 수 있는 코인런 위험을 줄이려면 발행사의 이자 지급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예금자보호 한계…“가치저장 안정성 확보 과제”
스테이블코인이 20·30대 사이에서 자산 관리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점은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급격한 시장 충격으로 발행사가 파산하면 자산 회수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가치안정형 자산일지라도 가격이 완전히 고정된 것은 아니어서 안정성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대거 보유했던 장기국채 가치가 하락하면서 파산을 겪자 전체 준비금의 8.25%에 해당하는 33억달러를 실리콘밸리은행에 예치했던 서클의 USDC 가격이 한때 0.86달러까지 급락하며 일시적으로 준비금 부족 사태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발행사들의 예치금 운용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강조한다.
정희수 하나금융연구소 소장은 “예치금을 전액 안전자산으로 운용한다면 지급 불능 사태를 막을 수 있겠지만 관리가 부실하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 이미 유통 중인 달러 등 외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도 규율 체계를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자국 통화(한국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더라도 달러 스테이블코인 수요는 여전히 지속될 것”이라며 “자국 통화 스테이블코인은 오히려 달러 표시 가상자산과 맞교환을 촉진해 자본 유출 통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호원·유혜림·홍태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