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사진>는 최근 <디지털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케이블TV의 위기 속 가치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케이블TV는 올해로 개국 30주년을 맞았다. 1995년 개국한 이후 방송통신 융합 시대가 도래하기 전까지 케이블TV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가진 사업자였다. 모든 인기 드라마가 케이블로 향했고, 지상파는 유명 연예인들의 케이블 진출을 위한 징검다리가 되던 시기였다.
출범 20주년까지도 세계 최초로 초고화질(UHD) 방송을 시작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2015년 당시 이미 ‘독거노인 안부알림’ ‘홈 자동화’ 등 사물인터넷통신(IoT)과의 결합서비스를 선보이며 유료방송 혁신을 주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10년이 지난 지금 케이블TV가 처한 상황은 녹록치 않다. '세계 최초'에서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선언이 무색하게 인터넷TV(IPTV) 출현 이후 꺾인 성장세는 회복되지 않았다.
IPTV 출현 이후 으레 따라붙던 ‘위기’라는 수식어가 실제 체감으로 다가온 건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이후였다. 2017년 11월을 기점으로 IPTV 가입자가 케이블TV 가입자를 추월하게 된 것이다. 방송통신 융합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결과라는 게 안 교수의 평가다.
안 교수는 “IPTV 출범 당시 콘텐츠 및 결합상품의 차별화·망 고도화 등의 제언이 이뤄졌지만 무시됐다”라며 “2016년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까지 상륙하면서 케이블TV는 입지가 크게 축소되는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이후 케이블TV의 수익구조는 빠르게 붕괴됐다. 가입자 이탈로 수신료가 급감했고, 이에 홈쇼핑에 대한 매출 의존도는 심화됐다. 하지만 협상력의 약화 속 홈쇼핑 송출수수료 매출 역시 줄어갔다. 급기야 지난해 업계는 비상경영을 선포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안 교수는 케이블TV가 내세울 수 있는 강점으로 ‘지역성’을 꼽았다. 지역성을 가장 잘 구현될 수 있는 미디어 파트너로 ‘케이블TV’를 지목한 그는 “케이블TV는 전국을 78개 권역으로 나눠서 촘촘히 지역성을 구현하는 유일한 매체로, 지역채널은 지역 친화적 콘텐츠 제작과 소통 창구 역할을 이어가고 황금채널대 편성을 통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예컨대 케이블TV의 지역채널 커머스 방송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빛을 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역채널 커머스 방송은 지역채널을 활용해 해당 방송권역 내 생산·제조된 상품을 시청자에게 맞춤형으로 홍보‧판매하는 방송 서비스를 말하는데, 지역 축제 및 행사 취소로 닫혔던 유통 판로를 개척해 서민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줬다고 알려졌다.
안 교수는 “확증편향과 자극적인 콘텐츠에 노출된 일부 OTT 대비 (케이블TV가 가진) 공공성과 소수의 취향을 존중하는 다양성, 그리고 실시간 채널이 전달하는 팩트체크에 대한 가치를 소홀히 여길 수 없다”라며 “시청자에게 (케이블TV의) 효용성을 입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디어 생태계 내에서 케이블TV만이 가진 가치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케이블TV의 붕괴는 지역소멸과 소외를 가속하며 지역 소통과 문화 교류 기능을 단절시킬 수 있다“라며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활동에 대한 감시·비판이 약화되고, 재난 보도가 단편적으로 흐를 우려가 있어 궁극적으로 지역 주민의 권익 보호와 복지 증진을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이러한 케이블TV만이 가진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도 역설하면서 지원책으로 ▲지역채널 콘텐츠 제작비에 대한 세제 혜택 ▲콘텐츠 투자비와 성과를 반영한 채널 평가 기준 ▲협상력 낮은 사업자를 위한 보호 장치 등의 마련과 ▲보도 가능 범위 확대 ▲재허가 조건 완화 등을 제안했다.
그는 “지역 단위 허가사업자로서 30년전 부여받은 지역채널 운영 의무는 (권역 사업자인) 케이블의 독점 이익을 환원하는 성격이었지만, IPTV·OTT의 출현으로 시장 독점이 깨진 지금은 의무만 남아 있다”라며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 투자비가 지속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케이블TV의 콘텐츠 투자를 지원할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콘텐츠 대가(프로그램 사용료), 홈쇼핑송출수수료, 방송통신발전기금 등 재원을 둘러싼 사업자 간 자율 협의는 이미 한계에 이르러 정부가 적극 개입해 중재해줄 필요가 있겠다”라며 “제작비 등 콘텐츠 투자비와 성과를 반영한 공정한 채널 평가 기준을 마련해 프로그램사용료를 차등 지급하하도록 할 수 하고, 사업자의 규모별로 계약 방식을 구분해 일정 기간 내 협상이 결렬되면 방송분쟁조정위원회가 직권 조정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안 교수는 “현재 미디어 시장에서 케이블TV가 독창적 미래 플랫폼으로 변신하기는 쉽지 않다”라면서도 “미디어 정책을 전면 재설계하는 과정에서 혁명적 수준의 변화를 도모한다면 미디어 생태계의 한 축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안 교수는 현재 한국OTT포럼 회장, 한국경영법률학회 이사, 공공미디어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한국방송학회·한국언론학회·한국언론정보학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와의 일문일답.
Q. 최근 몇 년 케이블TV 위기가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A: 케이블TV의 어려움은 IPTV의 출범과 함께 예견됐다. 하지만 글로벌 미디어 생태계 진화에 적극적전략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예상보다 빠른 하락세를 겪고 있다. 이는 국내 레거시 미디어들의 공통된 현상이기도 하지만 글로벌 OTT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되면서 특히 미디어 생태계 중 최하위체에 해당하는 케이블TV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케이블TV의 위기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은 끊임없이 줄어두는 가입자의 감소다. 여기에는 방관에 가까운 케이블TV 관련 정책 부재도 한몫 했다고 볼 수 있다.
Q. 케이블TV 출범(1995년) 이래 변곡점은 언제였는지.
A: 가장 큰 변곡점은 IPTV의 출범이었다. 2008년 4월 제정·시행된 IPTV법에 의해 이동통신사의 IPTV가 초고속인터넷망, 이동통신서비스 등으로 구성한 결합상품을 통해 가입자 확보에 나서면서 케이블TV는 추락의 국면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신생 사입자 등장에 따른 가입자 이탈 확대로 큰 타격이 예상됐지만, 당시 업계는 기존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이 IPTV에 콘텐츠를 공급하지 못하도록 종용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
급기야 2017년 11월을 기점으로 IPTV 가입자가 케이블TV 가입자를 추월하게 됐고, 이후 그 격차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IPTV 출범을 앞두고 많은 전문가들이 IPTV와의 콘텐츠 차별화, 효율적 결합상품 맞대응, 케이블TV 망 고도화 및 통합망 구축, ALL-IP 서비스로의 전환 등을 제언했지만 귀담아 듣지 않았다. 이후 2016년엔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사업자까지 국내에 진입하면서 케이블TV의 입지는 더욱 축소되는 매우 안타까운 형국에 처하게 됐다.
Q. 급격한 미디어 환경 변화 속 시청자 측면에서 케이블TV만이 가진 가치는 무엇인지.
A: 케이블TV의 가치는 지역성과 미디어의 다양성에서 찾을 수 있다. 시청자에게 효용성을 입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케이블TV만이 가진 가치를 미디어 생태계 내에서 인정하고 보호할 필요가 있다. 전국을 78개 권역으로 나눠서 촘촘히 지역성을 구현하는 유일한 매체일 뿐 아니라 확증편향과 자극적인 콘텐츠에 노출된 일부 OTT 서비스 대비 공공성과 소수의 취향을 존중하는 다양성, 그리고 실시간 채널이 전달하는 팩트체크에 대한 가치를 소홀히 여길 수 없다고 본다. 케이블TV의 존립 가치인 지역성 구현은 시청자 설득 이전에 정부의 미디어 정책이 달성해야 할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할 것이라고 본다.
Q. 케이블TV만의 강점인 ‘지역성’의 정의는.
A: 케이블TV가 지향하는 지역성은 지방분권과 주민자치의 기반이고 각 지역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형성된 고유의 특성이다. 지역성이 가장 잘 구현될 수 있는 미디어 파트너로 케이블TV가 존재하는 것이다. 수도권 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수도권도 지역의 하나라는 의미가 있다. 국지성 재난방송과 지역 선거방송, 지역경제 활성화 프로그램, 전통문화 보존·전수 프로그램, 지역민의 소소한 삶과 연대를 담아내는 이벤트 등을 통해 지역성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고 있다
Q. 케이블TV가 붕괴되면 미디어 생태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지.
A: 케이블TV의 붕괴는 지역소멸과 소외를 가속화하며, 지역 소통과 문화 교류 기능을 단절시킬 수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활동에 대한 감시·비판이 약화되고, 재난 보도가 단편적으로 흐를 우려가 있어 궁극적으로 지역 주민의 권익 보호와 복지 증진을 훼손할 수 있다.
Q. 케이블TV 생존을 위한 당장의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있다면.
A: 콘텐츠 대가(프로그램 사용료), 홈쇼핑송출수수료, 방송통신발전기금 등 재원을 둘러싼 사업자 간 갈등을 정부가 적극 개입해 중재해줄 필요가 있다. 자율 협의는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 사업자 간 분쟁은 이용자 피해 및 사업자의 수익 손실로 이어지지만 지금까진 사후적·임시적 조정에 그쳤다. 시장 실패가 분명한 만큼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 개편, 검증·중재기구 마련, 법적 근거 확보에 나서야 한다.
예를 들어, 제작비 등 콘텐츠 투자비용과 성과를 반영한 공정한 채널 평가 기준을 마련해 프로그램사용료를 차등 지급하하도록 할 수 있겠다. 또 일정 규모 이하의 중소PP와 MSO(중소SO 제외) 간에는 ‘선계약 후공급’을 적용하고, 그 외 일정 규모 이상의 협상력이 있는 MPP에 대해서는 ‘선자율계약 후공급’를 원칙으로 하는 등 사업자의 규모별로 계약 방식을 구분해 일정 기간 내 협상이 결렬되면 방송분쟁조정위원회가 직권 조정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Q. 케이블TV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은.
A: 과거 지역채널 운영은 (권역 사업자인) 케이블의 독점 이익을 환원하는 성격이었지만, IPTV·OT의 출현으로 시장 독점이 깨진 지금은 의무만 남아 있다. 그럼에도 지역채널은 지역 친화적 콘텐츠 제작과 소통 창구 역할을 이어가고 황금채널대 편성을 통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케이블TV는 결합상품 경쟁력이 부족해 도태 위험을 안고 있었다. 결합상품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동등결합 가이드라인과 원케이블 전략, 이통사 결합상품 시도 노력에도 실패했다. 그럼에도 자생력을 강화하려면 알뜰폰, 금융·문화상품, FAST 등과 연계한 결합상품 개발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소유·경영 분리 원칙에 따라 보도·제작·편성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지역채널의 보도 범위 확대와 해설·논평 허용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과도한 재허가 조건을 줄여 공적 영역만 심사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Q 케이블TV가 단순한 지역의 채널 공급자를 넘어 어떤 미래 플랫폼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보는지.
A: 현재 미디어 시장에서 케이블TV가 독창적 미래 플랫폼으로 변신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미디어 정책을 전면 재설계하는 과정에서 혁명적 수준의 변화를 도모한다면 미디어 생태계의 한 축으로 남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장르별 이용자 선호와 시대 흐름을 분석해 차별화된 콘텐츠로 경쟁해야 하며, SO나 MSO의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와 이를 지원할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 정부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유료방송 활성화제도 개선안’은 전 정부가 발표했던 ‘미디어·콘텐츠 산업융합 발전방안’에 일부 내용을 추가한 수준으로, 케이블TV방송이 새로운 미래의 플랫폼으로 변모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