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채널별 판매비중/그래픽=임종철 |
보험사들이 텔레마케팅(TM) 설계사 영입에 앞다투고 있다. 통상 월 연봉의 400% 수준이던 정착지원금을 일부 회사가 700%까지 끌어올리면서 스카우트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영입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시장 혼탁과 부당 승환계약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A생명은 TM 설계사의 전직 소득 구간에 따라 최대 700%에 달하는 비용을 지급하는 영입 조건을 내걸었다. 예컨대 월 1000만원을 벌던 설계사가 이직할 경우 회사에 오자마자 4000만원을 일시 지급받고 1년 후 3000만원을 추가로 받는 구조다. 업계 안팎에서는 "파격적 조건이 설계사 이동을 촉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특정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상 보험사들이 돌아가면서 고액 영입전에 뛰어드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올 상반기에 타보험사도 700~800%의 정착지원금을 내걸고 설계사를 모집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 회사가 정착지원금을 올리면 다른 회사도 곧바로 따라가며 경쟁이 반복된다"며 "설계사들이 회사를 옮겨 다니며 지원금을 챙기는 '돌려막기식' 이직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TM 설계사 영입 경쟁이 불붙은 배경에는 채널 전략 변화와 더불어 실적 압박 요인도 작용한다. GA(독립대리점) 채널 쏠림이 계속되는 가운데 보험사 입장에서는 관리·통제가 가능한 TM 채널 비중을 확대해 리스크를 분산할 필요가 커졌다. 여기에 보험사들이 연간 실적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3분기부터 영업 드라이브를 거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단기간 성과를 낼 수 있는 TM 채널에 대한 인력 수요가 더욱 커지고 있다. 비대면·전화 상담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고 TM 전용 상품 판매가 활성화된 점도 설계사 확보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정착지원금은 시장 질서를 흔들고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크다.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일부 GA(법인보험대리점)에서는 고액 지원금을 받은 설계사들이 기존 계약을 해지시키고 유사한 신계약을 체결하는 이른바 '부당승환'을 대거 유발한 사례가 적발됐다. 지난 2년간 7개 대형 GA에서만 400여 명의 설계사가 약 3000건의 계약을 갈아타게 했다. 이 가운데 43%가 이직 후 180일 이내에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금융당국은 GA에 대해 정착지원금 지급 현황을 분기별로 공시토록 하고 과다 지급 사례에 대해서는 현장검사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부당승환이 확인될 경우 과태료 부과는 물론 개인 제재를 넘어 GA 업무정지 등 기관 제재까지 포함해 법이 허용하는 최고 수준의 제재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설계사 영입전에 매몰되는 경쟁 방식이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피해뿐 아니라 보험산업 신뢰도 전반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본업 경쟁력 강화보다 스카우트전에 몰두할 경우 산업의 지속 성장성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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