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영화제 살린 일등공신 “놀자판 만들게요”

조선일보 신정선 기자
원문보기

영화제 살린 일등공신 “놀자판 만들게요”

서울맑음 / -3.9 °
내일 개막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한때 예산 삭감되는 등 부침 겪다
장항준 집행위원장 맡고 활기
‘제왕적 감독, 제천의 황제 등극! 사랑해요!’, ‘이봐!! 당신 잘해!! 잘할 거야!! 뽜이팅!!’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에서 보던 격려 문구가 영화제 레드카펫에 등장한다. 문구가 적힌 포스터를 걸고 두 대의 커피차가 4일 개막하는 제2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 개막식에서 손님을 맞이할 예정이다. 응원의 주인공은 올해 JIMFF 집행위원장인 장항준(56) 감독, 응원 문구를 직접 작성해 커피차에 걸어 보낸 두 사람은 봉준호 감독(‘제천의 황제’ 문구)과 배우 설경구(‘당신 잘해’ 문구)다.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은 장항준 감독이 작업실에서 영화제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그가 맡은 후로 영화제에 활기가 된다는 평이 자자하다./남강호 기자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은 장항준 감독이 작업실에서 영화제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그가 맡은 후로 영화제에 활기가 된다는 평이 자자하다./남강호 기자


두 대의 커피차는 장 감독의 활약에 영화계 인사들이 거는 기대를 보여준다. 지난 4월 장 감독이 JIMFF 집행위원장을 맡은 이후 “사람 하나 새로 들였다고 이렇게 활기가 돌다니 놀랍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2005년 시작된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부침이 적지 않았다. 작년에는 메인 상영관이던 CGV 제천이 폐관해 대학교 건물을 빌려 어렵사리 치렀다. 2022년에는 부실 회계 논란으로 집행위원장이 해임되고 예산이 절반 수준으로 삭감되는 진통을 겪었다.

골치만 아플 수 있는 자리를 장 감독은 기꺼이 맡았다. 장 감독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축구도 4강 신화팀보단 월드컵 16강 탈락팀을 살리는 게 재미있지 않으냐”며 “어떤 영화제보다 대중 친화적인 영화제가 목표”라고 말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섭외였다. 우선 집행위원을 뽑았다. 그의 아내인 작가 김은희에게 “맡아줘” 한마디에 즉시 성사됐다. 홍보대사는 장 감독의 영화 ‘기억의 밤’ 주연이던 배우 강하늘에게 부탁했다. 역시 “맡아줘” 하니 “그럼요”였다. 장 감독의 차기작 ‘왕과 사는 남자’에 출연하는 배우 이준혁은 ““준혁아, 내가 맡은 영화제에 너가…”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네, 하겠습니다”라고 답해 장 감독을 감동시켰다. 이준혁은 방송인 장도연과 함께 개막식 공동 사회를 맡는다.

봉준호 감독이 4일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식에 보내줄 커피차 시안. 봉 감독이 직접 작성한 '제왕적 감독 장항준, 제천의 황제 등극! 축하합니다! 사랑해요!' 문구가 적혀 있다./제천국제음악영화제

봉준호 감독이 4일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식에 보내줄 커피차 시안. 봉 감독이 직접 작성한 '제왕적 감독 장항준, 제천의 황제 등극! 축하합니다! 사랑해요!' 문구가 적혀 있다./제천국제음악영화제


장 감독은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입담과 유머로 유명해졌으나 인터뷰 자리에서는 누구보다 진지하고 속 깊은 답변을 이어갔다. 말로는 “큰 욕심이 없다”고 했지만 내용을 들어보면 이보다 욕심이 많을 수 없다. 1년에 영화 100편 보는 팬, 1년에 1편 보는 주민 모두 즐길 수 있는 영화제를 위해 다양한 상영전을 준비했다. 컬트 팬을 위해선 ‘데이비드 린치 특별전’을, 지역 주민을 위해선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와 건축가 유현준이 나서는 영화 토크를 마련했다. 80년대 영화 ‘그랑블루’의 주제가를 만든 에릭 세라가 처음으로 내한해 마스터클래스도 연다. 장 감독은 “거기 가면 재밌더라는 입소문이 곧 관객들 귀에 들릴 것”이라며 “제 성격처럼, 제천이 영화로 노는 놀자판이 되도록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신정선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