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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미국 기업은 되는데...삼성·SK 中 공장 첨단 장비 반입 금지

매경이코노미 양유라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diddbfk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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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미국 기업은 되는데...삼성·SK 中 공장 첨단 장비 반입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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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U 박탈된 삼성·SK하이닉스
대만 TSMC는 ‘영구 VEU’ 확보
中 장비 기업 자립화 가속 전망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법인 직원들이 생산라인에서 제품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법인 직원들이 생산라인에서 제품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에 첨단 장비 반입을 사실상 차단했다. 한국 반도체 기업에 ‘미·중 간 양자택일’ 압박이 한층 거세진 셈이다.

미 상무부 산업보안국(BIS)은 29일(현지 시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지위를 취소한다고 관보를 통해 발표했다. BIS는 “소수 외국 기업이 허가 없이 장비와 기술을 중국에 들여올 수 있던 바이든 행정부 시절 허점을 메웠다”고 설명했다.

VEU는 미국 정부가 특정 기업에 부여하는 특례로 사전 승인 없이 반도체 장비를 중국 공장에 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2022년 미국이 대중 반도체 장비 제재를 시작한 이후에도 삼성·SK는 이 지위를 인정받아 첨단 장비를 제외한 장비를 중국 내 메모리 생산라인에 반입해왔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한국 기업만 예외가 박탈되면서 대만 TSMC와 미국 기업은 계속 특례 혜택을 누리게 됐다.

TSMC는 중국 난징 팹이 ‘영구적 VEU’를 보유하고 있다고 지난 3월 사업보고서에서 밝힌 바 있다. 미국은 16·28나노급 칩을 생산하는 난징 공장조차 문제 삼지 않았다. AMD,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 램리서치 등 미국 기업들의 중국 내 R&D·서비스센터에 대한 VEU 지위도 그대로 유지됐다.

상무부는 삼성·SK에 대해 “중국 내 기존 공장 운영을 위한 수출 허가는 신청할 수 있다”면서도 “생산능력 확대나 기술 업그레이드 목적의 허가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낸드메모리의 40%를, SK하이닉스는 D램의 40%와 낸드의 20%를 중국에서 생산한다. 이번 조치로 첨단 장비는 물론 기존 장비 반입까지 가로막히면서 중국 공장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대금을 완납하고 중국 다롄 공장을 품에 안았지만 이미 5조원 넘는 자금을 투입한 상황에서 생산 차질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이 중국 내 구형 메모리 생산에 머물게 될 경우 중국 업체들과 저가 경쟁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크리스 밀러 미국 터프츠대 교수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양쯔메모리(YMTC)나 창신메모리(CXMT)에 대한 추가 제재가 없다면 한국 기업이 희생되고 오히려 중국 업체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도 강하게 반발한다. 중국 상무부는 31일 성명을 통해 “미국이 이기적인 이유로 수출 통제를 무기화한다”며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의 압박은 역설적으로 중국 반도체 장비 기업 자립화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특히 AI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이 자급자족에 속도를 낼 경우 미국 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평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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