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푸틴 '자포리자와 헤르손 철수'로 잘못 전달했다 다음날 말 바꿔"
속기사도 없이 푸틴 회동 후 기억력 의존하다 실수…평화협상 진전 차질
2025년 4월 25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회동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를 환영하고 있다.<자료 사진>ⓒ 로이터=뉴스1 |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후 종전 관련 제안을 잘못 전달해 한 때 심각한 정책 혼선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속기사를 동반하지 않고 기억력에 의존하다 이해가 뒤섞였고 이후 우크라이나 평화 조건과 관련해 큰 혼란이 발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위트코프는 지난 6일 푸틴 대통령을 만났고 다음 날인 7일 유럽 지도자들과의 전화 통화에서 회담한 내용을 전달했다. 자포리자와 헤르손 지역에서 러시아군을 철수할 테니 그 대가로 우크라이나는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를 양보해야 한다고 푸틴이 말했다는 것이었다. 자포리자와 헤르손은 러시아가 전략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곳이라 유럽 지도자들은 깜짝 놀랐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인 8일, 위트코프는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주재한 회의에서 전혀 다른 발언을 내놓았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영토에서의 철수를 제안한 적이 없다고 말한 것이다. 위트코프의 상반된 발언은 유럽 지도자들과 미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두 번째 충격을 안겼다.
실제로 그간 러시아는 도네츠크, 루한시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4개 지역의 완전한 통제를 요구하고 있었다. 푸틴이 위트코프와의 회담에서 실제로 어떻게 말했는지는 미지수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관계자는 "러시아가 제안한 영토 교환은 우크라이나가 통제 중인 도네츠크·루한스크 일부를 포기하는 대신, 러시아가 수미·하르키우 일부에서 철수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지만, 이 역시 푸틴의 공식 입장과 다르다.
오해에 기초한 위트코프의 전언은 그대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협상 구상에도 혼선을 초래했다. '영토 교환'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말하지 않은 채 트럼프 대통령은 한동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평화 협정은 양측이 영토를 '교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혼선에 따르는 당연한 결과로 푸틴과 알래스카에서 회담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이 생산적이기는 했지만, 두 정상이 여러 쟁점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폭스 뉴스가 합의 도출을 가로막은 장애물에 대해 질문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자세한 내용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위트코프는 뉴욕의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친구이지만, 외교나 정치 분야의 경험은 전무하다. 이러한 배경이 8월 6일 푸틴과의 회동에서 외교 의전 위반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트코프는 게다가 크렘린궁으로 향하면서 국무부 소속 속기사를 동행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푸틴의 제안에 대한 정확한 기록이 남지 않았다. 이후 모든 혼란이 발생했으며, 위트코프가 푸틴과의 대화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에 미국 정부 관계자들 역시 크렘린궁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잘 몰랐고 유럽 관계자들은 푸틴이 위트코프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확인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했다.
로이터는 "위트코프는 트럼프 대통령의 절친한 친구로 근면·성실한 태도로 호평을 받아왔다. 그러나 일부 미국 및 유럽 관계자들은 협상 경험이 부족한 그를 러시아가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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