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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대재해법 3년 산재는 증가, 엄벌만으론 효과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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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대재해법 3년 산재는 증가, 엄벌만으론 효과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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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재해자 수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이 법의 입법 영향을 분석한 결과다. 중대재해처벌법은 현장 책임자뿐 아니라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까지 산재의 형사 책임을 물어 1년 이상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강력한 법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많은 논란 속에 2022년 1월 말부터 시행됐다. 그 후 3년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 산재로 인한 사망자는 매년 2000명을 웃돌며 줄어들지 않고 있다. 산업재해자는 2021년 12만명대에서 지난해 14만명대로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수사 대상인 중대 재해 중 처리에 6개월 이상이 걸린 지연 비율은 50%대로 다른 범죄의 10%대에 비해 확연히 처리 속도가 느리고, 무죄 비율도 10.7%로 일반 형사사건(3.1%)의 3배 넘게 높았다.

후진적 산재 사고는 반드시 줄여야 할 우리 사회의 과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강력한 법을 시행한 지 3년이 지났지만 기대한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부작용만 커졌다면 법 등 제도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음을 의미할 것이다. 수사 지연이나 무죄 비율이 높은 점도 법 규정이 모호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전문가 해석이 다 다를 정도로 법 규정이 모호하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다”와 같은 반응이 여전히 많다. 기업들이 현장 안전보다 처벌을 피하기 위한 면피성 서류 작업에 치중하게 만드는 법이라는 말이 나온 지도 오래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산재 사망 사고가 날 때마다 산재에 대한 발언과 대책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산재 사망에 대해 “미필적 고의 살인”이라고까지 했다. 정부와 민주당도 강경한 대책과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엄포와 엄벌로는 일시적으로 경각심을 갖게 할지 모르지만 산재 자체를 줄일 수 없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산재가 줄지 않는 데에는 현장의 만성적인 안전 불감증도 원인이겠지만 불법 하도급, 외국인 근로자와의 소통 문제, 고령화 등 구조적인 원인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실질적인 문제들을 살펴 대책을 제대로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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