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기득권에 반대하는 방법” 체게바라 티셔츠의 보수 버전
로널드 레이건 재단에서 판매 중인 1984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로널드 레이건(대통령)·조지 H W 부시(부통령) 티셔츠(왼쪽). 오른쪽은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체 게바라 티셔츠/로널드 레이건 재단 홈페이지·후루츠페밀리 홈페이지 |
미국의 보수 성향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 사이에서 ‘레이건 부시 84(Reagan Bush 84)’ 티셔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5일 보도했다.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 후보, 조지 H W 부시가 부통령 후보로 각각 나서 민주당에 압승을 거뒀던 1984년 대선 캠페인 로고를 그려 넣은 티셔츠다. 그해 대선에서 레이건과 부시는 미네소타와 워싱턴 DC를 제외한 49주에서 승리했다.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던 세대가 40년도 더 지난 선거 로고 티셔츠에 주목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진보 성향이 강한 또래 집단 사이에서 정치적 견해를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고등학교 때 이 티셔츠를 처음 구입했다는 대학생 키런 래피는 WP에 “주변의 친구들과 선생님이 훨씬 진보적이었던 그때 우파적 견해를 드러내는 건 반항에 가까운 행동이었다”면서 “이 티셔츠를 갖는 게 기득권에 반대하는 젊은 보수주의자들과 함께하는 멋진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티셔츠는 레이건 재단 웹사이트에서 24.95달러(약 3만4800원)에 판매 중이며, 다른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유사품도 구입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도 공화당 소속이지만, 트럼프는 대학의 진보적 정책을 문제 삼아 정부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는 등 진보 진영과 ‘문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레이건 티셔츠는 그런 트럼프의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호보다 덜 공격적인 표현으로 간주된다. 젊은 세대가 레트로(복고풍) 유행에 민감하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WP는 “레이건 티셔츠는 록밴드 티셔츠나 한때 어디서나 볼 수 있었던 체 게바라 티셔츠의 보수 버전”이라고 분석했다. 쿠바 사회주의 혁명가 체 게바라(1928~1967) 얼굴이 들어간 티셔츠가 저항의 상징이라는 이미지를 앞세워 유행했듯 “레이건 티셔츠는 공화당의 역사적 승리를 상징하며, 미국적 향수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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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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