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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트우드와 끈기의 힘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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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트우드와 끈기의 힘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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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 플리트우드(34·잉글랜드)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첫 우승을 페덱스컵으로 장식하면서 ‘끈기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우승상금 1천만달러(약 140억원)는 보통 사람은 상상하기도 힘든 액수다.



2010년 프로에 데뷔한 그는 유럽의 디피(DP)월드 투어에서는 7승을 거뒀지만, 피지에이 무대에서는 164번째 경쟁 끝에 처음 정상에 올랐다. 준우승 6회를 포함해 톱 3(스리) 12회, 톱 5(파이브) 30회를 차지한 선수가 우승하지 못한 경우는 지난 100년간 없었다.



아쉬웠던 장면은 여럿이다. 2018년 유에스(US)오픈 마지막 날 18번 홀에서 2.4m 버디 퍼팅을 놓치면서 메이저대회 최소타 기록(62타)과 우승 달성에 실패했고, 2023년 캐나다오픈 연장전에서는 상대 닉 테일러의 믿을 수 없는 21m 장거리 퍼팅에 당했다. 올해 6월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서는 3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섰다가 1타 차로 역전패했고, 이달 초 페덱스컵 세인트주드 대회에서도 선두에서 밀려나 3위가 됐다. 2024 파리올림픽 은메달도 ‘만년 2위’ 몫이었다.



골프는 반복 훈련으로 일정한 스윙 패턴을 유지해야 한다. 수영, 사격, 달리기 등 이른바 ‘폐쇄형 기술’ 종목이어서, 상대의 움직임 등 상황마다 기민하게 대응·판단해야 하는 ‘개방형 기술’ 종목(축구, 농구, 하키 등)과 다르다. 자신과의 싸움이 중요한 이유다. 골프에서는 우승자를 예측하기도 어렵다. ‘리브 골프 위클리’는 에이치에스비시(HSBC)의 자료를 인용해, “2004~2024년 메이저 대회 챔피언들의 세계 랭킹은 평균 18위로, 개인 종목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세계 1위가 우승한다는 보장이 없다.



외신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플리트우드의 습관과 “인성이 첫째, 결과는 둘째”라는 그의 자세를 평가했다. 지더라도 승자에게 축하를 보내고, 샷이 흔들려도 손을 뻗는 아이들 팬을 외면하지 않는다.



운도 따랐다. 만약 지난해처럼 페덱스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에게 10언더파, 5위 플리트우드에게 5언더파의 보너스 타수를 주는 방식으로 출발했다면, 플리트우드는 셰플러에 1타 뒤진 2위가 됐을 것이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플리트우드가 스포츠의 본질인 우연성, 예측 불가능성의 높은 엔트로피를 끈기로 극복했다고 전했다. 천문학적인 상금 시스템과 별개로, 플리트우드에게서 좌절하지 않는 빛나는 도전 정신을 발견한다.



김창금 스포츠팀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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