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객이 일본 직소싱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고있다. /사진제공=GS25. |
일본제품 불매의 상징이던 '노재팬'이란 구호가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일본 문화 소비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국내 유통업계가 일본 브랜드와 협력을 강화하거나 현지 상품을 직접 들여오는 방식으로 내수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때 불매운동의 타깃이던 일본 제품이 이젠 '인기 상품'으로 재인식되는 분위기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면서 이를 활용하려는 유통업계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본 여행과 서브컬처(하위문화) 소비가 급증하면서 편의점과 패션 플랫폼 등이 앞다퉈 일본 직소싱 상품을 내놓고 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한정 물량은 조기 완판되고, 관련 팝업스토어엔 인파가 몰리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편의점업계다. GS25는 올 들어 해외 직소싱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지난 1~7월 매출 신장률은 119.5%에 달했다. 전체 직소싱 상품 중 일본 먹거리가 매출 상위 10위 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일본 홋카이도 지역의 특산품으로 꼽히는 '홋카이도 푸딩'은 출시 직후 GS25 푸딩 전체 매출 3위로 등극했고, 숟가락 없이 마시는 콘셉트의 '토키메키 푸딩'도 단숨에 히트 상품 반열에 올랐다. 일본 맥주 판매도 꾸준하다. 아사히와 기린, 삿포로 등 대표 브랜드 캔 제품이 수입맥주 카테고리 매출 상위권에 들어갔고, 아사히 캔은 올해 전체 수입맥주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스낵류 반응도 뜨겁다. '나투라스 통감자' 시리즈는 홋카이도 지역 특산 감자를 통째로 구워낸 현지 인기 제품을 그대로 들여온 것으로 한국 출시 직후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지난달 열린 '돈키호테 팝업스토어' 역시 폭발적 인기를 증명했다. 일본 현지 잡화점에서 직접 공수한 50여개 제품을 선보이자 매일 오후 2시 이전에 웨이팅이 마감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누적 방문객은 3만명을 돌파했다.
세븐일레븐도 일본 제품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저지우유 푸딩'은 출시 7개월만에 150만개가 팔려나갔고, 일본 주류 '스트롱 사와'는 누적 판매 300만캔을 넘어섰다. 지난 6월 출시된 일본 면세점 히트상품 '슈가버터샌드트리'도 완판(완전판매)됐다.
CU도 일본 디저트를 단독으로 들여왔다. 지난달 출시한 '홋카이도 수플레 푸딩' 2종은 16만개 한정 물량 중 8월말 기준으로 13만개 이상이 판매됐다. 준비 물량의 80% 이상이 소진되자 CU는 9월초 추가 물량을 들여오기 위한 협의에 나섰다. 직소싱 과정을 직접 진행하며 현지 맛과 품질을 그대로 구현하려는 노력이 주효했단 평가다.
패션업계에서도 일본 서브컬처 바람이 거세다. 무신사 트레이딩은 올 들어 일본 기반 스트리트 브랜드와 연이어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사운드오브선라이즈와 챔피온, 베이프, Y-3, 언더커버 등이 대상이다. 무신사는 일본 스트리트웨어가 30년 넘게 서브컬처와 함께 성장해온 점에 주목하며, 국내 패션 생태계를 다변화하고 마니아 소비층의 취향을 넓히겠단 전략이다.
이들 업계가 일본 직소싱에 속도를 내는 건 결국 소비자의 정서 변화와 맞닿아 있다. 최근 일본에 대한 국민 호감도는 역대 최고치에 근접했고, 특히 20대는 10명 중 8명 가까이가 일본에 긍정적이란 조사 결과가 나왔다. '노재팬'이 일상화되던 시절과는 대조적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일본 여행 이후 현지에서 경험한 먹거리와 패션을 국내에서 다시 소비하려는 수요가 뚜렷하다"며 "앞으로 해외여행 필수템을 국내에서도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직소싱 상품을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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