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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역에 울려퍼진 “골든♪” 이틀 싱어롱 상영만으로 1위

조선일보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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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역에 울려퍼진 “골든♪” 이틀 싱어롱 상영만으로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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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 싱어롱 상영회 열기
“라스베이거스 우리 동네 극장에서 봤는데, 제 오른쪽 8~10세쯤 된 두 자매가 앉아 ‘소다팝’(극중 ‘사자보이즈’의 노래)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춤췄어요. 짜증이 나지 않았어요. 마음이 따뜻해졌어요.”(유튜브 사용자 @DK412724)

“전 마흔넷이고, K팝에 대해 하나도 모르지만 이 영화를 정말 사랑해요! 극장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williamjensen5683)

◇미 박스오피스 1위…동쪽부터 서쪽까지 ‘골든’을 외치다.

미국 뉴욕에서 시애틀까지, 이어서 라스베이거스와 샌프란시스코까지 마치 이어달리기 하듯 미국 전역에 노래가 울려 퍼졌다. 지난 23일과 24일 이틀간(이하 현지 시각) 열린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 싱어롱 상영회(영화 속 노래를 관객들이 함께 부르면서 즐기는 상영 방식)를 다녀온 이들은 유튜브·틱톡 등에 관람 후기를 올리며 열광하고 있다.

극 중 주인공 걸그룹 ‘헌트릭스’처럼 보라색 땋은 머리에 페이스 페인팅을 하는 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똑같이 입고 등장한 열성 팬부터, 호랑이 더피가 그러진 티셔츠 등 ‘굿즈’를 제작하고 극장을 찾은 이들도 빌보드 1위에 오른 주제가 ‘골든’을 비롯해 ‘사자보이즈’의 ‘소다 팝’과 ‘유어 아이돌’을 함께 외쳤다. 평소 ‘조용한’ 극장 풍경과는 달리, 극장 측은 휴대폰을 켜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을 찍어도 된다고 안내했고 이 모습은 각종 소셜 미디어를 들썩이게 했다. 미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싱어롱 상영회를 기념해 빌딩 조명쇼를 선보이기도 했다.

전 세계적 열풍을 이끄는 ‘케데헌’이 북미 1700여 상영관 중 1100여 관을 매진시키며 이틀간의 특별 상영만으로 북미 지역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미국 대중문화연예 매체 ‘버라이어티’ 등 외신은 24일 케데헌의 미 주말 극장가 1위 소식을 전하며 넷플릭스가 1800만~2000만달러(약 249억~277억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개봉 3주 차인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의 공포 영화 ‘웨폰’(1560만달러)을 뛰어넘는 수치다. 다만 넷플릭스가 공식 수익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수익은 집계되지 않았다.

◇”나 자신답게 사는 법을 알려주는 치유제”

이번 싱어롱 상영회는 애니메이션의 인기와 함께 극중 3곡이 빌보드 ‘핫100’ 차트 10위 안에 드는 흥행까지 더해지며 팬들 요청으로 마련됐다. 국내에서도 다음 달 열릴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싱어롱 상영회가 열릴 예정. 오는 27일 발표될 넷플릭스 영화 누적 시청 수에서도 현재 1위인 레드 노티스(2억3090만회)를 제치고 1위에 오를 전망이다. ‘케데헌’은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해외에선 ‘8세부터 80세까지 3대가 보는 영화’로 불리며 팬층을 넓히고 있다.


이에 대해 미 타임지는 “주인공 루미가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공개하는 스토리를 통해 수치심을 극복하고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성인들의 마음에 다가갔다”고 분석했다. 한국이라는 문화적 특수성을 지니지만, 배신과 화해, 우정과 믿음, 트라우마 극복 같은 보편적 감수성을 자극한 것도 가슴 저 밑바닥 눈물을 끌어오르게 했다는 평이다. 그때마다 흘러나오는 사운드 트랙이 서사를 한층 탄탄하게 완성했다는 것이다. 서로 의지하고 힘을 주는 아이돌과 팬덤의 끈끈함을 세밀히 다루면서, 팝 밴드에 빠졌던 밀레니얼 세대의 향수를 자극한다는 평도 있다. 미 뉴욕타임스는 최근 “1990년대를 풍미했던 엔싱크, 백스트리트 보이스, 데스티니스 차일드 같은 보이밴드와 걸그룹 황금기에 자라난 팝 음악을 DNA에 새긴 밀레니얼 세대가 가정을 꾸리면서 아이들과도 함께 즐기게 될 수 있었다”고 평했다.

‘정신 건강’을 위한 1시간 40분간의 성장 드라마라는 관점도 있다. 미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은 “자신의 정체성을 억압하지 않고 그저 자신답게 사는 것에 대한 정말 좋은 메시지를 전파한다”고 전하며 영화 속 ‘What It Sounds Like’ 가사를 강조했다. “나는 백만 조각으로 부서졌고, 되돌릴 수 없어. 하지만 이제 부서진 유리 조각 속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보고 있어. 상처는 내 일부가 되었고, 어둠과 조화의 일부가 되었어. 거짓 없는 내 목소리, 이것이 바로 그 소리야.”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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