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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뒤쫓다 몰래 버린 휴대폰 건진 특검… ‘미행 수사’ 논란

조선일보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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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뒤쫓다 몰래 버린 휴대폰 건진 특검… ‘미행 수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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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 특검 “이종호 측근, 휴대폰 밟아 부순 뒤 버려”
증거인멸 직접 촬영 후 휴대폰 실물 확보
법조계 “미행 수사 제한적으로 해야”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장경식 기자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장경식 기자


순직 해병 특검이 ‘구명 로비’ 의혹에 연루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측이 휴대전화를 한강변에서 파손하는 장면을 목격·촬영하고, 부서진 휴대전화 실물을 확보했다고 20일 밝혔다. 특검은 이 전 대표 측에 대한 탐문 수사 중 증거인멸 범행을 직접 확인했다는 입장인데, 이 전 대표 측은 ‘불법 미행·사찰’이라고 주장한다.

해병 특검은 이 전 대표 측근 A씨가 지난달 15일 한강공원에서 휴대전화를 부수고 쓰레기통에 버리는 장면을 확인했다. 당시 A씨가 휴대전화를 발로 세게 밟아 연기가 날 정도로 크게 파손됐다고 한다. 현장에는 이 전 대표도 함께 있었다. 특검 수사관이 이 장면을 직접 촬영했고, 버려진 휴대전화도 수거했다. 특검은 휴대전화 속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포렌식으로 복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A씨는 증거인멸 혐의 피의자로 입건됐다.

수사관이 사건 관계자가 증거인멸하는 현장을 실시간으로 촬영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특검은 사전에 확보된 범행 단서를 바탕으로 탐문 수사를 했다는 입장이지만, 법조계에서는 ‘미행 수사’가 이뤄졌을 것으로 본다. 피의자 감시나 증거 확보를 위해 미행하는 것은 수사 실무에서 흔히 쓰는 방법은 아니다. 구체적인 근거 규정이 없는 ‘임의 수사’의 일종이다.

앞서 이 전 대표 측은 지난 2일 “해병 특검 수사관이 이 전 대표와 A씨가 탑승한 차량을 미행하고, 다른 지인들과 대화하는 것을 촬영했다. 해당 행위가 적법한 수사인지 즉시 밝히라”고 특검에 요구했다. 그러면서 “영장 등 적법한 근거가 없이 미행을 했다면 민간인 불법 사찰”이라고 주장했다.

미행과 탐문을 동원하는 이 같은 특검 수사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부적절한 수사 방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증거인멸 당시 이 전 대표와 측근 A씨는 참고인 신분이었는데, 통상 수사기관이 입건되지 않은 참고인까지 미행하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한 현직 검사는 “일선 검찰에서도 미행은 피의자를 대상으로만 극히 제한적으로 활용된다”며 “특검이 정보기관도 아닌데 무리하게 수사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순직 해병 특검의 정민영 특검보. /뉴스1

순직 해병 특검의 정민영 특검보. /뉴스1


반면 순직 해병 사건의 중대성과 이 전 대표의 역할 등을 고려하면 미행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 전 대표는 친분이 있는 김건희 여사에게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미행이 일반적인 수사 기법은 아니지만, 비밀리에 이뤄진 ‘구명 로비’ 의혹의 특성 등을 감안하면 밀착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며 “범행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일환으로 본다면 잘못됐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했다.


수사기관의 미행 수사가 위법인지 아닌지 판단할 기준이나 법령은 존재하지 않는다. 설령 미행이 사생활을 침해할 정도로 이뤄졌더라도 형사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다만 앞서 대법원은 과거 국군보안사령부의 민간인 사찰 관련 국가배상 사건에서 “범죄 수사 등 법령상 직무 범위를 벗어나 민간인의 동향을 감시·파악할 목적으로 사생활 등 정보를 미행·탐문으로 수집·관리한 경우 불법 행위로 봐야한다”고 판결했다. 모든 미행 수사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 법조인은 “법에 요건이 없는 미행 수사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지는 늘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며 “범죄 정황 등을 고려해 필요하면 미행을 하더라도 기간과 방식을 제한해 당사자의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해병 특검은 증거인멸 정황을 근거로 지난달 24일 A씨 자택을 압수 수색해 휴대전화 여러 대를 추가로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A씨가 김건희 특검이 수사 중인 이 전 대표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알리바이를 조작한 증거도 확보했다. 해병 특검 관계자는 “해당 자료를 김건희 특검에 넘겨줬고, 이 전 대표의 구속영장 실질심사 때 증거로 제출됐다”고 설명했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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