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첫 도로시아 태닝상 받은 차세대 미술가 이피, 에세이 출간
김혜순 시인·이강백 극작가의 딸
김혜순 시인·이강백 극작가의 딸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스페이스3에서 이피 작가의 '이피세' 출간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난다 |
“제게 쌓인 지층 사이사이에 엄청난 형상들이 있는데요. 거기 숨어 있는 것을 전시하는 책입니다.”
차세대 현대 미술가 이피(44·본명 이휘재)가 그의 내면을 기록한 에세이 ‘이피세世’(난다)를 펴냈다. 지난 2월 한국인 최초로 미국 현대예술재단이 주는 도로시아 태닝상을 받았다. 미 시카고미술대학에서 학사·석사를 마친 그는 고려 불화의 선과 색채를 원용한 회화 작품을 비롯해 조각·설치 작업도 한다. 불교 미술 거장 만봉 스님의 제자 원미희에게 불화를 배웠다.
2010~2022년까지 쓴 작업 일지이기도 하다. 오징어로 만든 설치 작품 ‘승천하는 것은 냄새가 난다’의 뒷이야기는 사람을 울고 웃게 한다. 작업을 위해 폐오징어 5000마리를 주문했을 때, 도매상으로부터 호프집 개업 축하 편지와 마른안주를 선물로 받았다. 이 작업은 할머니의 죽음, 할머니에게서 나던 냄새, 시체 썩는 냄새에 관한 단상 등과 연결된다.
/난다 |
책을 기획한 난다 출판사 대표 김민정 시인은 “9년 전 이피의 전시에서 본 작가의 말이 너무 좋아서 (출간을) 제안했다”며 “무엇을, 왜 그리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고, 문학과 미술 두 영역을 오갈 수 있는 힘 있는 작가”라고 했다.
문학 독자라면 이피의 그림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이강백 극작가와 김혜순 시인의 딸이다. 최근 출간된 김혜순 시인 ‘죽음 트릴로지’에 실린 삽화를 비롯해 ‘죽음의 자서전’ 영어·독일어판 표지도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어쩌다가 엄마와 협업을 하게 됐나 묻자 이피는 “협업을 한 건 아니고, 강제 차출에 가깝다”며 웃었다.
이피의 드로잉. 이 드로잉은 최근 출간된 김혜순 시집 '죽음 트릴로지' 표지에 쓰였다. /©Fi Jae lee |
[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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