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장관급 등에 대한 인사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이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중등 교사 출신에 전교조 부위원장을 지낸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을 지명했다. 논문 표절 의혹으로 이진숙 교육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지 24일 만에 이뤄진 후속 인사다. 그동안 교육 분야를 전문으로 한 대학교수나 행정 관료가 교육 장관을 맡아 왔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는 파격적이다. 하지만 적절한 인사가 아니다.
먼저 음주 운전 문제다. 최 후보자는 2003년 음주 운전으로 적발돼 벌금 200만원을 물었다. 전북 교사노조는 최 후보자 지명을 반대하면서 “교사는 음주 운전 등 5대 비위 중 하나라도 있으면 교장, 교감이 될 수 없다”며 “잣대가 달라선 안 된다”고 했다. 새겨들을 현장의 비판이다. 전 정권이 같은 문제가 있던 박순애 교육 장관을 임명했을 때, 민주당은 “음주 운전 같은 중대 범죄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판단하느냐”며 반발했다. 박 장관은 취임 35일 만에 낙마했다.
교육 장관 인사가 발표된 날,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는 4대 교육 정책을 발표했다. AI 디지털 시대 미래 인재 양성, 공교육 국가 책임 강화, 학교 자치와 교육 거버넌스 혁신, 이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포함한 지역 교육력 제고 등이다. 최 후보자가 이들 교육 정책의 최고 전문가로서 AI 시대 교육 행정을 담당할 적임자라고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같은 날 국가교육위원장에 내정된 차정인 전 부산대 총장도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검사 출신 민변 변호사로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지냈다. 4년간의 총장 경력 이외에 교육 분야에서 내세울 게 없다. 이 대통령은 중장기 교육 정책을 심의하는 국가교육위원장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해 교육 장관과 함께 교육 개혁을 이끌겠다고 했다. 전교조 출신 장관과 검사 출신 위원장을 양대 축으로 어떤 개혁을 이끌겠다는 것인가.
게다가 그는 조국 일가의 입시 비리 문제와 관련해 조 전 법무 장관을 두둔하고 비리 수사를 비판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조민씨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 결정 당시 부산대 총장이었던 그는 “학생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며 “당시 수사가 정치 검찰의 표적 수사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했다. 입시 비리 수사를 비판하면서 교육기관이 학칙에 따라 결정한 조치까지 후회한 인사를 국가교육위원장에 내정한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교육관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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