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한 류젠차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지난해 1월9일 미국외교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전랑 외교라는 게 있었다고 믿지 않고, 따라서 그 같은 외교로 돌아갈 일도 없다”고 말했다. /미국외교협회 |
중국의 유력 외교부장(장관) 후보로 거론되던 류젠차오(61·劉建超)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중국에서 구금돼 조사받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 보도했다. WSJ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류젠차오가 지난달 말 해외 출장을 마치고 베이징에 돌아온 후 연행됐으며, 구금 사유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구금설(說)이 사실이라면, 2년 전 친강(秦剛) 전 외교부장 해임 이후 최고위 직급 외교관의 낙마다.
류젠차오는 외교부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장관급 인사로, 2022년부터 외국 정당·사회주의 국가와의 관계를 총괄하는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직을 맡고 있다. 2023년 7월 친강이 외교부장 임명 7개월 만에 해임되자 차기 후보로 국내외에서 거론됐다. 그러나 외교부장 자리는 친강의 전임이자 외교 사령탑인 왕이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이 이어받아 2년 넘게 겸직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양회(兩會)에서도 류젠차오가 새 외교부장에 임명될 것이란 예상이 깨졌다.
류젠차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기강 잡기’ 목적으로 지속하는 숙청 작업의 타깃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WSJ는 중국 지도부가 류젠차오가 공식 직함을 받기 전에 해외에서 차기 외교부장 행세를 하는 것에 분노해 제동을 걸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시진핑이 공직자 임명의 핵심 기준으로 충성심을 내세운 상황에서 류젠차오의 적극적인 대미(對美) 행보가 도마에 올랐을 가능성이 있다. 미 관리는 WSJ에 “류젠차오가 자신이 차기 외교부장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가에선 그가 중국의 전랑(늑대 전사) 외교 기조와 배치되는 부드러운 성향을 갖고 있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1월 미국을 방문해 토니 블링컨 당시 국무장관을 비롯한 조 바이든 행정부 요인들과 교류했고, 미국 기업인들과 만나 관계 개선을 모색했다고 한다. 외교관으로서는 드물게 반부패 업무에 깊이 관여한 경력이 있다. 2015년 국가부패방지국 상임 부국장에 올랐고, 2017년에는 저장성 기율검사위 당서기(일인자)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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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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