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해외공장에 동반 진출한 협력사 수/그래픽=김현정 |
현대자동차가 기존 공급망 밖에 있던 하위 협력업체까지 북미 현지 조달망에 편입시키려는 이유는 단순한 생산 전략 차원을 넘는다. 관세에 대응해 미국 정부의 현지 생산 요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한국 협력사의 동반성장까지 도모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와 1997년까지 함께 진출한 1·2차 협력사 수는 34개사에 불과했으나 2023년에는 1차 협력사 309개사와 2차 협력사 381개사를 합해 총 690개사로 확대됐다. 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거래가 없는 5000곳 이상의 2·3차 중소 협력사로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이 곧 완성차의 경쟁력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된다. 완성차만 북미에 진출해서는 관세 부담을 피할 수 없다. 자동차 부품 역시 국내에서 미국으로 수출할 때 15% 관세를 적용받는다. 완성차업체 입장에서는 부품을 현지에서 조달하면 관세가 없지만 수입하면 이 비용이 원가에 반영된다. 오래 협력할 부품사도 확보해야 품질과 가격, 양쪽 면에서 경쟁력이 유지된다. 잠재력이 있는 2차 이하 협력사들 가운데 현지화 가능성이 있는 곳을 발굴하려는 이유다.
현대차의 강점은 국내 산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해외 확장을 하나의 체계로 만든 데 있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 인도, 브라질, 멕시코 등 글로벌 주요 지역에 현지 생산공장을 구축할 때도 1차 부품 협력사는 물론 2차 협력업체의 동반진출까지 지원했다. 국내 업체와의 가치사슬(밸류체인)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현대차·기아에 직접 부품을 납품하는 1차 협력사 237개 협력사와 5000여개사에 달하는 2·3차 협력사 매출액까지 더하면 전체 협력사들의 연 매출액은 2023년 기준 100조원을 웃돈다.
국내 부품사에도 기회다. 2차 이하 협력사는 규모가 작아 독자적으로 해외 진출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통상 완성차업체와 1차 협력사의 공급망을 따라 같이 진출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국내 자동차 부품 업계를 대변하는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2차 이하 자동차 부품 협력업체들은 조합 회원사 223개사 중 미국에 공장을 둔 업체는 69개사로 30% 수준이다. 멕시코에는 54개사가 있다. 나머지 상당수 협력사는 북미 지역과 멕시코에 생산 거점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현지화는 한국 부품사를 배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조건을 충족하는 국내 협력사에 기회를 주는 방식"이라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국내 부품사들이 새로운 성장 축을 북미에서 찾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미국 제조 생태계를 확장하면서 한국의 연구 거점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협력 체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210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예고하고 있는데, 이렇게 미국 정부의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연구개발(R&D)과 부품 개발은 국내에서 하고, 결과물은 미국 현지에서 생산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게 현대차의 구조다.
이같은 방향성은 현대차 호세 무뇨스 사장의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무뇨스 사장은 한미 양국이 자동차 품목 관세율을 15%로 타결한 지난달 31일 링크드인을 통해 "남양R&D연구소는 미국 사업을 지원하는 디자인과 기술을 개발하며 글로벌 혁신을 주도하는 한국 직원들에게 밝은 미래를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주헌 기자 zoo@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