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현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인가 요건과 규제 방향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국회는 발행사에 대한 문호를 개방해 디지털 혁신을 도모하자는 입장이지만,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이 가지는 통화적 성격을 이유로 중앙은행과 기존 금융권 주도로 시장을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월 발효된 미국의 ‘지니어스법(GENIUS Act)’은 우리에게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진다. 이 법은 지불용 스테이블코인(payment stablecoin)의 정의부터 인가 요건, 규제 체계, 투자자 보호 체제 등을 정립한 연방 법안이다.
핵심은 스테이블코인을 ‘화폐’로 간주한다는 점이다. 법안은 스테이블코인을 지급결제 수단으로 정의하고, 법정화폐 대비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나아가 투자회사가 발행하는 증권은 스테이블코인 범주에서 제외해, 스테이블코인이 증권이 아님을 강조했다.
법안은 이러한 정의에 근거해 발행자 인가 요건과 규제 및 감독 체계를 구성했다. 먼저 발행 자격은 ▲미국 예금보험공사(FDIC) 가입 은행이나 계열사 ▲통화감독청(OCC) 인가를 받은 은행 또는 비은행 금융회사 ▲주정부가 인가하는 발행자로 엄격히 제한된다.
최소 자본이나 유동성 요건은 구체적인 수치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기존의 규제가 적용된다. 법안에서 규정한 발행자 인가 요건을 충족하는 금융기관이 주로 대형 은행이나 대형 금융기관이기 때문이다. 이 기관들은 자기자본비율이나 유동성비율 같은 기존의 건전성 규제가 적용된다.
준비금 요건도 명확하다. 발행 금액의 100% 이상을 달러와 요구불예금, 3개월(93일) 미만 만기 단기국채 등 저위험 자산으로 적립해야 하며 월간 단위로 그 내역을 공개하도록 했다. 더불어 지급결제 수단이라는 정의에 부합하도록 발행자는 스테이블코인 소유자에게 이자를 포함한 그 어떤 형태로도 수익을 제공할 수 없다.
감독 권한은 발행 규모에 따라 100억달러 이상 대형 발행사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나 OCC가 직접 감독하도록 했으며, 그 이하는 주정부 규제를 적용받는다. 또 은행에 적용하고 있는 은행비밀방지법(Bank Secrecy Act)을 발행사에 적용해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적시했다.
눈에 띄는 점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법 적용 대상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가상자산을 증권 또는 상품으로 보고 SEC나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규율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법안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화폐적 속성에 더 무게를 둬 은행에 대한 인가 및 규제와 감독시스템을 준용했다. 이에 따라 연준이 규제와 감독의 중심에 서게 됐다.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자산이면서 동시에 법정화폐에 고정된 가치를 지닌 특별한 자산이다. 이는 디지털 경제와 전통 금융 사이를 잇는 연결고리이자, 디지털 경제의 기축 자산으로 기능한다. 결국 어떤 감독 체계를 적용할 것인가의 문제는 단순한 관할권 다툼이 아니라 통화 주권과 금융 안정을 좌우하는 사안이다.
모든 정부 정책이나 규제에는 그 내용에 근간을 이루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지니어스법은 단지 하나의 입법이 아니라, 기술과 금융의 접점을 어떻게 이해하고 다룰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리도 이제 스테이블코인의 성격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원칙 있는 규제 체계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안동현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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