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쇼는 이날 경기 후 탬파베이 타선에 대한 질문에 “전체적으로 정말 잘 짜인 조합 같다”고 상대를 인정했다. 끈질기게 승부하며 출루할 수 있는 선수도 있고, 장타를 칠 수도 있는 선수들이 잘 엮여 있다는 게 커쇼의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커쇼는 탬파베이에서 가장 까다로운 타자에 대해 “좌완·우완을 가리지 않고 잘 대응하는 타자들이 있다. 플래툰 운영도 잘한다”면서 “특히 상위 타순에 있는 김하성과 얀디 디아즈는 좌완을 상대로 굉장히 좋은 타자들”이라고 칭찬했다.
전설의 칭찬 리스트에 김하성이 있다는 것이 화제를 모았다. 김하성은 2022년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지난해까지 4년 동안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소속인 샌디에이고에 있었다. 커쇼는 데뷔부터 지금까지 쭉 역시 서부지구 소속의 LA 다저스에 있다. 커쇼의 부상 탓에 4년간 많은 맞대결이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커쇼는 김하성의 플레이를 눈에 담고 있었고 그가 탬파베이로 간 뒤로도 이를 잊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 김하성은 이날 커쇼와 맞대결에서 첫 타석부터 좌전 안타를 치며 힘을 냈다. 이날 커쇼는 5개의 안타를 맞았는데, 이중 하나를 김하성이 책임졌다. 이후 더 안타를 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체면을 세운 활약이었다.
한국야구 역사상 최고 야수로 뽑히는 추신수는 커쇼를 상대로 총 13타석을 상대했다. 이중 9타수 1안타(.111)에 머물렀다. 볼넷을 세 개 골라 출루율은 0.385로 높은 편이었지만, 안타 하나가 단타라 커쇼 상대 OPS(출루율+장타율)는 0.496에 불과했다. 추신수는 커쇼가 한창 좋을 때 상대한 유일한 선수였다.
장타력으로 무장했던 강정호 또한 커쇼를 상대로 총 9타석에 나섰으나 역시 9타수 1안타(.111)에 머물렀다. 강정호는 안타 외에 4사구를 하나도 얻어내지 못해 출루율 또한 타율과 같은 0.111이다. 커쇼 상대 OPS는 0.222로 저조했다.
최지만은 메이저리그에서 꽤 오래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커쇼를 상대로는 세 타석 소화에 그쳤다. 아무래도 최지만은 상대적으로 아메리칸리그에서 뛴 기간이 길어 다저스를 많이 만난 편은 아니다. 여기에 우완 상대 플래툰 멤버로 주로 활약했기에 좌완인 커쇼와 맞대결은 불발되는 경우가 있었다. 최지만은 커쇼와 세 번 맞대결에서 출루 없이 3타수 무안타 1삼진에 머물렀다.
그나마 자존심을 살리고 있는 선수가 김하성이다. 4년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뛴 김하성은 한국인 선수 중 가장 많이 커쇼와 상대한 선수다. 총 14타석에 들어섰다. 여기서 12타수 3안타(.250)를 기록했다. 커쇼를 상대로 안타를 2개 이상 친 유일한 한국인 선수다. 여기에 커쇼를 상대로는 홈런을 기록한 적도 있다. 삼진은 하나를 당했지만, 볼넷은 두 개를 골랐다. 커쇼 상대 타율은 0.250, 출루율은 0.357, 장타율은 0.500, OPS는 0.857로 좋은 수치를 찍었다.
추신수부터 이정후까지,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은 시대의 곳곳에 포진했다. 커쇼가 이들과 모두 상대한 전적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오랜 기간 최상위권 선수로 활약했음을 의미한다. 커쇼는 2008년 메이저리그에서 데뷔했고, 당시 박찬호가 다저스에 소속되어 있을 때다. 세월의 무게감을 실감할 수 있다. 이후 커쇼는 박찬호와 26살 차이가 나는 김혜성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올해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커쇼는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18시즌을 뛰면서 통산 445경기에 나갔다. 이 기간 217승96패 평균자책점 2.52를 기록 중이다. 통산 2808⅓이닝을 소화했고, 올해는 끝내 3000탈삼진 고지를 밟았다. 말 그대로 지금 은퇴해도 명예의 전당 헌액이 확실시되는 선수다. 한국인 선수들과 커쇼의 맞대결이 앞으로 얼마나 더 성사될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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