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판 낸 이규석 작가
2007년 30대 중반이 된 그는 이국(異國)에서 숙명처럼 겪어내야 했던 방황과 혼돈의 시간을 녹여 포르투갈어로 성장소설 'GO'(고)를 썼고, 브라질에서 책으로 펴냈다. 어릴 적 아버지가 가출한 후 가슴에 구멍이 난 듯한 상실감에 시달리던 주인공이 소설 쓰기를 통해 자신을 되찾아간다는 내용이다. 현지 반응은 뜨거웠다. 출간 이래 3만부가 팔렸고, 2009년 브라질 연방 교육부가 선정하는 청소년 권장 도서에 올랐다. 작가의 이름은 닉 페어웰(Farewell·사진). 본명은 니콜라스 규석 리(한국명 이규석·42)로 부모를 따라 브라질로 이민 간 한인 1.5세였다.
한국·브라질 공식 이민 50주년을 맞아 이민 후 처음 한국에 온 이규석씨는 4일 서울 광화문에서 "단순하면서도 간결한 메시지를 던지고 싶어 GO라는 단어를 시작으로 소설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데뷔작'GO'(김용재 옮김·비채 펴냄)의 한국어 신간과 함께였다.
그가 브라질에서 배운 건 삶을 사는 즐거움이었다. "브라질에는 가난한 사람이 참 많은데 그 사람들, 되게 즐겁게 살아요. 토요일이 되면 고기랑 맥주를 사고 이웃을 불러서 파티하고 놀아요. 자기 마음으로, 자기가 원하는 대로 행복한 게 브라질 스타일인 거지요."
소설은 작가도 예상치 못한 일로 브라질 전역에 퍼져 나갔다. 자살을 세 번 시도한 16세 브라질 여학생이 'GO'를 통해 삶의 구원을 얻어 부모님 동의 아래 발목에 GO라는 글자를 새긴 것이다. 그 뒤 브라질 청소년들 사이에서 몸에 GO를 새기는 문신 열풍이 몰아쳤다.
그는 "소설 속 브라질 문화가 낯선 분들도 있겠지만 한국의 끈기와 브라질의 유연함을 통해 서로 다른 대륙이 하나로 소통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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