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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SW인터뷰] “키워주신 할머니께 드린 마지막 선물”… 이용준이 야구공에 실어보낸 슬픔 그리고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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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이용준이 마운드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NC다이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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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삶에서 가장 의미 있는 등판이었습니다.”

지난 19일 창원NC파크에서 펼쳐진 NC와 KIA의 맞대결, 이 경기는 홈팀 NC의 선발 중책을 맡았던 우완 투수 이용준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경기가 됐다.

시즌 첫 1군 엔트리 등록, 첫 선발 등판이었다. 2위를 달리던 NC가 1위 KIA를 마주친 상위권 빅뱅이기도 했다. 스윕패 위기도 모면해야 했고, 왼 팔꿈치 근피로 증상으로 말소된 외인 투수 다니엘 카스타노의 자리를 메워야 하는 미션까지 주어졌다. 여러모로 야구 내적인 이슈로 많은 조명을 받았다.

다만 이용준의 ‘인생경기’가 된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야속한 하늘 때문이었다. 등판 직전인 18일, 이용준은 할머니를 여의었다. 비통한 심정으로 가득했지만, 가족들의 권유 속에 등판을 강행했다. 고인이 가시는 길에 마지막으로 손자의 멋진 모습을 건네드리고 싶었기 때문. 그는 강타자들이 가득한 KIA를 상대로 5이닝 1실점 호투를 펼쳤다. 팀이 1-2로 패한 건 아쉬웠지만, 그가 보여준 피칭은 충분히 멋지고 듬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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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이용준이 C팀(NC 퓨처스 팀)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사진=NC다이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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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을 마치고 서울 원정에 오른 이용준의 낯빛은 여전히 어두웠다. 아직은 돌아가신 할머니를 마음속에서 완전히 떠나보내지 못했기 때문일 터. 그는 “야구를 딱 시작하기 전까지 할머니가 저를 키워주셨다. 소식을 들었을 때 당연히 바로 찾아가고 싶었다”며 조심스레 운을 뗐다.

이어 “이달 초부터 (건강이) 많이 안 좋으시다는 소식을 계속 들었다.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공교롭게 타이밍이 딱 그렇게 됐다”며 “가족과 친척 어르신들께서 던지기 전날에 돌아가신 게 오히려 절 도와주시려고 그런 거라고 말씀해 주시더라. 저도 할머니의 바람대로 멋진 야구 선수가 됐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은, 선물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등판을 결심한 계기를 전했다.

그 진심이 빚어낸 5이닝 간의 역투였다. 그는 “마운드에서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할머니를 향한 그동안의 감사를 보여드리자는 마음뿐이었다”며 “할머니 덕분에 제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등판이 됐다”고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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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이용준(가운데)이 지난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동료 김주원(왼쪽), 이준호와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NC다이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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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치는 그리움을 안고, 더 멋진 손자가 되기 위해 달려갈 일만 남았다. 그는 “그간 1군에 올라오지 못했지만, 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생각하고 준비했다”며 “지난 시즌은 초반에 좋았다가 주춤했다. 올해는 그걸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지난해는 던지는 데 급급했고 욕심이 많았다”는 그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금은 조금 여유가 생겼다. 야구에는 원래 ‘업앤다운’이 있는 거라고 멘탈을 꽉 부여잡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성숙해진 마음가짐으로 앞만 바라본다. 그는 “다치지 않고 최대한 많이 마운드에 오르는 게 목표다. 적어도 작년보다는 더 많이 던지고 싶다”며 “언젠가는 1군에서 선발 투수로 자리 잡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옅은 미소를 띠었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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