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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오타니가 주인공이 아니었다… 미친 야생마 역대급 질주에 다저스 최악의 굴욕, 오타니 무안타 침묵 [LAD 게임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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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도미니카 출신의 엘리 데 라 크루즈(22·신시내티)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어마어마한 운동 능력을 선보이며 큰 화제를 모았다. 예전 같았으면 유격수로 생각하기 어려운 사이즈의 이 유격수는 멀리 칠 수 있고, 또 어마어마한 스피드로 뛸 수 있다는 것을 모두 증명하며 단번에 스타덤에 올랐다. 신시내티 야수 리빌딩의 화룡점정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데 라 크루즈는 지난해 데뷔 후 98경기에서 타율 0.235, 출루율 0.300, 장타율 0.410, 13홈런, 44타점, 35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10을 기록했다. 아직 타격에서 덜 다듬어진 부분도 있었지만 기록 자체는 센세이션했다. 리그에서 가장 강한 송구를 뿌리는 유격수이자, 강한 타구를 날릴 수 있는 선수인데 발도 빨랐다. 한 번 누상에 나가면 2루와 3루를 한꺼번에 훔치는 게 예사였고, 홈스틸까지 성공시키는 등 화려한 플레이로 화제를 모았다.

그런 데 라 크루즈는 올 시즌 더 성숙한 모습으로 질주 중이었다. 타율도 제법 올라왔고, 장타는 여전했다. 여기에 도루 페이스는 말 그대로 미친 수준이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100도루도 가능한 페이스였다. 지난해에는 너무 무리한 주루로 눈총을 받기도 했지만 올해는 주루에서도 성숙해졌다. 그런 데 라 크루즈가 리그 최강팀인 다저스를 상대로 종횡무진하며 상대에 굴욕을 안겼다. 잘 치고, 잘 뛰었다. 원맨쇼를 펼치며 다저스를 연패의 늪에 빠뜨렸다.

16일 샌프란시스코 원정에서 1-4로 진 다저스는 17일(한국시간) 홈구장인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신시내티와 경기에서 승리를 노렸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 있는 상황이고, 더군다나 이날 다저스 선발은 올 시즌 절정의 활약을 선보이며 사이영상 레이스를 주도하는 선수 중 하나인 우완 타일러 글래스나우였다.

다저스도 주전과 백업 선수를 고루 출전시키며 승리 도전에 나섰다. 반면 신시내티는 이날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가 펑크가 나 불펜 데이를 하는 날이었다. 누가 봐도 다저스의 승리 확률이 높아 보였지만 정작 승리는 신시내티가 가져갔다. 신시내티가 마운드의 완벽한 계투와 데 라 크루즈의 맹활약에 힘입어 7-2으로 이겼다.

다저스는 이날 무키 베츠(유격수)-오타니 쇼헤이(지명타자)-프레디 프리먼(1루수)-테오스카 에르난데스(우익수)-키케 에르난데스(3루수)-개빈 럭스(2루수)-크리스 테일러(좌익수)-제임스 아웃맨(중견수)-오스틴 반스(포수) 순으로 타순을 짰다. 리그 최고의 기동력을 자랑하는 신시내티를 상대로 선발 출전한 포수 오스틴 반스의 몫이 중요한 날이었다. 한편으로는 경기 초반 신시내티 마운드를 무너뜨려 경기 플랜을 완벽하게 꼬는 것도 필요했다.

하지만 그런 다저스의 계획은 시작부터 꼬였다. 1회 선두 타자로 나선 윌 벤슨이 글래스나우와 풀카운트 승부를 벌이더니 6구째 96.2마일 포심패스트볼이 한가운데 몰린 것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잡아 당겨 우중간 담장을 넘긴 것이다. 역시 엄청난 운동 능력의 소유자인 벤슨의 시즌 6번째 홈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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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세를 데 라 크루즈가 이어 받았다. 데 라 크루즈는 홈런 직후 글래스나우를 상대로 잘 맞은 중전 안타를 치며 출루했다. 이제 데 라 크루즈의 도루쇼를 저지하려는 다저스의 움직임이 중요했는데 데 라 크루즈가 이를 비웃었다. 데 라 크루즈는 1사 1루에서 2루 베이스를 훔쳤다. 시즌 27번째 도루였다. 스펜서 스티어가 심진으로 물러났으나 2사 후 타일러 스티븐슨이 좌익수 방면 적시 2루타를 치며 데 라 크루즈를 홈으로 불러 들여 2-0으로 앞서 나갔다.

다저스는 1회 반격에서 1사 후 오타니 쇼헤이가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신시내티 벤치는 바로 움직였다. 사실상 첫 번째 투수였던 브렌튼 수터를 세 타자 상대 이후 바로 교체하고 에밀리오 파간을 투입해 불펜데이를 시작했다. 오타니는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타석 때 발로 2루를 훔쳐 시즌 11번째 도루를 성공했으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범타로 물러나면서 빛이 바랬다.

다저스는 2회 2사 후 크리스 테일러가 안타를 치고 나갔으나 여기서 신시내티는 다시 저스틴 윌슨으로 투수를 바꿔 제임스 아웃맨을 잡아냈다. 2-0으로 앞선 3회 선두 타자로 나선 데 라 크루즈는 다시 좌익수 방면 인정 2루타를 치며 출루했다. 한 번 발동이 걸린 데 라 크루즈의 발은 거침이 없었다. 이번에는 바로 3루 도루에 성공하며 시즌 28번째 도루를 성공했다. 다저스 배터리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어 2사 후 타일러 스티븐슨이 다시 적시타를 치며 데 라 크루즈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신시내티가 예상을 깨고 3-0으로 앞서 나갔다.

오타니는 3회 2사 후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맞이한 두 번째 타석에서는 포수 뜬공에 머물렀다. 닉 마르티네스의 체인지업을 받아쳤지만 빗맞았다. 그리고 다시 데 라 크루즈의 쇼가 시작됐다. 데 라 크루즈는 신시내티가 3-0으로 앞선 5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들어서 다시 볼넷을 얻었다. 또 다저스 배터리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데 라 크루즈는 마치 상대 배터리를 농락이라도 하듯 2루와 3루를 연거푸 훔쳤다. 시즌 29·30호 도루가 차례로 올라갔다. 다저스 배터리가 데 라 크루즈에 엄청 신경을 쓰고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어 스펜서 스티어의 낫아웃 삼진 때 공이 뒤로 크게 튀자 데 라 크루즈가 홈을 밟았다. 데 라 크루즈의 발이 만든 득점이었다.

다저스는 신시내티의 마운드를 쉽게 돌파하지 못했고, 오타니도 6회 세 번째 타석에서 삼진에 머물렀다. 이번에도 마르티네스의 체인지업에 타이밍을 잡지 못해 방망이가 헛돌았다. 데 라 크루즈는 7회에도 안타를 치고 출루해 다시 2루 도루를 노렸다. 다만 다저스가 5번은 안 당했다. 데 라 크루즈의 스타트가 늦은 것도 있었고 이번에는 오스틴 반스가 2루로 정확하게 송구해 야생마를 잡아냈다. 다저스타디움에 환호가 돌았다.

이후 경기는 소강상태로 흐르다 신시내티가 9회 추가점을 내면서 쐐기를 박았다. 신시내티는 1사 후 제이머 칸델라리오의 2루타에 이어 산티아고 에스피날이 볼넷을 골라 1사 1,2루를 만들었다. 여기서 스튜어트 페어차일드가 적시 2루타를 때려 1점을 보탰고, 이어진 1사 2,3루에서는 윌 벤슨이 볼넷을 골라 만루를 만들었다. 여기서 데 라 크루즈의 유격수 땅볼 때 유격수 무키 베츠의 송구 실책이 나오며 1점을 더 보탰고, 마이크 포드의 우전 적시타 때 1점을 더 추가해 7-0까지 달아났다. 신시내티 특유의 역동성이 다저스를 무너뜨린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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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데 라 크루즈는 4개의 도루를 추가했다. 1901년 이후 메이저리그 역사상 팀의 첫 44번째 경기에서 30도루를 기록한 6번째 선수로 기록됐다. 종전 이 기록을 달성한 선수는 1974년 루 브록, 1981년 팀 레인스, 1982년과 1986년, 그리고 1988년의 리키 핸더슨, 1987년 빈스 콜먼, 1996년 케니 로프턴까지 5명밖에 없었다. 데 라 크루즈가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이제 산술적인 도루 페이스는 110개에 이르게 됐다.

신시내티 마운드 분전도 빼놓을 수 없었다. 선발 수터가 ⅔이닝, 파간이 1이닝, 윌슨이 ⅓이닝을 던지며 경기 초반을 끌어줬고 리드를 잡자 닉 마르티네스가 마운드에 올라 5이닝 무실점 역투를 선보이며 리그 최강 다저스 마운드를 잡아냈다. 이날 신시내티는 총 7명의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 다저스 타선을 묶었다.

데 라 크루즈는 4타수 3안타 1볼넷 1타점 3득점 4도루의 대활약을 선보이며 다저스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스티븐슨은 2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해결사 몫을 했다. 벤슨과 포드도 타점을 올렸고 최근 대타로 나서 강한 인상을 보여준 페어차일드는 이날도 장타를 터뜨리며 힘을 냈다.

반면 다저스는 선발 글래스나우가 5이닝 6피안타 4실점으로 다소 부진했다. 8개의 삼진을 잡아내기는 했지만 시즌 평균자책점은 2.90으로 올랐다. 세 번째 투수 닉 라미레스는 2.1이닝 동안 5피안타 3실점으로 경기를 붙잡아주지 못했다. 오타니는 2타수 무안타 1볼넷 1도루를 기록한 뒤 9회 앤디 파헤스로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이날 다저스는 팀 전체가 8회까지 2안타에 묶이며 빈공에 시달렸다. 선발로 나선 선수로는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와 크리스 테일러만이 안타를 쳤고, 9회 오타니를 대신해 들어온 앤디 파헤스가 안타 하나를 보태는 데 그쳤다. 9회 2사 만루에서 개빈 럭스의 2타점 적시타로 셧아웃 패배를 면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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