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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새 외국인 투수를 물색하고 있던 한 구단 감독은 한 선수의 이야기에 입맛을 다셨다. 지난해까지 삼성에서 뛰다 부상으로 어쩔 수 없이 낙마했던 우완 알버트 수아레즈(35·볼티모어)의 영입도 고려했지만 선수 측이 KBO리그로 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실제 수아레즈는 몇몇 구단의 관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 뛰다 2022년 삼성과 계약한 수아레즈는 첫 해 30경기에서 173⅔이닝을 던지며 6승8패 평균자책점 2.49를 기록했다. 승운이 다소 없었을 뿐 투구 내용 자체는 좋았다. 시속 150㎞대 중반까지 나오는 빠른 공은 그 자체로도 KBO리그에서는 큰 매력이었다. 구속에 비해 경기 내용이 압도적인 맛은 떨어지지만, 그래도 6이닝을 잡아줄 수 있는 계산이 서는 투수로 평가됐다.
그런 수아레즈는 2023년 19경기에서 4승7패 평균자책점 3.92로 전년 대비 성적이 떨어졌고, 여기에 시즌 중반 부상까지 겹치면서 결국 퇴출됐다. 당시 삼성도 고민을 안 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순위 싸움이 급한 상황에서 수아레즈를 기다려 줄 여유가 없었다. 이는 많은 구단들이 수아레즈를 영입 후보로 두는 하나의 사유가 됐다. 보류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다만 수아레즈는 삼성을 떠난 뒤 부상 재활을 거쳐 볼티모어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KBO리그 구단의 오퍼에 “메이저리그 도전을 해보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결국 미국 무대에 남았다. 게다가 볼티모어도 수아레즈를 풀어주지 않겠다는 뜻이 확고했다. 예비 자원으로 쏠쏠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있었고 실제 시범경기에서도 수아레즈를 부지런히 활용하며 그 가능성을 타진했다.
볼티모어, 그리고 수아레즈의 선택 모두 옳았다. 비록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에 합류하지는 못했지만 볼티모어 선발진이 줄부상에 시달리자 볼티모어는 예비 자원으로 봤던 수아레즈를 전격 콜업했다. 2017년이 메이저리그 경력의 마지막이었던 수아레즈의 감격적인 빅리그 복귀였다.
단순히 복귀해 마운드를 밟는 것에 의의를 둔 것만이 아니었다. 수아레즈는 기대 이상의 투구로 이제는 볼티모어 마운드 구상에 포함되는 선수로 거듭났다. 수아레즈는 빅리그 복귀전이었던 4월 18일 미네소타와 경기에서 5⅔이닝 3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불펜이 승리요건을 날리기는 했지만 코칭스태프의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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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레즈를 장바구니에 넣고 대체 외국인 선수 후보로 노리고 있었던 일부 구단들은 다시 입맛만 다시게 됐다. 이제 메이저리거 신분인 당장 수아레즈가 KBO리그에 올 이유가 없어졌고, 설사 볼티모어의 멤버 구성 전략상 신분 변화가 생긴다고 해도 볼티모어가 쉽게 풀어줄 리도 없고 또 다른 팀에서 눈독을 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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