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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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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공정성 훼손" 사상 초유 심판 해고 사태…왜 '오심 장본인'은 해고 철퇴 피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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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리그 공정성을 훼손했다."

KBO가 오심 은폐 시도 의혹을 받는 심판을 해고하는 사상 초유의 징계를 확정했다. KBO는 19일 인사위원회를 개최하고 지난 14일 대구 NC 다이노스-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오심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민호, 문승훈, 추평호 심판위원의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 심판조장이자 논란의 발언을 한 당사자인 이민호 심판위원은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KBO가 심판 해고 징계를 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심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인 문승훈 심판위원은 3개월 정직(무급) 징계를 우선 내렸다. 문승훈 심판위원은 14일 NC-삼성전의 주심으로 ABS(자동볼판정시스템)의 스트라이크 콜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도 확인하지 않고 볼로 넘기면서 문제를 일으켰다. ABS 콜을 같이 듣고 확인할 의무가 있는 3루심이었던 추평호 심판위원 역시 3개월 정직(무급) 징계를 받았다. KBO는 3개월 정직을 판단한 근거와 관련해 "규정이 정한 정직 최대 기간"이라고 설명했다.

단 문승훈 심판위원은 3개월 정직 징계가 끝나면 추가 인사 조치하기로 했다. 주심으로서 오심을 일으킨 책임 역시 무겁다고 본 것이다.

이민호 심판위원이 해고된 건 문제의 발언 때문이다. NC가 1-0으로 앞선 4회말 삼성 공격 상황. NC 선발투수 이재학이 2사 1루에서 이재현을 상대할 때였다. 볼카운트 0-1에서 2구째 직구에 문승훈 주심은 볼을 선언했는데, 강인권 NC 감독이 ABS 확인용 태블릿PC에 전송된 데이터를 확인해 보니 문제의 공이 스트라이크로 찍혀 있었다. ABS의 데이터 전송 시간 지연 문제로 강 감독은 이재학이 3구를 더 던진 뒤에야 심판진에 어필을 시도할 수 있었다.

2구째가 스트라이크라는 명백한 증거가 나와 있는 상황. 심판진은 강 감독에게 항의를 받고 논의를 시작했으나 심판진이 실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민호 심판위원이 잘못을 인정하면서 문제를 바로잡기보다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사태를 수습하기로 마음을 먹으면서 일이 복잡해졌다.

이민호 심판위원은 "안 들렸으면 안 들렸다고 사인을 주고 해야 되는데 그냥 넘어가 버린 거잖아”라고 문승훈 주심을 다그치다가 이내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들으세요(하세요). 아셨죠? 우리가 빠져나가려면 그것 밖에 없는 거예요. 음성은 볼이야. 알았죠? 우리가 안 깨지려면 일단 그렇게 하셔야 돼요”라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이민호 심판위원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중계방송으로 나가면서 야구팬들은 더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공정한 판정을 위해 노력하는 나머지 심판들도 욕보일 수 있는 발언이기도 했다.

이민호 심판위원은 심판진이 논의하는 목소리가 팬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 줄도 모른 채 "투구한 공이 음성으로는 볼로 전달이 됐다. 그런데 ABS 모니터를 확인해 보니 스트라이크로 판정이 됐다. 어필 시효가 지난 걸로 해서 카운트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심판 합의 내용을 밝혀 팬들의 분노에 불을 더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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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는 "우리가 빠져나가려면", "우리가 안 깨지려면"과 같은 문제의 발언이 리그 공정성을 훼손한다고 판단했기에 계약 해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오심은 실수의 영역이라고 본다면, 문제 발언은 의도가 담긴 행동이기에 해고 철퇴를 피할 수 없었다. 이민호 심판위원과 나머지 두 심판위원의 징계 수위가 갈린 배경이다.

KBO는 "심판위원 3명은 지난 14일 대구 NC-삼성전에서 ABS 판정 관련 실수 및 부적절한 언행으로 리그 공정성을 훼손했다"며 "KBO는 이번 사안이 매우 엄중하다고 판단해 인사위원회를 개최했고 위와 같이 징계를 확정했다"고 강조했다.

피해를 본 NC 구단은 경기 뒤 KBO에 사과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고, KBO는 심판진을 징계하는 것으로 일단 답을 했다. 또 KBO는 재발 방지를 위해 음성 수신기 장비를 구단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양팀 더그아웃에 설치하기로 했다. 태블릿으로 ABS 데이터가 전송되는 속도가 느려도 심판과 같은 시간에 구단도 음성 수신기로 같이 확인할 수 있다면 이번과 같은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는 의도였다.

KBO는 "주심 혹은 3루심이 스트라이크/볼 판정 수신에 혼선이 발생했을 경우, ABS 현장 요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양 팀 덕아웃에서도 주심, 3루심과 동일한 시점에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음성 수신기 장비를 배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KBO가 더 일찍 보완해 방지할 수 있었던 문제를 방치하다가 심판 해고 사태까지 이어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강인권 감독은 "우리들이 시범경기를 통해서 ABS를 이용하면서 태블릿PC에 전송되는 시간과 관련해 항상 문제 제기를 했다. KBO에서도 인지는 하고 계셨고, 시즌이 시작하면 분명 개선될 것이라고 이야기도 해 주셨다. 그런 점들이 조금 일찍 개선되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또 음성 수신기 장비를 일주일 뒤에 도입한다고 들었는데, 조금 더 일찍 해 주셨으면 이런 상황이 발생되지도 않지 않았을까 그런 아쉬움이 든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상황을 안 만들어야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은 "공 하나가 넘어가야 (ABS 볼 판정 결과가) 나온다. KBO도 알고 있다. 개막 미디어데이 때 실무자들하고 감독하고 같이 미팅을 했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미스(누락)가 나왔을 때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봤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상황이어서 번복이 된다고 했고,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바로바로 뜨도록 하겠다고 얘기를 했다. KBO도 줄이려고는 한다. 시범경기보다는 빨라졌는데 그래도 다음 공은 들어와야 뜬다"며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KBO는 문제의 심판위원 3명을 중징계하면서 급한 불은 껐다. 추후 문승훈 심판위원 관련 추가 인사 조치는 어떻게 이뤄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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