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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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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명가’가 선택한 남자 김효범, 그가 꿈꾸는 삼성은…“상대로부터 존중받을 수 있는 팀” [MK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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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 의식을 지우고 상대로부터 존중받을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

‘KBL 명가’ 서울 삼성은 2010년대 들어 과거의 영광을 순식간에 잃었다. KBL 출범 후 매 시즌 우승 후보로 꼽혔던 그들이었으나 지금은 패배가 익숙한, 아니 당연한 팀이 됐다.

삼성의 추락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반등의 기회는 충분히 주어졌으나 매 순간 선택이 옳지 못했고 결과는 3시즌 연속 꼴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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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범 감독은 더 이상 서울 삼성의 대행이 아닌 정식 지휘봉을 잡았다. 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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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7시즌 이후 7시즌 동안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무려 4번이나 꼴찌를 경험했다. ‘위닝 멘탈리티’를 기대할 수 없는 팀이 삼성이었고 그렇게 바닥없이 추락했다.

2023-24시즌도 다르지 않았다. 은희석 감독은 강한 리더십으로 패배 의식에 지배된 선수들을 바꾸려 했으나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더욱 무너지고 말았다. 대학 최고의 명장도 삼성의 반등을 이루지 못했고 결국 4승 18패라는 아쉬운 성적과 함께 일찍 자리를 떠나야 했다.

은희석 감독의 빈자리를 채운 건 김효범 감독이었다. 그는 감독대행으로서 무너져가는 삼성을 책임졌고 남은 기간 동안 10승 22패를 기록했다. 물론 삼성이 가진 전력만 놓고 보면 그 누가 오더라도 깜짝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더군다나 주축 전력의 잇따른 부상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올라가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 10연패도 경험했다.

그러나 10연패에서 탈출한 2월 창원 LG전을 시작으로 김효범 감독과 삼성이 거둔 성적은 9승 9패다. 이 과정에서 2번의 연승이 있었을 정도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까지 순위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의미 없는 결과가 아니었다. 진정한 경쟁 속에서 거둔 9승 9패, 5할 승률이었다.

김효범 감독은 대행이라는 틀 안에서 최선을 다했고 삼성이라는 팀을 천천히 바꿨다. 그가 가장 집중했던 건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패배 의식을 지우는 것이었고 비록 패하더라도 마지막까지 추격하는 의지를 갖게 했다.

삼성 역시 이 부분에서 김효범 감독에게 많은 점수를 줬다. 때로는 사탕처럼 달콤하게, 때로는 성난 사자처럼 포효하는 리더십을 인상적으로 바라봤다. 결국 ‘올드 보이’보다 ‘영 보이’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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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명장으로 꼽히는 김효범 감독, 그는 이제 감독 커리어의 출발점에 섰다. 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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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범 감독은 지난 17일 MK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감독 선임 기사가 나가기 직전까지 나조차 (감독이) 된 줄 몰랐다(웃음). 오후에 미팅이 있었고 들어가는 순간 단장님께서 ‘잘 부탁하네’라고 하시길래 그때야 알게 됐다”며 “뭔가 홀가분하면서도 기분 좋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나 역시 정식 감독이 되고 싶다는 야망이 있었다. 다만 내가 혼자 이룰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기쁜 만큼 고마웠다. 그동안 묵묵히 옆을 지켜준 가족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만큼 선수들에게도 감사하다”며 “대행이 된 후 치른 첫 훈련이 기억나면서도 10연패를 끊을 수 있게 잘해준 (홍)경기, 마지막에 승부를 결정지어준 (이)정현이, 죽기 살기로 수비해주는 (이)동엽이, (최)승욱이, (신)동혁이 등 모든 선수에게 고맙다. 감독이란 자리는 책임감이 큰 자리이자 나 혼자 잘하고 또 하고 싶다고 해서 차지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그렇기에 더욱 겸손해야 한다는 걸 다짐했다”고 덧붙였다.

김효범 감독이 지휘봉을 잡는다고 해서 삼성이 당장 6강 후보로 올라서는 건 아니다. 그들이 가진 전력은 여전히 10개 구단 중 가장 떨어진다. 전력 보강은 당연한 일.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아직도 남아 있는 패배 의식 지우기다. 좋은 선수들이 온다고 해도 이기고자 하는 의지가 상대보다 떨어진다면 삼성에 반전은 없다.

김효범 감독은 “삼성에서 코치, 대행으로 있는 동안 느낀 건 우리는 상대가 쉽게 보는 팀이었다는 것이다. 그런 인식을 지우고 또 바꾸는 것이 목표라고 해도 당장 상대가 우리를 걱정하거나 무섭게 보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최우선 목표는 삼성이란 팀을 타이트하고 또 터프하게 만드는 것이다. 패배 의식을 지우고 상대로부터 존중받을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 그러려면 팀 문화부터 만들어야 한다. 결국 내가 아닌 우리가 잘해야만 가능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더 큰 그림도 있었다. 김효범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행복하고 또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선수로서 경험한 분위기와 문화가 있고 코치로서 경험한 것도 있다. 여기에 미국에서 느낀 문화도 있다. 사실 미국에서 경험한 것들을 대한민국에서도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있었다. 근데 대행을 맡으면서 시행착오도 있었으나 ‘가능하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오프 시즌 동안 선수들이 갖는 육체적, 정신적인 고통을 줄이고 섬세하면서도 디테일한 농구로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팀, 환경을 만들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다른 팀 선수들이 삼성을 보면서 ‘정말 부럽다’고 느낄 것이다. 그런 문화를 꼭 만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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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범 감독이 원하는 서울 삼성은 상대로부터 존중을 받는 팀이다. 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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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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