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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허탈한 박혜진 “우승도 FA도 아직 실감이 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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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아산 우리은행 박혜진.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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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WKBL) 아산 우리은행은 사상 초유의 ‘시즌 조기 종료’로 정규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린 팀이 됐다. 리그가 재개됐더라도 매직넘버 ‘1’남 남았기 때문에 1위 자리에서 내려올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축포도, 헹가래도 없는 허탈한 우승이다. 또 플레이오프까지 사라지면서 2년 만의 통합 우승 도전도 강제로 막히고 말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리그를 중단했던 WKBL(한국여자농구연맹)은 지난 20일 열린 이사회에서 '잔여일정 취소'를 결정했다. 이날 오전까지도 리그 재개를 기다리며 서울 장위동 체육관에서 훈련했던 박혜진(30)은 “통제된 생활 속에 기약 없는 훈련의 반복이라 답답하기도 했지만 평소와 다름없이 운동하고 있다가 갑자기 소식을 들으니 많이들 허탈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해 11월 도쿄올림픽 1차 예선과 올해 2월 최종예선에 모두 나가느라 시즌 내내 단 한 순간도 쉴 수 없었다. 박혜진은 “너무 정신 없던 시즌이었다. 대표팀과 팀 생활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았다”면서도 “이 상황에서 시즌이 종료돼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팀이 1위를 한 부분은 그래도 잘 마무리된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표팀과 소속팀 모두에서 박혜진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올림픽 최종예선에선 3경기에서 평균 12점, 4.7어시스트, 3.3리바운드로 활약하며 한국을 12년 만에 올림픽 본선 무대에 올려 놓았다. 박혜진은 B조 베스트 5에도 선정됐다.

우리은행에서의 역할은 더 컸다. 이미 그는 2012~13시즌부터 통합 6연패를 일군 주역이다. 올 시즌 역시 27경기에서 뛰며 14.7득점(전체 7위ㆍ국내선수 3위), 5.4어시스트(전체 2위), 5.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팀 내 토종 선수 중에 가장 많은 평균 득점을 올리며 팀 통산 11번째 정규리그 우승에 앞장섰다. 핵심 멤버였던 임영희 코치가 은퇴 후 치른 첫 시즌이었기에 주장으로서의 부담이 컸다. 박혜진은 “영희 언니가 은퇴하면서 감독님이 어렵게 일궈 놓은 것들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싫은 잔소리도 많이 했는데 동생들이 잘 따라줬다”고 돌아봤다.

박혜진은 두 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했다. 이사회에서 원소속팀과의 우선협상을 폐지하기로 규정을 손질하면서 그의 주가는 치솟을 전망이다. 지난 20일 한 호텔에서 소박한 축승회로 시즌을 마무리한 박혜진은 “시즌 종료도 그런데 FA는 아직 와 닿지 않는다. 당분간 부산에 있는 집에 가서 쉬고 싶다”고 말했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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