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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ㄱ ㄴ ㄷ ㄹ…' 익히는 마틴 코치…男 V리그 첫 외국인 감독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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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토크]프로배구 스타 선수 출신 …"인간적인 지도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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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멕 마틴 우리카드 코치가 한국어가 적혀있는 화이트보드를 가리키며 웃고 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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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스승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56)은 네맥 마틴 코치(36·슬로바키아)에 대해 "언젠가 V리그 남자부 최초의 외국인 감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마틴 코치는 "감독님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며 예의를 표했다.

최근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만난 마틴 코치의 책상 위에는 'ㄱ ㄴ ㄷ ㄹ…' 등을 슬로바키아어 발음에 맞춰 적어 놓은 화이트보드가 걸려있었다. 한 때는 V리그를 호령했던 외국인 선수에서 이제는 남자부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이라는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있는 그의한 단면이었다.

여자부에서는 흥국생명을 지휘한 반다이라 마모루(일본) 감독이 있었지만 남자부에는 아직 외국인 사령탑은 없었다.

슬로바키아 국가대표를 지냈던 마틴 코치는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얼굴이다. 그는 2011~2013년까지 대한항공에서 뛰었고, 2015-16시즌에는 KB손해보험 유니폼을 입고 국내 코트를 누볐다.

2011-12시즌부터 2년 연속 서브상을 받았고, 국내 무대에서 통산 11차례 트리플크라운(서브, 블로킹, 백어택 각각 3개 이상)을 달성했을 정도로 빼어난 외국인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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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시절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불렸던 마틴. (한국배구연맹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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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코치는 2018-19시즌을 앞두고 우리카드 코치로 '깜짝' 선임돼 팬들을 놀라게 했다. 이탈리아, 터키와 인도네시아 등에서 뛰었던 마틴 코치는 은퇴 후 첫 지도자 생활을 한국에서 시작했다.

코트에서 누구보다 파이팅이 넘쳤던 그에게 "그래도 가끔 뛰고 싶지 않느냐"고 묻자 "이제는 예전처럼 하기 힘들다. 발목부터 무릎 등이 다 아프다"고 웃었다.

이어 그는 "때마침 신영철 감독의 부름이 왔고, 주저 없이 한국에 왔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마틴 코치를 데려온 배경에 대해 "대한항공에서 뛸 때부터 좋게 봤다. 은퇴 후에 코치로 함께 하자는 이야기를 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 감독은 "굉장히 책임감이 강하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FIVB 코치 레벨Ⅲ 자격증도 따왔다. 올 시즌을 마친 뒤에는 직접 선수기용이나 전술 등을 짤 수 있는 기회도 줄 것이다. 언젠가 나는 은퇴하겠지만 마틴은 V리그 최초의 외국인 감독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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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우리카드 코치. (한국배구연맹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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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코치는 "은퇴하기 5년 전부터 미리 지도자 준비를 하고 자격증을 따기 시작했다"며 "시즌이 끝나고 난 뒤 틈틈이 미래를 위해 시간을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준비된 지도자인 그는 FIVB 코치 자격증, 체력 3급 자격증, 물리 트레이너 3급 자격증, 보디빌딩 자격증 등을 가지고 있다.

마틴 코치에게 한국은 '제2의 고향'이다.

시간을 따로 내서 일주일에 1~2차례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그는 또박또박 한국말로 "우리 감독님"이라고 말했다. 말하는 것은 조금 어색하지만 웬만한 한국어는 이해하는 정도의 수준이다.

마틴 코치는 "배구 관련된 것은 큰 문제가 없다. 다음 시즌에는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 한국어로 제작한 개인 사이트도 있다. 홈페이지에는 그의 프로필을 비롯해 사진첩, 각종 자격증 등이 모두 한국어로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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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로 제작한 마틴 코치의 개인 홈페이지. (네맥 마틴 사이트 캡처)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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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코치는 지난해 가족들이 자녀 교육 문제 등으로 슬로바키아로 돌아가 현재는 혼자 인천 청라에서 생활하고 있다. 마틴 코치는 3남매의 아빠다.

그는 "원래 인생이 그런 것"이라며 "가족들과는 수시로 연락한다. 그래도 팀 성적이 좋아서 다행"이라고 미소 지었다.

이제 프로 2년 차 초보 지도자 이지만 팀원들과 호흡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우리카드는 지난 시즌 창단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나갔고, 올 시즌에도 현재 1위에 자리하고 있다.

마틴 코치는 "인간적이고 선수들을 이해하는 지도자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한 뒤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그는 "신 감독님 밑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면서 "만약 기회가 된다면 꼭 한국에서도 지휘봉을 잡아보고 싶다"고 밝혔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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