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1 (화)

협력업체와 공조 불가피 외압 차단부터 시작[SS 심층진단-KBO리그 산업화⑧]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지난해 미국독립리그 애틀랜틱 리그 경기에서 로봇심판 시스템이 적용되는 모습. | cbs스포츠 캡처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그리는 프로야구 산업화는 필연적으로 관련 업계와 협조 체계를 다질 수밖에 없다. 야구라는 콘텐츠로 일종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일으켜야 하기 때문이다. 협력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 공정성과 효율성을 담보할 KBO만의 혜안과 지혜가 필요하다.

올해들어 KBO는 다양한 협력업체 선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스타전과 포스트시즌을 포함한 KBO 주관 대회 행사 대행부터 미디어센터 운영과 아카이브 서비스 개발 용역 등을 입찰 형태로 추진하고 있다. 퓨처스리그에 도입할 이른바 로봇심판이나 미세먼지 간이측정기 구매와 설치를 담당할 업체도 찾고 있다.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정부가 운영하는 나라장터를 통해 공개입찰 형태로 사업체를 선정하는데, 그 기준을 두고 벌써 여러 얘기가 나온다. 이미 업체를 정해두고, 해당 업체가 아니면 자격 요건을 충족시킬 수 없도록 기준을 설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공개입찰 형태를 띄고 있지만, KBO와 이해관계가 얽힌 업체를 내정했다는 의혹은 경쟁사 입장에서 충분히 제기할 수 있다.

뉴미디어 중계권자 입찰 때에도 이런 얘기가 나왔다. 당시 방송사 관계자들은 “KBO가 원하는 기준을 충족하기에 버거운 조항이 한 두개 있었다”고 귀띔했다. 다년간 중계노하우를 쌓아 뒀지만 머니게임으로 전개되면 대형 포털사이트와 이동통산 3사의 자금력을 따라 잡을 수 없기 때문에 나온 푸념에 가까웠다. 이 과정에 “구단을 보유한 그룹의 외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다. 5G 이동통신망 홍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동통신사의 요구가 KBO리그의 파급력과 맞아떨어진 게 진짜 이유였다. 이동통신 3사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최대 홍보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을 했고, 포털사이트라는 매가톤급 플랫폼과 공조가 불가피했기 때문에 이통3사 및 포털 컨소시엄이 방송연합에 압승을 거뒀다.

향후 리그 콘텐츠 산업을 전개할 때에도 이런 문제는 반복될 수 있다. 특정 세력의 손을 들어주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데이터 통합 시스템 도입도 마찬가지다. 자동 스트라이크 볼 판정 제도 도입도 선정 업체가 카메라 기반인지, 트래킹 데이터 시스템인지에 따라 무성한 뒷말이 나올 수 있다. KBO와 오래 인연을 맺은 업체일수록 ‘공개입찰’ 과정에 특례아닌 특례를 입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난무한다.

KBO는 2016년 3월 중국봉구협회(CBAA)와 야구 보급을 비롯해 마케팅, 인프라, 지도자 파견을 통한 선수 육성 등 교류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중국 시장 진출을 꾀했다. 당시에도 중국 업무를 맡을 대행 업체를 선정했는데 선정된 A업체는 야구는 물론 중국 관련 업무를 수행한 적이 없고 KBO 전 기획팀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KBO의 중국 진출은 무산되고 말았다. KBO가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산업화를 위한 초석을 닦으려면, 관련 업체로부터 신뢰를 받는게 우선이다.

야구계 자체가 오랜 밀실행정으로 팬들의 신뢰를 잃은 탓에 아무리 소리 높여 “투명하게 진행했다”고 강조해도 의혹이 꼬리를 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스스로를 냉철하게 돌아볼 필요도 있지만, 무엇보다 팬들에게 업체 선정 과정을 공개하고, 이유를 설명하는 장을 자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설명을 요구하는 시대에 발맞추는 것 또한 산업화 기반을 다지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bng7@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