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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20승’ 박인비 “모두 내게 아홉수냐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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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향해 한 걸음 더 전진

한국일보

박인비가 16일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로열 애들레이드 골프 클럽에서 열린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우승컵에 키스하고 있다. 박인비는 이번 우승으로 한국선수로서는 두 번째로 LPGA투어 통산 20승 달성에 성공했다. 애들레이드=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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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제게 숫자 ‘19’에 갇힌 것이냐 물어왔어요. 한국에서 아홉 번째는 행운의 숫자가 아니거든요.”

박인비(32ㆍKB금융그룹)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20승이라는 또 하나의 전설을 써내려 갔다. 한국 선수로는 25승의 박세리(43)에 이어 두 번째다. 19승 이후 699일만에 마침내 ‘아홉수’를 떨쳐내고 일궈낸 우승이다.

박인비는 16일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로열 애들레이드 골프 클럽(파73ㆍ6,648야드)에서 열린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총상금 130만달러)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4개로 1타를 잃었지만 최종합계 14언더파 278타를 적어내며 우승트로피에 키스했다. 박인비와 함께 마지막 조에서 경기를 치른 조아연(20ㆍ볼빅)은 4타를 잃어 공동 6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2007년 LPGA 투어에 데뷔한 박인비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는 최근 LPGA투어 홈페이지에서 진행된 팬 투표에서 2010년대를 빛낸 최고의 골퍼에 선정되기도 했다. 2008년 첫 승을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거둔 그는 총 7번의 메이저대회 우승을 기록했고, 2015년 브리티시 오픈을 제패하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박인비는 또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해 태극마크를 달고 금메달까지 거머쥐었다.

하지만 박인비는 2018년 뱅크 오브 오프 파운더스컵에서 19번째 우승컵을 든 이후 오랫동안 우승에 목이 말랐다. 19승 이후 1년 11개월 동안 무려 32번의 도전 끝에 20번째 승리를 안았다. 경기를 마친 박인비는 “나도 20승 언제 올지 몰랐다. 주변에서도 모두들 제게 숫자 ‘19’에 갇힌 거냐고 물어왔다. 한국에선 아홉 번째가 행운의 숫자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20번째 우승을 호주에서 이뤄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이번 주 내내 퍼트가 안정적이어서 우승의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우승 비결을 밝혔다.

올림픽 2연패 도전을 노리던 박인비 이기에 이번 우승은 더욱 값졌다. 그는 4년만에 처음으로 시즌 개막전부터 출전해 순위 상승을 노릴 정도로 올림픽 진출에 의욕을 보였다. 이번 주까지 박인비는 세계랭킹 17위로 한국 선수 중 6위였다. 올림픽에 진출하려면 세계랭킹 15위 이내에 진입하고 한국 선수 중 4위 이내에 들어야 한다.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돼 올림픽 2연패를 향한 도전도 탄력을 받게 됐다. 박인비는 “우승이 시즌 초반에 나와 줘서 마음이 편하다”며 “하지만 한 번의 우승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 같아, 남은 시즌에서 최대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날 박인비는 위기 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응하며 노련한 경기 운영을 선보였다. 그는 첫 홀을 보기로 시작하며 위태로운 시작을 했다. 여기에 조아연이 3번 홀(파4)에서 먼저 버디를 잡아 박인비를 1타 차로 압박했다. 하지만 박인비는 똑같이 버디에 성공하며 2타 차로 달아났고, 다음 홀에도 버디로 간격을 벌렸다.

위기는 또 찾아왔다. 이번엔 중국의 류위(25)에게 2타 차로 쫓겼다. 그러나 류위 역시 16, 17, 18번 홀에서 3연속 보기를 치면서 스스로 무너졌고, 박인비는 침착하게 17번 홀에서 2위와 3타 차를 만드는 버디로 승리를 확정 지었다.

이때 박인비는 우승을 직감했다. 박인비는 “17번 홀 버디를 한 후에 리더보드를 보니 3타 차여서 안전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박인비는 “전반은 조금 수월했는데, 후반은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버디 기회를 많이 못 만들었다”며 “그래서 파만 하면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또 “오늘 컨디션 자체가 어려운 날이었는데, 타수를 지키려고 노력을 했다”며 “위기도 있었고 기회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좋은 퍼트로 위기의 순간을 잘 넘겼던 것 같다”고 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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