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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이슈 박항서의 베트남

'베트남의 영웅' 박항서 감독, “재계약 고민했지만, 초심 잃지 않겠다"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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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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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하노이(베트남), 서정환 기자]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축구의 미래를 위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축구대표팀은 19일 오후 10시(한국시간) 베트남 하노이 미딩국립경기장에서 치른 아시아지역 월드컵 2차예선 G조에서 태국과 0-0으로 승부를 내지 못했다. 무패행진의 베트남(3승2무, 승점 11점)은 G조 1위를 지켰다.

박 감독은 동남아시안게임(SEA)에 출전하는 U22 대표팀 지도를 위해 20일 호치민으로 이동했다. 베트남 국내에서 A대표팀보다 호성적에 대한 기대감이 훨씬 큰 중요한 대회다. 박 감독은 바쁜 와중에도 이동에 앞서 시간을 쪼개 국내취재진과 만났다.

다음은 박 감독과 일문일답.

- 2019년 A대표팀 일정을 마친 소감은?

A팀은 끝났지만 C팀 지도를 위해 호치민으로 내려가야 한다. 계속 일이 진행되고 있다. A대표팀은 사실 스즈키컵과 월드컵 예선이 있다. A팀은 소집기간이 길지 않다. 베트남 V리그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길어야 일주일 정도 소집된다. 나도 뒤돌아보면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다. 일년이나 버틸 수 있을까 했다. 행운이 많이 따라줬다. 좋은 선수들과 스태프들 만나서 잘 지내왔다.

- 베트남축구협회와 2년 재계약을 맺었다. 당시 고민이 많았나?

와이프가 당연히 조언을 해줬다. 지인들과도 상의했다. 주변에서 어느 정도 결과를 냈으니까 그만해야 되지 않느냐고 했다. 저를 생각해서 하신 말씀이다. 다른 분들은 ‘네 나이에 직장 있는 것이 어디냐. 그냥 하라’고 했다.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내가 잘하는 것이 축구밖에 없다. 내가 원하는 곳에서 일하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베트남은 내 축구인생에서 기회를 제공해준 나라다. 국민들에게 사랑도 받았다. 기대치가 높아 염려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런 부분을 두려워하면 모든 일을 할 수가 없다. 초심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려 한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내 축구인생에서 내 삶에 올바른 길이라 생각해 결정했다.

- 재계약 결정 후 UAE(1-0승) 태국(0-0무)전은 기대치가 더 높았는데?

많은 분들이 재계약을 하고 난 이후 공식전을 했으니 부담감을 높게 보신다. 나는 사실 ‘내년 1월 31일까지 계약돼 있는데 왜 지금 이야기를 하지?’ 했다. 2승을 했으면 좋았겠지만, 1승 1무로 홈에서 마무리를 잘했다. 그런 부분에서 재계약 후 경기는 그냥 일한다고 생각했다. 주변에서 자꾸 이야기를 하시는데 그냥 준비했다. 큰 부담은 없었다. 다행히 이겼으니까. 잘못되면 다른 말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 앞으로 2년의 청사진을 그린다면?

내년 U23팀까지는 우리 포메이션에 변화는 없다. 내년 A대표팀은 코치들과 고민하고 잘 상의하겠다. 우리 포메이션이 너무 노출돼 있어 갖고 가야 할지 고민하겠다. 전술적 부분도 다시 보완해야 한다. 내년 A팀에 C팀의 재능있는 선수들이 올라올 수 있다. 문제는 중앙 스트라이커가 경험 많은 선수가 없다. 과연 원톱으로 가능할지 고민이다. 안되면 투톱을 둘지 운영방안을 생각해보겠다.

포백으로 하면 강한 팀을 만나서 과연 능력이 될지도 고민이다. 스리백으로 5-4-1로 해서 강팀을 만나면 ‘너무 수비적’이라 생각할 수 있다. 나는 축구를 실리적으로 생각한다. 동남아 상대로는 실점이 없지만 강팀을 만나면 가능할지 고민이다. 경쟁력이 있어야 하는데 옷만 갈아입히는 것 같아 고민이다. (전력이) 너무 많이 노출돼 있다.

- K리그 지도자 시절에 비해 화를 많이 참는 것 같다. 유해진 이유는?

여기 오면 마음은 편하다. 집중할 수 있다. 한국에서 왔을 때 산전수전은 아니지만 나름 이것저것 다 겪어봤다. 눈물도 흘려봤다. 환희도 느껴봤다. 여기 오면 잡생각이 안든다. 축구에 집중할 수 있다. 한국에 있으면 여러 사람도 만나야 한다. 여기서는 낯선 타국에서 행동 하나하나에 책임감을 갖고 조심해야 한다. 선수들도 말은 통하지 않아 깊은 이야기는 못해도 마음을 주고 받는다. 마음에 여유로움이 있다. 성격적으로 급한 편이고 다혈질이다. 운동장에서 약간 그런 부분이 있다. 피해의식이 있다. 여기선 그런 피해의식이 없다.

- 어제 경기 후 태국코치와 실랑이를 벌였는데?

니시노 감독은 홍명보, 황선홍을 가르쳤던 감독이다. 한국축구를 잘 이해하는 감독이다. 나보다 선배다. 근데 어제 태국코치는 괜히 자꾸 날 비웃듯이 웃더라. 끝나고 니시노 감독에게 갔는데 코치가 날 보더니 비웃듯이 하길래 왜 그러냐고 했다. 말이 안 통하니 무슨 이야기인지 몰랐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해선 안되지만 상대도 감독에게 그래서는 안된다. 나도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싸울 이유도 없지만 그냥 넘어가기는 그래서 그랬다. 신경전이라고 할 수도 있다.

- 박항서 감독이 오기 전 베트남이 태국에 징크스를 갖고 있었는데?

역대 전적으로 보면 내가 오기 전 (베트남이 태국에) 3무14패다. 2007년 이후 미딩경기장에서 한 번도 태국을 못 이겼다. 4번해서 1무3패다. 그제 태국의 유명한 선수가 베트남이 홈에서 태국을 못 이기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 선수가 ‘베트남은 절대로 못 이긴다. 왜? 이기겠다는 마음이 너무 강해서 과도한 흥분을 한다. 꼭 퇴장을 당한다’고 했다. 과도한 부담으로 흥분해서 경기를 망친다. 그 기사를 보고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너무 못 이기니까 집착하고 과도한 부담을 가졌다. 실수하고 자멸했다.

이제는 23세도 그렇고 대표팀도 그렇고 2년 동안 한번도 지지 않았다. 태국이 우리보다 수준이 높다. 프로축구도 ACL에 나간다. 다만 FIFA랭킹대로 승부가 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부분에서 우리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 베트남은 전력열세를 조직력으로 커버하는데?

한국이 브라질에게 3-0으로 졌다. 그 정도 기량 차이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 동남아시아권에서는 조직력으로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긴다고는 할 수 없지만 축구는 불확실성의 종목이다. 변수가 많다. 그 정도라면 조직력과 개인 기량 외적인 것으로 어느 수준까지 할 수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잘 다듬으면 조직력과 외적인 부분으로 이기지는 못해도 쉽게 지지 않을 수 있다.

- 베트남도 최근 성적이 나면서 선수들이 자만하기도 하나?

선수들이 착하다. 규칙은 정해놨다. 자기관리를 못해서 망가지는 한국선수를 많이 봤다고 베트남 선수들에게 이야기해준다. 훈련장에서 엄하게 한다. 베트남 선수들이 산만해서 집중시키는 편이다. 끝나고 나면 의무실에 자주 간다. 사랑방이다. 2인 1실을 쓰다보니 밤에 치료하면서 선수들이 다 모인다. 거기 가서 선수들과 장난도 친다. 선수들과 소통을 한다. 또 어디에 치료를 받는지 보면 그 다음에 뛰는 상태를 알 수 있다. 의료진의 말보다 직접 보면 체크할 수 있다. 정보도 들을 수 있다. 그래서 간다.

2년 있으면서 팀의 규칙을 벗어나거나 큰 문제를 일으킨 선수는 없었다. 그런 선수가 가끔 보이기도 한다. 협회에서 정보도 준다. 내가 통역을 통해 경고메시지도 준다. 날 실망시키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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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팬들과 언론이 매우 열정적인데 부담도 되나?

처음에 왔을 때 우리 코치가 베트남 인구가 2억(실제는 1억 정도)이라고 하더라. 대표팀 경기를 하면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35만 명 있다고 한다. 그 친구들이 다 감독이라고 하더라. 우리 선수들도 하루에 인터뷰를 하는데 웬만하면 안하려고 한다. 가끔 이상한 질문을 받으면 예의를 갖춰 답변을 하지 않는다.

- 앞으로 2년의 계획은?

변화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2기로 들어가야 한다. 선수들을 어떻게 관리할지 고민이다. 영양사, 의무팀, 분석가, 피지컬코치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베트남 협회가 축구선수라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 각자의 전문가에게 협조를 구해야 한다. 감독은 이를 잘 포장을 시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도움이 최대한 필요하다.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한 단계 진화한 시스템으로 가겠다. 조금씩 변화해가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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