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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이슈 '한국 축구' 파울루 벤투와 대표팀

[A-ISSUE] 역도는 되고 축구는 안 된 북한 취재+무관중...벤투호가 두려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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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신명기 기자= 안방에서 치른 한국전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었던 걸까. 북한은 한국 취재진-응원단의 방북을 막고 월드컵 예선전임에도 불구하고 무관중 경기를 치렀다. 반면 북한이 자신 있는 종목인 역도 대회를 개최하는 가운데 한국 역도 선수단은 축구와 비교해 협조적인 태도 속에 방북을 할 수 있었다. 축구에 허용되지 않았던 취재진도 역도 대회에 한해 허가가 떨어졌다. 불과 5일 차이로 열리는 경기-대회를 전후로 달라도 너무 다른 기준이 적용됐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무성의하고 비협조적인 태도로 인해 평양 원정경기가 전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됐다. 축구 취재단의 방북을 불허했고 무관중 홈 경기를 치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목을 기준으로 북한의 응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북한 측은 축구에 무성의한 모습을 보였던 것과 달리 역도 대회 취재에 대해서는 2명의 방북을 허용하는 등 적극성을 보였다. 다른 모습을 보인 북한의 속내는 어땠을까.

# 취재진 방북 무산+무관중 경기...잡음 많았던 평양원정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한국은 북한과 함께 2승 1무를 기록했지만 골득실에서 앞서 H조 1위 자리를 지켰다.

이번 경기는 시작 전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북한 측이 한국 원정단의 방북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당초 예정됐던 취재단과 응원단의 방북에 대해 문의를 했지만 허가되지 않아 무산됐다. 중계진이 평양에 들어가지 못하면서 현지에서 위성을 송출하는 방식의 중계에 마지막 기대를 걸었지만 그마저도 이뤄지지 않았다.

황당한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북한은 경기 전날 매니저 미팅을 통해서 관중의 입장에 대한 부분을 확인해줬지만 실제 경기는 무관중 경기로 치러졌다. 2023 여자월드컵 남북 공동 개최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지아니 인판티노 회장도 이번 경기를 참관했지만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2017년 여자 축구 대표팀의 아시안컵 예선이 북한에서 치러질 때와 확연히 달라진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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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취재진 방북 불허와 무관중 경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우선 취재진 방북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지난 2017년 여자대표팀의 방북과 비교해 북한의 태도에 대한 생각을 전해주었다.

이 관계자는 "여자 대표팀의 경우 전력에서 북한이 앞선다. 또한 당시에는 5개국이 참가한 대회였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의 취재 신청도 받아야 했다. 취재의 형평성과 북한의 전력 등을 고려하면 굳이 취재단을 막을 이유는 없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남북 전과 분위기와 환경이 달랐던 것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 이유로 봤다.

# 축구는 안 됐지만, 역도 대회 취재진 방북은 허가

반면 축구 경기를 홀대하는 태도를 보였던 북한은 역도 대회 개최를 앞두고 방북 취재단을 허용하는 등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둘러싸고 북한이 자신 있고 한국보다 전력이 강한 종목에 한해 적극성을 보인 것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렸다.

실제로 북한은 세계적인 역도 강국으로 명성을 떨치는 국가다. 오는 20일 평양에서 국제 규모의 대회인 아시아주니어 역도선수권대회를 개최하는 것도 자신감의 발로라고 볼 수 있다. 좋은 성적을 내고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 속에 축구와 달리 국내 역도 취재진의 방북은 허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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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축구의 경우 북한축구협회가 우회적으로 취재진의 방북 불가 의사를 통보했다. (비자 발급 등 제반사항 마련은)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는 이유를 댔다. 실제로 비자와 같은 부분들은 북한축구협회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역도의 경우 여러 나라가 참가하는 대회라고 알고 있다. 그래서 취재진이 더 손쉽게 비자를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라는 생각을 나타냈다.

대한역도연맹의 가호현 사무처장도 비슷한 입장이었다. 가 사무총장은 '인터풋볼'을 통해 "북한은 역도 종목에서 세계 최강이다. 올림픽에서도 북한이 금메달 6개를 딴다면 4개 정도는 역도에서 획득한다. 취재단도 2명의 방북을 허용했고 북한이 이를 굳이 막을 이유도 없다"면서 같은 입장을 보였다. 어떤 이유에서건 축구와 달리 역도 종목에서는 국내 취재진의 방북을 꺼리지 않는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어 역도연맹 관계자는 "우리 역시 비자가 (평소보다) 촉박하게 나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회를 치르는 데 지장이 있는 정도는 아니다. 우리도 축구 팀과 마찬가지로 직항이 아닌 중국 베이징을 통해 북한에 입국한다. 비자 외 다른 부분에서는 (북한이) 협조적이었던 것은 맞다"라는 사실도 덧붙였다. 비자 부분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북한이 협조적이었다는 말이었다.

북한이 불과 5일 차이로 열리는 두 종목 경기를 두고 다른 태도를 보인 데에는 특수한 배경이 깔려 있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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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나라가 참가하며 자신 있는 종목인 역도 대회에서는 국내 취재진의 방북을 막을 이유가 없지만 국가 간 대결이기도 하고 한국에 열세인 축구에서는 지나칠 정도로 폐쇄적인 모습을 보여야 했다는 것이다.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다른 종목에 비해 손흥민 등 유럽 무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이 여러 명 포진돼 있는 한국과 홈경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 이번 경기 전 한국이 스리랑카를 8-0으로 대파한 부분도 부담을 가중시켰을 터.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도 이러한 가능성에 있을 법한 이야기로 인정하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다른 종목과 비교해서 (남자축구 경기 결과를) 두려워해서 그런 태도를 보였다고 생각은 할 수 있지만 추측의 범위이기 때문에 확신할 수 없다"면서 단정적인 결론을 내는 것에는 선을 그었다. 하지만 북한이 한국을 상대로 한 홈경기에서 굳이 관중 없이 치렀다는 점에서 북한이 이번 경기를 부담스러워했던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공사 역시 이번 남북전에 대해 "한국 사람들은 격분했지만 여러 사람 목숨을 살린 경기였다. 13일은 북한의 체육절이다. 만약 (북한이) 축구에서 졌더라면 최고 존엄(김정은 국무위원장) 얼굴에 똥칠하는 것이다. (무승부 경기로) 김정은도 살고, 북한 축구 관계자-북한 선수들을 살렸고, 우리 팀(벤투호)도 살렸다. 만약 한국이 이겼다면 손흥민 선수 다리가 하나 부러졌든지 했을 것"이라면서 북한이 실제로 이번 경기 결과에 대해 큰 부담을 안고 있었을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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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 주장인 손흥민도 귀국 후 인터뷰에서 "(무관중 경기를 치른 것에 대해) 당황했다기보다 '북한이 우리를 강한 팀이라고 생각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경기에서 졌을 때 그쪽(북한)에서도 상당한 피해를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라면서 무관중 경기를 치르고 거친 플레이를 펼친 북한이 이번 경기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전했다.

한편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북한이 무관중 경기를 치른 것에 대한 질문에 "예상할 수 없었다. 경기 전날 매니저 미팅을 통해 북한 측으로부터 4만 명 정도가 입장할 것으로 들었다. 하지만 경기 30분 전까지도 관중이 입장하지 않았고 결국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취재진-응원단 방북을 불허한 부분에 대해서도) AFC나 FIFA 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에 관련 (징계) 절차가 있을 수도 있다"면서 징계 가능성을 암시했다.

사진= 윤경식 기자, 대한축구협회,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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