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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머니볼 경험자 입성, 외인지도자로 육성시스템 흡수하는 KBO[SS이슈추적 외인시대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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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주포’인 ‘루 이 스 곤 잘 레 스’ 등 부상선수가 많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4번타자인 매트 윌리엄스(Matt Williams,야구선수)의 표정이 밝지 않다. <피닉스(애리조나)> 2002-09-30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그 어느 때보다 거세게 ML(메이저리그) 바람이 불고 있다. 래리 서튼 감독, 브론손 아로요 투수 코치에게 신예 육성을 맡긴 롯데에 이어 그동안 외국인 사령탑을 향해 문을 굳게 닫았던 KIA 또한 오클랜드 맷 윌리엄스 코치에게 지휘봉을 건넸다. 오클랜드에서 저비용·고효율을 지칭하는 ‘머니볼’을 직접 경험한 윌리엄스가 효율적 선수단 운영과 최신 트렌드를 펼쳐보이기를 기대하고 있는 KIA다.

실제로 오클랜드는 21세기 야구 혁명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세이버메트릭스 붐을 이끈 오클랜드 빌리 빈 사장은 최근 오프너 시스템을 통해 빈약한 선발진을 극복했다. 20세기 토니 라 루사 감독으로 인해 정립된 마운드 운용을 뒤엎으며 2연속시즌 포스트시즌 티켓을 거머쥐었다. 덧붙여 현재 오클랜드는 뚜렷한 드래프트 철학과 육성 시스템 속에서 성장한 20대 선수들이 야수진을 이끌고 있다. 현재와 미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채 다시 한 번 저비용·고효율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오클랜드다.

그런데 이러한 저비용·고효율은 최근 KBO리그 구단들의 방향과도 일맥상통한다. FA 시장에 거액을 쏟아붓는 게 정답이 아님을 깨달았고 확실한 육성 시스템 없이는 상위권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체험했다. 롯데와 KIA가 각각 시카고 컵스 출신의 성민규 단장, 윌리엄스에게 3년을 맡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컵스 또한 오클랜드처럼 마이너리그부터 성장한 야수들이 팀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KIA 조계현 단장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수를 평가하고 유틸리티가 아닌 고정 포지션을 가진 1, 2군 동기화 등에 깊은 공감을 했다. 팀 문화를 쇄신하고 밝은 분위기를 형성하려는 구단의 지향점과도 같은 철학을 갖고 있다”며 윌리엄스를 새 사령탑으로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물론 성공을 확신할 수는 없다. ML와 KBO리그는 유망주 규모부터 차원이 다르다. 팀당 보유선수 숫자가 90명 내외인 KBO와 달리 ML는 각 구단이 소유한 마이너리그 팀만 최소 6개에 달한다. ML 시스템을 고스란히 이식하는 게 반드시 정답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도 포지션에 따른 기술 향상, 프로선수에게 적합한 멘탈 관리 등에 있어선 큰 도움을 받을 확률이 높다.

과거 오클랜드 소속으로 마이너리그 생활을 했던 SK 김성민(26)은 “오클랜드 마이너리그 시스템에는 늘 인터뷰 시간이 었었다. 지도자에게 마냥 따라가는 게 아닌 꾸준히 대화하면서 감독님 혹은 코치님과 함께 앞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목표를 세웠다”며 “당시 20대 초반이었는데 마이너리그 교육 과정에 영어와 미국문화, 그리고 철학 및 역사 공부도 포함 돼 있었다. 프로 선수가 되기에 앞서 야구 기술은 물론 기본 교양까지 쌓도록 유도했다”고 돌아봤다. 목표는 선수 육성이지만 맹목적으로 야구만 가르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하루 아침에 이룰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계약기간 3년 동안 상당한 인내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충분히 해볼만한 시도다. 롯데와 KIA의 외국인지도자 선임이 성공하면 육성시스템은 물론 구단 문화까지 진화를 향한 굵직한 발자국을 찍게 될 것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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