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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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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 없고, 보고 딜레이…AFC 감독관까지 가세한 '깜깜이' 남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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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답답하네 답답해.”

북한과의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맞대결이 확정된 이후 국내 취재진은 ‘답답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취재는 물론이고 중계 여부까지 좀처럼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평양행이 결정된 일부 기자들은 중국 경유 루트를 통해 취재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북한의 초청장을 하염 없이 기다리기만 하다 마음을 접어야 했다. 그 답답함은 경기 당일인 15일 저녁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취재진의 동행이 무산돼 대표팀의 현지 상황을 파악할 수 없게 되면서 답답한 취재가 시작됐다. 게다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관계자들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을 모두 베이징 한국 대사관에 놓고 북한으로 떠났다. 실시간으로 신변을 전달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선수단의 이동 경로와 신변을 뒤늦게 전달받는 일이 이어졌다. 14일 선수단은 중국 베이징을 떠나 오후 4시를 넘어 평양에 도착했는데 대한축구협회는 오후 7시경이 된 후에야 선수단이 무사히 북한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확인했다. 그것마저 협회 내부 관계자가 아니라 아시아축구연맹(AFC)에서 파견한 경기 감독관을 통해 정보를 얻었다. 협회 관계자는 “키르기스스탄 국적의 감독관은 유심 카드를 사용해 비교적 자유롭게 인터넷을 쓰고 있다고 들었다. 감독관이 AFC에 보고하면 본부에서 내용을 협회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소통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현지 사진 역시 감독관이 스마트폰으로 직접 찍은 사진을 확보해 국내에 전달됐다.

대표팀 경기 공식 일정으로 중요한 자리인 공식 기자회견도 14일 저녁에 진행됐지만, 국내에는 15일 오전 질의응답 형식의 내용이 전달됐다. 평양 현지에서 국내 관계자에게는 이메일 사용만을 허락하고 있어 기자회견 후 곧바로 전달할 방법이 없어 꽤 많은 시간이 지연됐다.

생중계가 없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경기 상황을 확인하는 작업도 불편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AFC 경기 감독관이 본부에 골과 경고, 선수 교체 등에 한해 내용을 전달하면 AFC가 협회에 다시 알리는 형식으로 일종의 문자 중계가 진행됐다. 협회가 취재진에 관련 내용을 공지해 기사화하거나 협회 SNS 채널을 거치는 방식으로 대중에게 경기 내용이 전달됐다. AFC 홈페이지 문자중계도 다른 경기와 달리 제대로 업데이트 되지 않았다. 경기 시작 20여분 후에야 ‘전반전이 시작됐다’는 짤막한 코멘트가 올라왔을 뿐이었다. 그나마 전 날에 비해서는 원활하게 상황이 보고됐지만 구체적인 장면은 볼 수 없어 한계가 뚜렷했다. 전반 중반 양팀 선수들이 긴장감 속에 충돌했다는 소식을 비롯해 김영권, 김민재가 옐로카드를 받았다는 속보가 전해졌지만 어떤 장면 때문에, 어떻게 부딪혔는지, 왜 경고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없어 상상에 그쳐야 했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던 말 그대로 깜깜이 취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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