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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인터뷰] 안성기 “영화 100주년 울컥…계속 연기하는 게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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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올여름 영화 `사자`로 관객들과 만난 안성기는 "영화를 가능한 오래 하는게 꿈"이라고 말했다.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진짜 진짜 열심히 외웠어. 아주 오래 전 대사를 까먹어서 망신을 당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의 기억이 유난히 떠오르더라고. 하다가 틀리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니까, 민폐로 낙인찍힐까봐 죽어라고 했죠. (웃음) 서준이가 (악령들과) 몸으로 싸운다면, 나는 주문으로 물리쳐야 하니까.”

연기 인생 63년차 안성기(67)가 이 같이 말하며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 어떤 것보다 라틴어 대사가 가장 큰 난제였다며 과거 실수담까지 조근조근 들려준다. 영화 속 안신부의 (구마 의식을 할 때가 아닌 평소의) 따뜻하고도 유머가 넘치는 모습 그대로다.

한국형 오컬트 무비를 표방한 ‘사자’에서 교황청에서 온 구마 사제 안 신부를 열연한 안성기는 “구마 의식을 할 땐 휘몰아치듯이 강인한 면모를 보여주지만 일상에선 그저 편안하고 농담 잘하는 이웃집 아재 같지 뭐. 그런 다채로움이 기존의 퇴마 물에 등장하는 신부 캐릭터완 달라 좋았다”고 설명했다.

“편안함을 넘어 코믹하기까지 하잖아요. 현장 분위기에 따라 애드리브가 많았는데 김주환 감독, 박서준 씨와 유머 코드가 정말 잘 맞았죠. 더 재밌을 수 있지만 선을 넘으면 안 되니 억제해야 했어요. 박서준 씨는 만나자마자 ‘선배’라고 부르라고 했고 하루 빨리 편안한 분위기가 됐으면 싶었어요. ‘현장에 빨리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도록 서로 배려하고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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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는 젊은 관객들을 만나고 싶어 `사자`를 선택했다.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그가 ‘사자’를 선택한 데에는 이 같은 캐릭터에 대한 호감과 동료들에 대한 믿음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젊은 관객들을 많이 만나고 싶은 마음’에서였단다.

“연기를 오래 하긴 했지만 어린 친구들과는 만날 기회가 별로 없잖아요. 큰 예산의 볼거리가 많은 작품이다 보니 많은 관객들과 만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컸어요. 어린 친구들에게도 배우로서 ‘나 아직 여기 있어!’라고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하하하!”

그러면서 “영화를 가능한 오래 하는 게 꿈인데, 종종 슬럼프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고통이 아니라 기회이기도 하다”며 힘주어 말했다.

“슬럼프가 분명 있으리라 생각은 하는데 슬럼프가 아니라 잘 준비하는, 좋은 시간으로 생각해요. ‘언제 또 다시 나의 시간이 오겠어?’라면서요. 운동을 포함해 하던 걸 계속하는 거죠. 그렇게 충전하고 기를 모아서 다음 영화를 생각하며 기다립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슬럼프는 없는 걸 수도.”

영화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연기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배우 안성기. 그는 100주년을 맞는 기념적인 해를 언급하며 “우리 영화를 작업하면서도, ‘기생충’의 놀라운 성과를 보면서도,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말했다.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던 우리 영화계죠. 찬란할 때도, 억압 받을 때도, 이용을 당하기도 했죠. 그 다사다난한 역사 속에서도 버티고 버텨 100주년이라니, 쏟아지는 칭찬과 쓴소리 속에서 그래도 자생력을 키우며 굳건하게 자랐다는 게 자랑스럽고, 그렇게 지켜온 많은 선배 영화인들에게 감사한 마음이에요.”

그는 “이번 영화에서 젊은 감독, 배우, 아역조차도 정말 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100주년의 결과를 목도하면서 참 기분이 묘하더라”라며 웃었다. 그리고는 “앞으로 또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는 모르겠지만 나 역시 여전히 그 흐름에서 함께 하고 싶다. 가능한 오래 연기하는 게 꿈”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에 본보기가 되는 선배님이 별로 없어요. 활동을 접었거나 돌아가셨죠. 저보다 아홉 살 많은 (미국의) 로버트 드니로를 보면서 ‘열심히 하면 배우를 계속할 수 있겠구나’, ‘그 다음엔 어떻게 될까’ ‘더 나은 모습을 가지려면, 더 좋은 연기를 하려면 뭘 해야 할까’를 늘 생각해요. 관객들에게 좋은 기운을,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건강한 에너지를 줄 수 있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그게 변하지 않는 제 꿈입니다.”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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