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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 (월)

‘영구결번 예고’했던 박한이, 허무하게 끝난 19시즌 커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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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푸른 피’가 흐르는 사나이, 삼성 라이온즈 프랜차이즈 스타 박한이(40)가 불명예 은퇴를 선언했다. 2000년대 중반과 2010년대 초반 삼성 왕조의 주역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박한이의 영구결번도 물 건너간 모양새다.

삼성은 27일 오후 “박한이가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데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자 은퇴를 선언했다”고 발표했다. 박한이는 이날 오전 9시경 대구 수성구 범어동 인근에서 접촉사고를 냈다.

박한이는 전날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키움 히어로즈와의 대구 홈경기에서 2-3으로 뒤진 9회말 2사 1,2루에 대타로 나가 키움 마무리 조상우의 150km짜리 강속구를 받아쳐 중견수 뒤쪽 펜스를 맞히는 2타점짜리 역전 끝내기 2루타를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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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박한이가 음주운전으로 19년의 프로 생활을 마감했다. 영구결번이 유력했던 프랜차이즈 스타의 불명예 퇴장이다. 사진=김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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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구단에 따르면 경기가 끝난 뒤 자녀 아이스하키 운동 참관 후 지인들과 늦은 저녁식사를 하는 과정에서 술을 마시고 귀가했고, 이날 오전 자녀 등교를 위해 운전을 했다가 접촉사고를 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박한이를 상대로 음주측정을 했고, 박한이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준인 0.065%로 나타났다.

사건 경위를 전달 받은 삼성은 곧장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사건 경위를 보고했고, 박한이는 고심 끝에 “음주운전 적발은 어떠한 이유로도 내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음주운전 적발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위해 은퇴를 결심했다.

부산고-동국대를 거친 박한이는 2001년부터 올 시즌까지 19년 동안 삼성의 유니폼만을 입고 뛴 프랜차이즈 스타다. 동국대 시절인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에는 드림팀의 일원으로 뽑혀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고, 줄곧 삼성의 외야 한 자리를 지키는 꾸준함의 상징이었다.

특히 가을에 강해, ‘포스트시즌의 사나이’라 불렸다. 박한이는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둔 2002년부터 2014년까지 모두 7개의 우승반지를 끼었다. 포스트시즌에서 52차례 홈베이스를 밟아 ‘포스트시즌 최다 득점’ 기록도 갖고 있다. ‘한국시리즈 최다 안타(57개)’, ‘한국시리즈 최다 타점(28점)’ 등의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이제 선수 생활의 끝자락에 접어든 박한이의 영구결번은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어이없는 실수로 선수 생활을 불명예스럽게 마감해야 했고, 영구결번도 사실상 물건너 간 모양새다. 음주운전을 이유로 자발적으로 은퇴를 선언한 최초 케이스이기도 하다. 박한이는 “징계, 봉사활동 등 어떠한 조치가 있더라도 성실히 이행하겠다. 무엇보다도 저를 아껴주시던 팬분들과 구단에 죄송할 뿐이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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