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2 (일)

'두산은 어떻게 강팀이 됐나'…전직 두산 프런트가 전하는 강팀의 비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프로야구팀 기아 타이거즈가 사령탑 교체 후 전혀 다른 팀이 됐다. 기아는 26일 광주 KT 위즈전에서 17대 5로 대승을 거뒀다. 지난주 6경기를 모두 쓸어담으며 단숨에 4할 승률을 회복했다. 지난 16일까지만 해도 13승 1무 30패로 2할 승률을 걱정하던 팀이 불과 열흘 만에 중위권 도약을 노리고 있다.

기아의 성적은 김기태 전 감독 사퇴 이후 반등했다. 김 전 감독은 지난 16일 광주 KT 전을 끝으로 자진사퇴했고, 이후 기아는 박흥식 감독대행 체제로 돌입했다. 시즌 중 감독이 사퇴하면서 팀 성적이 더 안 좋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박 대행 체제에서 치른 9경기 성적은 8승 1패다. 감독이 바뀐 것 말고는 아무 것도 달라진 게 없는데 기아는 완전히 다른 팀으로 거듭났다.

스포츠 세계에서는 이런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매년 우승권에 도전하는 두산 베어스도 마찬가지다. 두산 베어스는 1994년 53승 72패로 7위를 기록했다. 이후 두산은 김인식 감독이 선임됐는데 1995년에는 74승 47패로 1위에 올랐다. 감독이 바뀐 것 말고는 이렇다할 팀 전력 변화가 없었는데 1년 만에 팀이 환골탈태한 것이다.

2019년의 기아와 1995년의 두산 모두 감독과 리더십이 스포츠 팀의 성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지는 팀에는 지는 이유가 있고, 이기는 팀에는 이기는 이유가 있다.

두산 베어스 프런트에서 15년 동안 일한 정희윤 스포츠코리아 연구소장이 '강팀 만들기: 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를 펴냈다. 이 책은 스포츠 팀의 성적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소를 현장의 시선에서 하나하나 파헤친다. 정 소장은 1983년부터 15년 동안 두산 베어스(당시 OB 베어스) 프런트로 일했고, 김인식 감독이 지휘한 OB 베어스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한 1995년에는 선수단 운영팀장을 맡기도 했다. 정 소장은 1983년 두산에 합류한 뒤 선수들의 연봉을 책정하는데 빌 제임스의 '야구선수의 가치추정방식'을 활용하기도 한 인물이다.

조선일보

2016시즌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두산 김재환이 홈런을 치고 동료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감독의 리더십과 용병술이 기아와 두산의 희비를 갈랐듯이 스포츠 팀의 성적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인을 세밀하게 분석한다. 적절한 보상 체계를 통한 동기부여, 팀 문화, 숨은 진주를 찾아내는 스카우트 역량과 진주를 가공하는 육성 시스템, 선수의 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연봉 산정 방법 등 수많은 요인을 스포츠 구단이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사용설명서 같은 책이다. 야구장 관중석에서는 볼 수 없는 뒷단에서 펼쳐지는 소리 없는 노력과 총성 없는 전쟁을 다루고 있다.

두산이 2000년대 들어 '화수분 야구'라는 말을 만들어내고, 한두 명의 슈퍼스타에 의존하지 않고도 매년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을 구축한 데에는 적절한 시스템을 만든 프런트의 공이 크다. 두산이 어떻게 강팀이 됐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정 소장이 전하는 '강팀 만들기'의 비법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꼭 스포츠가 아니어도 기업이나 스타트업 등 여러 조직 관리에 통용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김태룡 두산 베어스 단장의 인터뷰를 비롯해 다른 곳에서 듣기 힘든 야구 관계자의 속내를 접할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매력이다. 김 단장은 이 책에 실린 인터뷰에서 2018시즌 성적을 언급하며 "시즌 전 팀 전력분석 결과는 약 4위 정도로 평가됐는데 선수들이 너무 잘해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단장은 "타격 코치를 바꾼 게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을 했다.

[이종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