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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강철 도사’ 주문에 KT의 ‘마법’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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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 감독 “도전·성장의 팀으로”

선수 재능에 맞게 과감한 재배치

초보 단장 이숭용, 든든한 후원군

시즌 초반 어두운 터널 지나 ‘열매’

만년 꼴찌의 ‘반전 드라마’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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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야구 진출을 목표로 내세운 KT 이강철 감독이 선수단 운영이 당초 구상과 맞아들어가며 팀 성적도 반등하자 흐뭇해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18일 KT 이강철 신임 감독(53)은 취임식에서 “도전과 성장의 팀으로 만들고 싶다”면서 ‘가을야구 진출’을 목표로 내세웠다. 포스트시즌 경험과 성취감이 자신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며칠 앞서 신임 단장이 된 이숭용 단장(48)은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도와 이강철 감독님이 팀과 재계약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신임 감독과 신임 단장의 도전은 시즌 초반 어두운 터널을 지나 조금씩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2019시즌을 앞두고 KT에 뚜렷한 전력 보강 요인은 없었다. 외국인 투수를 모두 바꿨고, 2차 1순위로 이대은을 지명했지만 모두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비슷한 수준 혹은 떨어질 수도 있는 전력 구성임에도 이강철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마무리 캠프를 지켜봤는데,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더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숭용 단장 역시 초보 단장이지만 팀 체질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 단장의 현역 시절 별명은 ‘숭캡’이었다. 일이 생기면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공기업’ 이미지가 남아 있는 KT 프런트 내부에서 겨우내 ‘저돌적 돌진’이 계속됐다. 우선 코칭스태프 숫자를 트레이닝 코치를 제외하고도 20명으로 늘렸다. 이 단장은 “솔직히 적지 않은 충돌이 있었다”고 말했다. 2군을 단단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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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의 ‘눈’은 선수들의 재능을 재배치시켰다. 지난해 강백호-로하스로 이어지는 ‘강한 테이블 세터’진은 스피드를 갖춘 김민혁-오태곤으로 바뀌었다. 유한준-윤석민-박경수로 이어졌던 중심타선은 강백호-로하스-유한준으로 교체됐다. 리그의 ‘저득점 환경’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했다. 이런 변화를 서두르지 않은 것은 이 감독 특유의 장점이다. 윤석민이 타격 부진으로 2군에 가기까지 이 감독은 100타석 이상 기회를 줬다.

마운드 보직에도 큰 변화가 이뤄졌다. 지난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던 우완 주권은 올시즌 7~8회 셋업맨으로 자리를 잡았다. 롱맨보다는 1이닝에 특화된 주권 특유의 장점을 살린 결과다. 선발 유망주로 몇년을 보낸 좌완 정성곤은 올시즌 셋업맨으로 시작해 김재윤의 마무리 자리를 꿰찼다. 우완 김민에 이어 또 다른 우완 배제성이 선발로 자리 잡아가는 것 역시 두 투수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독려하며 꾸준히 기회를 준 결과다. 초반 3할 이하의 승률에도 불구하고 계산된 보직을 흔들지 않았다. 이 감독은 “이제 선수들이 자신의 역할에 적응하는 단계를 넘어 그 역할에서 여유를 갖는 단계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그 여유가 최근 KT 상승세의 중요한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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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부주장으로 후배들을 이끄는 박경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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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장은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공인구 변화로 홈런이 덜 나와도 우리 마운드가 덜 맞는 플러스 효과가 있다. 여러 시뮬레이션 결과 우리가 68승을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고 말했다. 창단 뒤 최다승은 지난해 거둔 59승이었다. 시즌 초반 KT가 추락하고 있을 때 이 숫자를 전해 들은 다른 구단 관계자는 “KT가 68승을? 어떻게 계산했길래”라고 의아해했다. 하지만 KT는 지금 그 계산이 옳았음을 증명해나가고 있다. KT는 23일 수원 두산전 승리로 최근 14경기에서 11승3패를 달리며 중위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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