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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다승욕심 내려놓고 홈런에도 초탈, 진짜 베테랑으로 거듭난 김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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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2019 프로야구 키움-SKSK 김광현. 2019.3.29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기량과 리더십 모두 100점 만점이다. 욕심을 버리고 절제하며 동료를 포옹하는 능력까지 부족함이 없다. 어느덧 투수조 최고참이 된 SK 에이스 김광현(31)이 베테랑의 품격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개인 기록은 내려놓았다. 다승 부문 공동선두로 올라서며 9년 만에 타이틀을 정조준하고 있으나 개인의 승리보다 팀 승리를 강조했다. 김광현은 지난 21일 잠실 LG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7승째를 기록한 후 “선발승을 올려서 기분 좋지만 다승왕까지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 선발투수의 승리는 운도 많이 작용한다. 내 승리보다는 효율적인 투구로 이닝을 소화해 불펜진에 부담을 덜어주고 우리 타자들이 점수내서 팀이 승리할 수 있는 경기를 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김광현은 주무기인 150㎞대 직구와 140㎞대 슬라이더, 그리고 필요할 때마다 느린 슬라이더와 커브를 섞어던지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완급조절을 통해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으며 임무를 완수했다. 오는 26일 창원 NC전에서 4일만 쉬고 마운드에 오르는 만큼 팀과 자신을 위한 최상의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이날 투구에서 증명한 것처럼 김광현은 마냥 힘에만 의존하는 투수가 아니다. 많은 경기를 치르며 투구의 본질, 그리고 팀을 위한 투구가 무엇인지 확실히 깨달았다. 여전히 불같은 강속구를 던지면서도 경기를 풀어가는 방향과 위기를 극복하는 마음가짐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김광현은 “예전부터 적은 투구수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것을 꿈꿨다. 지난해 비로소 내가 바라던 모습이 나왔다”며 “예전에는 홈런을 맞고 나면 흥분해서 더 세게 던질 생각만 했다. 하지만 이제는 홈런을 맞고 나서도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는다. 이른 카운트에 맞는 홈런은 투구수를 아끼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홈런을 맞으면 세게만 던지는 게 아닌 방향을 바꿔 타자를 상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1일 LG전에서 김광현은 2회 토미 조셉에게 홈런을 맞은 뒤 3회부터 볼배합에 변화를 주면서 추가실점을 막았다.

시야도 넓다. 정규시즌 144경기, 그리고 포스트시즌까지 장거리 마라톤에 임하면서 일찌감치 전력질주 구간을 설정해뒀다. 김광현은 SK 염경엽 감독과 올시즌 투구수 100개 초과 옵션 5개를 설정한 것을 두고 “KT와 개막전에서 이미 한 번 소진해버렸다. 투구수 100개를 설정하면서 경기 중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때도 있다. 하지만 이게 팀과 나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안다. 더 효율적으로 투구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면서 “네 번 남은 옵션은 최대한 아껴둘 생각이다. 무더운 여름에 불펜진을 돕고 한국시리즈서도 많이 던져야 하니까 당분간 옵션은 쓰지 않을 계획”이라고 미소지었다. 김광현의 말처럼 페넌트레이스 최대 승부처는 후반기다.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시작되는 7월부터 마지막 순위경쟁을 벌이는 9월에도 무너지지 않아야 정상을 바라볼 수 있다. 투수들이 고전하는 시기를 대비해 선발진이 불펜진에 부담을 덜어주고 불펜진이 승부처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킬 때 우승을 향한 길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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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광현.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LG와 SK의 경기. 2019. 5. 21.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우승은 혼자 힘으로 이룰 수 없다. 에이스가 매경기 호투해도 동료들의 도움이 없으면 승리는 불가능하다. 투수진은 물론 팀 전체가 에이스에 의존하지 않고 고르게 활약해야 한다. SK가 우승후보로 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SK는 올시즌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선발진에 변화가 없다. 1선발 김광현을 시작으로 앙헬 산체스~브록 다익손~박종훈~문승원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광현은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다. 내가 투수조 최고참이 됐더라”라고 웃으며 “(문)승원이와 (박)종훈이에게는 고마운 마음 뿐이다. 우리가 이렇게 앞에서 잘 끌고 가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분명히 올 것으로 믿는다. 승원이와 종훈이에게 자랑스럽다고 칭찬하고 싶다”며 고마움을 전달했다.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 만 19세에 불과했던 신예가 혜성처럼 등장해 창단 첫 우승을 이끄는 귀중한 발판을 만들었다. 만 20세였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선 프로 최정예 멤버를 구성한 일본을 무너뜨리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누구보다 강렬한 첫 인상을 남겼던 입단 13년차 에이스가 이제 숙성된 와인처럼 넓은 시야와 포옹력까지 갖췄다. 팀 전체를 지탱하는 든든한 기둥으로 우뚝 선 김광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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