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리틀 팀킴, 한국 컬링 사상 첫 세계선수권 메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세 동갑내기 女컬링 대표팀, 3·4위전서 일본 누르고 동메달

남녀 통틀어 사상 첫 입상 쾌거

마지막 10엔드. 4―5로 뒤지던 한국의 후공이었다. 우리 대표팀 스킵(주장) 김민지의 손을 떠난 일곱 번째 노란색 스톤은 하우스 중앙에 있는 일본의 빨간 스톤 2개를 밀어냈다. 하우스 안에는 한국 스톤 3개가 일본 스톤 2개보다 중앙에 더 가까운 위치에 자리 잡아 득점으로 인정됐다. 이후 일본 기타자와는 마지막 여덟 번째 스톤을 하우스 중앙에 두는 '버튼 샷'을 시도했다. 하지만 너무 강하게 미끄러져 가던 스톤은 하우스 끄트머리에 가서 섰다. 한국은 마지막 스톤을 던질 필요도 없이 승리를 결정지었다.

한국은 24일 덴마크 실케보르에서 열린 컬링 여자 세계선수권대회 3·4위전에서 일본에 7대5로 역전승했다. 남녀부를 통틀어 세계선수권 첫 입상이다. 종전 최고 성적은 2012년·2014년 여자 세계선수권 때 경기도청(당시 대표팀)이 기록한 4위였다. 한국 남자는 아직 세계선수권 메달이 없다.

조선일보

“우리가 컬크러시” - 한국의 양태이(가운데)가 24일 일본과 벌인 컬링 여자 세계선수권 3·4위전에서 스톤을 던지는 모습. 대표팀은 일본을 7대5로 꺾고 한국 컬링 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 메달을 따냈다. /EPA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 시즌 한국을 대표해 국제대회에 출전 중인 팀은 춘천시청팀이다. 20세 동갑내기 김민지(스킵), 김수진(리드), 양태이(세컨), 김혜린(서드)으로 구성됐다. 의정부 송현고 동기생으로 이뤄진 이들은 2016년 세계주니어선수권 동메달 등 고교 3년 내내 주니어 무대 최강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매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팀킴(Team Kim·평창 동계올림픽 은메달을 딴 컬링 여자대표팀)' 언니들에게 가로막혔다. 작년 8월 국가대표 선발전 결승에서 이변을 일으켰다. 춘천시청팀은 팀킴을 10대3으로 꺾고 생애 첫 성인 대표팀 태극마크를 달았다.

아직 여고생티를 벗지 못한 앳된 얼굴이지만, '리틀 팀킴'은 성인 무대에 데뷔한 첫해부터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대표팀은 지난달 열린 컬링월드컵 3차 대회(스웨덴 옌셰핑)에서는 평창올림픽 우승팀인 스웨덴(스킵 안나 하셀보리)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오는 5월 8일부터는 중국에서 열리는 컬링월드컵 그랜드 파이널에 나간다. 컬링월드컵 우승팀 등 세계 정상급 팀들만 초대받는 '왕중왕전'이다. 이후 7월에는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해 태극마크를 지켜야 한다.

빡빡한 일정이지만 선수들 표정에선 지친 기색을 찾아볼 수 없다. 스킵(주장) 김민지는 "팀킴 언니들이 평창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을 때 직접 응원하러 갔었는데, 언니들 덕분에 '우리도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한국 컬링에 우리 '컬크러시(컬링+걸 크러시)'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주형식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