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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관중과 맞서봐야…결국 손해 보는 건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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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타라면 상대팀 팬들의 비난과 욕설을 감수하는 건 숙명이다. 조롱을 참지 못하고 관중과 맞서봤자 돌아오는 건 징계뿐이다.

15일 영국 BBC와 스페인 현지 매체에 따르면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사무국은 레알 마드리드의 개러스 베일에 대해 3경기에서 최대 12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일은 지난 10일 연고 라이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시즌 원정경기 도중 팀이 3대1로 앞서는 골을 넣고 관중을 모욕하는 세리머니를 했다. 아틀레티코 관중이 모여 있는 코너 쪽으로 달려간 베일은 오른팔을 든 채 왼팔로 오른팔 팔꿈치를 두드리는 동작을 취했는데 스페인에서 이는 외설·경멸의 의미를 담고 있다.

사무국은 성명을 통해 "베인의 세리머니가 의도적으로 관중을 자극하려 한 것이 드러나면 4~12경기 출전을 정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즌 아틀레티코에 불과 승점 1점 앞선 2위를 유지 중인 레알로선 남은 리그 전 경기를 베일 없이 소화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지난 14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파리 생제르맹(PSG)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도 팬들과 선수가 마찰을 일으켰다. 팀의 답답한 경기가 이어지는 것이 못마땅했던 맨유 홈 팬들이 과거 맨유에서 PSG로 이적한 후 이날 경기에서 활약하던 앙헬 디마리아를 향해 맥주병을 던진 것. 심지어 맥주가 반쯤 들어 있던 병이었다. 디마리아는 경기장 근처로 떨어진 병을 벌컥 마시는 시늉을 하며 유연하게 대처하는 듯했지만 PSG의 선제골이 터지자 성적인 의미를 담은 욕설을 관중을 향해 날렸고 이는 그대로 화면에 잡혔다. 유럽축구연맹(UEFA) 규정에 따라 디마리아에 대한 징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프로농구에서는 관중과 난투극을 벌이는 사례도 종종 일어난다. 프로 스포츠 역사상 최대 흑역사로 불리는 사건은 2004년 11월 디트로이트와 인디애나 경기에서 발생했다. 디트로이트의 벤 월리스는 경기 종료 45.9초 전 골 밑으로 볼을 몰고 가던 중 인디애나의 론 아테스트에게 반칙으로 당한 후 두 손으로 아테스트의 턱을 밀쳤다. 분위기가 과격해지면서 양 팀 선수들이 맞서고 있는 상황. 호전적인 성격에도 그때까지 크게 난동을 부리지 않던 아테스트는 소요 중 디트로이트 홈 관중석에서 날아온 물컵을 머리에 맞고 이성을 잃었다.

아테스트는 누가 말릴 사이도 없이 관중석으로 뛰어들었고 NBA사무국은 아테스트에게 잔여 경기 및 플레이오프 13경기 출전 정지라는 NBA 역사상 최대 중징계를 결정했다. 관중과 주먹다짐을 한 인디애나 선수들의 출전 정지 경기 수는 100경기에 육박했으며 사건의 단초를 제공한 물컵 투척 관중 역시 디트로이트 홈경기를 영원히 관람할 수 없게 됐다. 아테스트는 이후 평화를 지향한다며 본명을 '메타 월드 피스'로 개명하기도 했다.

무조건 선수들만 참아야 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유럽프로축구에선 선수들에게 도를 넘는 욕설이나 인종차별적 언행을 한 팬들에 단호하게 대처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탈리아 세리에A는 인터밀란 팬들의 인종차별적 언행으로 충돌해 한 명이 사망까지 한 것에 대해 인터밀란에 홈 두 경기 무관중 징계를 내렸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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