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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7전 전승 우승… 아시아 축구 뒤집은 카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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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깨고 일본 3대1로 완파

사상 첫 아시안컵 정상 올라

19득점 1실점으로 7경기 전승. 2일 끝난 2019 UAE 아시안컵 결승전(아부다비)에서 '파죽지세' 카타르가 일본마저 3대1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1980년 처음 본선에 나선 이후 첫 우승이다. 이날 선제골을 넣은 카타르 공격수 알모에즈 알리(23)는 9골 1도움으로 득점왕과 대회 MVP를 석권했다.

카타르는 이번 대회에서 러시아월드컵 출전국인 사우디아라비아, 한국, 일본을 모두 제압했다. 2017년 9월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A조에서 한국, 이란은 물론 시리아, 중국에도 밀려 꼴찌로 탈락했던 팀이라곤 믿기 어려운 변화다. 카타르 축구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국가 차원 유망주 수집·양성

영국 인디펜던트는 카타르의 아시안컵 성공을 '국가 차원에서 재능 있는 유망주를 수집해 전략적으로 성장시킨 게 결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봤다. 카타르는 2004년 엘리트 체육 교육 기관인 아스파이어 아카데미를 설립해 스페인 출신 지도자들을 교사로 배치했다. 자국민, 이민자 자녀는 물론 아프리카 지역 축구 유망주까지 끌어모아 가르쳤다. 될성부른 선수들은 국가 돈으로 사들인 벨기에 1부 클럽 KAS외펜, 스페인 3부 쿨투랄 레오네사 등으로 유학을 보냈다.

이번 대회 득점왕이자 MVP 알리가 대표 사례다. 1996년 아프리카 수단에서 태어난 그는 2005년 아스파이어 아카데미에 입학해 2년간 교육받았다. 2014년 외펜, 2016년 레오네사를 거쳐 현재 카타르 최강팀 알두하일에서 뛰고 있다. 일찍부터 몸에 익힌 선진 축구를 흑인 특유의 탄력적인 신체 조건을 활용해 뽐내면서 이번 대회 9골을 넣었다. 단일 대회 최다 골(기존 8골) 신기록이다. 그는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기습적인 오버헤드킥을 날려 선제골을 뽑아냈다.

◇유소년부터 조직력 다져

빈틈없는 조직력을 구축한 펠릭스 산체스 감독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산체스는 FC바르셀로나 유소년팀 지도자로 일하다 2006년 아스파이어 아카데미로 건너왔고, 2013년 카타르 U-19(19세 이하) 감독을 맡아 1년 만에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십 우승을 이끌었다. 그는 이때 '황금 세대' 선수들과 함께 U-20, U-23팀으로 승격했고, 2017년 월드컵 최종 예선 마지막 2경기를 남기고 성인팀 지휘봉까지 잡았다. 그는 월드컵 탈락 이후 자신이 잘 아는 어린 선수들 위주로 성인팀 선수단을 개편해 첫 메이저 대회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23명 중 14명이 알사드, 알두하일 두 팀 소속이라는 점도 조직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데 도움이 됐다.

카타르 축구는 실력뿐 아니라 매너도 180도 변화했다. 카타르는 유리할 때 고의적으로 시간을 끄는 행위, 일명 '침대 축구'로 악명이 높았던 팀이다. 하지만 이번엔 선수들이 쓰러지면 감독과 동료들이 빨리 일어나 밖으로 나오란 요구를 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있었다. 2022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세계 축구계에 깨끗한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노력의 일환이란 해석이 있다.

[이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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