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골프스파이 직접 실험
“농구, 백보드 있어야 성공률 높고
골프 퍼트는 깃대 꽂아야 유리”
안 들어가더라도 홀 근처에 멈춰
깃대를 꽂은 상태로 퍼트를 하고 있는 브라이슨 디섐보. ‘필드의 물리학자’로 불리는 디섐보는 ’핀이 있어야 퍼트 성공률이 높다“고 주장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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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골프용품 테스트 독립 사이트인 마이골프스파이의 실험 결과다. ‘농구에서 슛을 던질 때 백보드가 있으면 없을 때보다 성공 확률이 20% 높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깃대를 꽂고 퍼트하라”고 조언했다.
실험 조건은 다음과 같다. 딱딱한 것과 부드러운 것, 두 가지 깃대를 썼다. 깃대를 끼웠을 때와 뺐을 때, 홀의 중앙으로 갔을 때와 옆으로 갔을 때, 깃대가 앞뒤로 기울어졌을 때 등 다양한 상황을 연출했다. 퍼트 기계인 퍼펙트 퍼터를 사용했다. 홀을 지나 90㎝, 180㎝, 270㎝를 흐르는 3가지 속도로 공을 20개씩 굴렸다.
공이 느린 속도(90㎝ 흐르는 속도)로 홀 가운데를 향했을 경우에는 깃대가 꽂혀 있든 빠져 있든 성공률 100%였다. 속도가 빠를 때는 깃대가 꽂혀 있는 쪽이 월등히 유리했다. 180㎝ 흐르는 속도의 경우 핀이 있으면 100% 들어갔다. 반면 핀이 없으면 성공률 35%였다. 더 빠른 속도(270㎝ 흐르는 속도)에서는 핀이 있으면 80% 성공, 핀이 없을 때는 5%였다. 성공률 차이가 16배나 됐다.
공이 홀 중앙에서 약간 비껴갈 때도 차이가 컸다. 느린 속도(90㎝)일 때 성공률은 85%(핀이 있을 경우), 40%(없을 경우), 중간 속도(180㎝)일 때는 40%(있을 경우), 10%(없을 경우)였다. 속도가 더 빠를 때(270㎝)는 핀이 있든 없든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모든 상황을 종합하면 깃대가 꽂혀 있을 때 성공률이 62.5%로, 빠져 있을 때(31.6%)의 2배다.
공이 들어가지 않더라도 깃대가 꽂혀 있는 쪽이 낫다. 공이 홀에서 더 가까운 곳에서 멈추기 때문에 다음 퍼트가 유리하다. 공이 180㎝ 지나가는 속도로 홀 옆을 스칠 경우, 핀이 있으면 다음 퍼트를 86㎝ 거리에서 하지만, 없으면 124㎝짜리 퍼트를 해야 했다. 주말 골퍼의 경우엔 ‘오케이’를 받고 못 받는 차이가 될 수도 있다.
이 실험에 앞서 유러피언투어 프로 에두아르도 몰리나리도 자신의 골프 아카데미에서 유사한 실험을 했다. 공이 홀 뒷벽에 맞고 튀어 오를 속도, 홀 뒷벽에 맞고 떨어지는 속도, 뒷벽에 닿지 않을 속도로 굴렸다. 공이 홀 가운데로 가거나, 깃대를 맞히거나, 살짝 스치는 3가지 방향으로 100번씩 실험했다.
느린 속도에선 깃대 유무에 따른 성공률 차이가 없었다. 중간 속도 퍼트에서는 깃대를 빼는 쪽 성공률이 높았다(73:45). 강한 퍼트에서는 깃대가 있는 게 유리했다(100:81). 이 실험에선 깃대를 빼는 게 약간 유리한 것으로 나왔다. 몰리나리는 실험 전문가는 아니다.
공학을 전공한 쇼트게임 전문가 데이비드 펠즈는 2005년 ‘그린 밖에서 퍼트할 때 핀을 꽂는 것과 빼는 것 중 무엇이 유리한가’라는 실험의 결과를 발표했다. 퍼트 기계와 선수 출신이 공이 홀을 지나가는 스피드로, 오르막과 내리막, 빠른 그린과 느린 그린, 홀 중앙과 좌·우측 등 조건을 달리해 수천 개의 공을 쳤다. 그린 약간 밖이라도 퍼트를 한 것이라서 그린 위 실험과 다르지 않다. 그는 깃대가 있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 실험 결과와 같다.
이 문제에 가장 큰 이해관계가 걸린 선수들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올해 규칙 개정을 앞두고 ‘필드의 물리학자’라 불리는 브라이슨 디섐보는 “깃대가 부드러우면 꽂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반면 저스틴 토머스는 “핀을 꽂은 채 퍼트하는 건 너무 어색해, 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핀을 꽂는 게 낫다는 쪽 의견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아담 스콧은 “남의 눈 의식하지 않고 항상 깃대 꽂고 하겠다”고 말했다. 유명 해설가인 브랜드 챔블리는 “깃대 꽂고 퍼트하는 게 아주 유리하기 때문에 연말쯤 되면 모두 핀을 꽂고 퍼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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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골프스파이 결론
● 깃대를 꽂아두는 것은 언제나 유리하다
● 깃대를 꽂아두면 들어가지 않아도, 공이 홀에서 더 가까이 멈춰 다음 퍼트에 유리하다
● 부드러운 깃대는 홀인 확률이 더 높지만 단단한 깃대도 뽑는 것보다 유리하다
● 깃대가 골퍼 쪽으로 기울었다면 확률이 크게 높아지지 않지만, 없는 것보다 낫다
」● 깃대를 꽂아두면 들어가지 않아도, 공이 홀에서 더 가까이 멈춰 다음 퍼트에 유리하다
● 부드러운 깃대는 홀인 확률이 더 높지만 단단한 깃대도 뽑는 것보다 유리하다
● 깃대가 골퍼 쪽으로 기울었다면 확률이 크게 높아지지 않지만, 없는 것보다 낫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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