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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설기현의 눈]손흥민에게 박지성 보인다…팀을 확 끌어올리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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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손흥민이 16일 중국전에서 킥을 차기 전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논평위원]오랜 시간 박지성과 대표팀에서 함께 뛰었다. 지성이 같은 수준의 선수가 팀에 가세하면 동료들은 왠지 모르게 편해지고 자신감이 생긴다. 특히 중요한 경기에서 나도 모르게 긴장을 풀어준다. 그런 선수에게는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 중국전을 보니 손흥민이 그런 기능을 하는 것 같다. 지난 1~2차전에서는 한국 선수들의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패스 미스도 자주 나오고 한국답지 않은 플레이가 보였다. 중국전은 달랐다. 확실히 전체적으로 스스로와 동료들을 믿고 뛴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부는 아니지만 손흥민의 가세가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경기력과 별개로 토트넘이라는 빅클럽에서 뛰는 동료가 있으면 선수들은 편하게 뛸 수 있다. 손흥민의 존재감, 무게감이 확실히 커지는 것 같다.

손흥민 출전에 대해 말이 많은데 충분히 소통을 했을 것이라고 본다. 외국인 감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대화를 많이 한다는 점이다. 수많은 외국 감독을 경험했는데 대부분이 그랬다. 선수의 의지와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손흥민도 충분히 소화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밝혔을 가능성이 크다. 1위를 하면 5일을 쉴 수 있기 때문에 중국전을 뛰고 푹 휴식을 취하는 게 나은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중국전은 늘 쉽지 않다. 이겨야 한다는 압박도 있고, 상대가 워낙 거칠어 자칫 말려들기 쉽다. 지난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한국 선수들은 심리적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중국과의 수준 차이가 드러났다. 한국이 확실하게 압도했다. 90분 내내 안정감이 이어졌다. 페널티킥, 코너킥에서 골이 나왔다. 필드골은 없었지만 파울루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패스 축구 색깔은 잘 나왔다. 마무리가 아쉽지만 토너먼트 라운드부터 결정력만 조금 더 끌어올리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중국전에서는 황인범을 칭찬하고 싶다. 황인범은 딱 공격수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미드필더다. 공격수는 등 지고 받는 패스보다 앞으로 나가면서 받는 패스를 좋아한다. 그래야 슛도 할 수 있고, 다른 플레이를 이어갈 수 있다. 황인범은 골로 직접 연결될 수 있는 결정적인 패스를 할 줄 알고, 시도하는 선수다. 한국 공격진에는 황의조, 황희찬, 손흥민처럼 움직임 좋은 선수들이 있다. 황인범 같은 미드필더 한 명만 배치해도 축구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최근 한국 축구에서는 이러한 유형의 선수가 줄어들고 있다. 많이 뛰고 안정감을 추구하는 선수가 많은데 황인범은 다르다. 좋은 재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기회를 받을 것이라고 본다. 김문환도 A매치 선발 데뷔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잘했다. 이렇게 젊은 선수들이 잘한 게 고무적이다.

무실점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토너먼트에선 무조건 수비가 가장 중요하다. 실점을 쉽게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무실점은 좋은 팀이라는 증거가 된다. 아직 강한 팀을 만난 것은 아니지만 성과는 있다. 지금의 수비 조직을 유지하고 향상시키면 될 것 같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다양한 유형의 팀들을 상대한 것 같다. 좋은 경험이 됐다고 본다. 토너먼트에서는 상대에 맞춰 영리하게 경기를 운영해야 한다. 아무래도 한국은 우승후보이기 때문에 상대가 내려서서 수비하는 경우가 많다. 전력 차가 있어도 그런 팀을 만나면 골 넣기가 쉽지 않다. 한국이 부담이 더 큰 쪽이다. 상대는 승부차기까지만 가도 이득이기 때문이다. 조별리그를 통해 상대 전술에 따라 어떻게 경기를 운영해야 하는 지 배웠을 것이다. 경기력과 상관없이 좋은 공부가 됐을 텐데 토너먼트에서는 조별리그에서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더 나은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

설기현 전 국가대표팀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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