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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2 (수)

발에 볼이 착착… 스페인 관중 기립박수 받은 '슛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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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CF 17세 이강인, 국왕컵 선발 출전 87분간 활약

가벼운 몸놀림에 '볼 키핑' 완벽 "어린 나이에도 노련한 플레이"

조선일보

"오늘 놀라운 활약을 펼친 한국의 이강인〈사진〉 선수가 나옵니다. 관중이 기립박수를 보냅니다."

16일(한국 시각) 스페인 프로축구 발렌시아CF와 스포르팅 히혼의 코파 델 레이(국왕컵) 16강 2차전. 선발 출전해 87분간 그라운드를 누빈 이강인(발렌시아)이 교체돼 그라운드 밖으로 나오자 중계 카메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강인을 향해 박수를 보내는 발렌시아 홈 팬들을 차례로 비췄다. 현지 TV 해설자는 "어린 나이답지 않게 노련한 플레이가 돋보였다"고 칭찬했다.

이강인은 이날 4-4-2 포메이션의 왼쪽 미드필더로 나섰다. 그에겐 공격형 미드필더가 익숙한 자리이지만, 1군 팀에선 측면 미드필더를 주로 맡는다. 이강인의 몸놀림은 초반부터 가벼웠다. 패스가 오면 뛰어난 볼 터치 능력을 선보이며 물 흐르듯 다음 동작으로 이어갔다. 과감한 전진 패스로 기회를 여러 차례 만들었다.

후반 6분 이강인은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패스를 받은 뒤 날렵하게 몸을 돌려 왼발 슈팅을 날렸다. 공은 수비수 발을 맞고 나갔다. 후반 13분엔 페널티 지역 안을 파고들며 올린 크로스가 상대 수비수 손에 맞았지만, 주심이 핸드볼 파울을 선언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현지 언론 '엘데스마르케' 발렌시아 지역판은 "만 17세 소년이 경기를 편안하게 풀어냈다. 수준급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수시로 제치며 기회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강인의 활약은 탄탄한 기본기와 '퍼스트 터치' 능력 덕분이었다. 축구 통계업체 '옵타 스포츠'에 따르면 이강인은 이날 경기에서 '볼 키핑 실패'가 단 한 번도 없었다. 또 드리블 돌파를 세 번 시도해 모두 성공했다. 작년 이강인과 툴롱컵에 참가했던 정정용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은 "기본기가 좋고 압박을 벗어나는 능력이 뛰어나 다양한 포지션에서 활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렌시아는 산티 미나의 멀티골(후 20·31분)과 페란 토레스(후 45분)의 쐐기골을 앞세워 3대0으로 승리했다. 발렌시아는 1·2차전 합계 4대2로 국왕컵 8강에 진출했다. 경기 종료 후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스페인) 발렌시아 감독은 "팬들을 기쁘게 해주려는 어린 선수의 열정을 외면할 수 없다"며 "모든 선수가 경험을 쌓아 차근차근 발전하는 것처럼 우리도 이강인에게 계속 기회를 줄 것"이라고 했다.

[윤동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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