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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머리, NFL 가지 말고 우리랑 꼭 야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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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한국계 ‘멀티맨’ 카일러 머리 드래프트 막기 총력

1R 지명한 오클랜드 빈 부회장, 댈러스서 직접 만나 막판 설득

추가 계약금·로스터 보장 관측

경향신문

빌리 빈 부회장(왼쪽), 카일러 머리


야구와 풋볼 모두 뛰어난 ‘한국계 스포츠 천재’ 카일러 머리(22)가 미국프로풋볼(NFL)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 프로야구 고위 관계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머니볼’로 유명한 빌리 빈 오클랜드 운영부문 부회장은 물론 MLB 사무국까지 머리 설득에 뛰어들었다.

빌리 빈 부회장이 이끄는 오클랜드 구단 고위 임원단은 NFL 드래프트 참가 신청 기한을 하루 앞둔 14일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머리를 만났다고 USA투데이가 보도했다. 이 자리에는 MLB 사무국 마케팅 관계자들도 동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단 성적과 메이저리그 흥행을 위해 머리를 야구에 묶어두겠다는 것이다. 오클랜드는 지난해 6월 MLB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오클라호마대 외야수 머리를 지명하고 계약금 466만달러(약 52억3000만원)를 지급했다. 머리는 한국인 외할머니를 둔 ‘쿼터 코리안’으로, 대학에서 풋볼 쿼터백으로도 뛰고 있었다. 오클랜드는 머리가 학교로 돌아가 풋볼 시즌을 마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문제는 머리가 너무 잘했다는 것이다. 그는 오클라호마대를 정규시즌 12승1패, 대학리그 4강으로 이끌며 NFL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12월 전미 대학풋볼 최고 선수가 받는 ‘하이즈먼 트로피’를 수상했고 급기야 NFL 드래프트 참가 의사를 내비쳤다. 머리가 오는 4월 NFL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지명을 받으면 오클랜드의 2배 정도인 900만달러 이상의 계약금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오클랜드는 이날 댈러스 미팅에서 머리에게 마이너리그가 아닌 메이저리그 계약과 이에 따른 계약금 추가 지급 및 40인 로스터 보장 방안을 제시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댈러스 지역방송 WFAA 마이크 레슬리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오클랜드가 계약금 1500만달러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MLB 사무국이 오클랜드가 제출한 머리와의 메이저리그 계약서를 심사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현재 MLB 규약은 신인의 메이저리그 계약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MLB 사무국은 오클랜드의 메이저리그 계약서가 신인을 유인할 목적으로 사전에 작성된 게 아니라면 정당하다는 ‘유권해석’을 마련해놓고 계약서 승인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의 제프 파산 기자는 “MLB 사무국이 규약을 무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오클랜드는 일단 다음달 중순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머리가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머리가 NFL 드래프트를 포기하지 않고, 지명까지 받는다면 오클랜드가 언제까지 그를 붙잡아둘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 NFL은 쿼터백이 팀의 전술을 모두 숙지하고 다른 선수들을 진두지휘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 머리에게 야구 겸업을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CBS스포츠가 전했다. 머리가 NFL에 남는다면, 오클랜드로부터 받은 계약금 466만달러는 반납해야 한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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