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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텐진 취안젠 모기업 공중분해 위기...최강희 감독 거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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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K리그를 평정하고 중국 수퍼리그에 도전장을 낸 최강희 텐진 취안젠 감독이 '모기업 해체'라는 돌발변수를 만났다. 파격적인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지만, 이를 보장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태다. 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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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60) 전 전북 현대 감독의 중국 수퍼리그 도전 무대로 주목 받았던 텐진 취안젠이 모기업 도산 위기와 함께 팀 해체설에 휘말렸다.

중국 매체 시나닷컴은 “취안젠 그룹의 창업자 슈유후이 회장을 비롯한 회사 관계자 18명이 중국 당국에 체포돼 형사 구금됐다”면서 “취안젠 그룹의 존폐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취안젠 그룹 고위 관계자들이 줄줄이 체포된 이유는 이 회사에서 판매한 건강보조식품을 복용한 중국의 여자 어린이가 사망에 이른 사건 때문이다. 소아암으로 투병 중이던 저우양(당시 4살)의 아버지 저우얼리 씨가 지난 2013년 취안젠 그룹이 ‘항암 효과가 탁월하다’며 판매한 약초 추출물을 딸에게 먹였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3개월 뒤 암이 전이된 사실을 발견한 저우씨 가족은 딸의 항암치료를 재개했고, 결국 2015년 12월 저우양이 사망했다.

이 과정에서 취안젠 그룹이 가족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저우양을 광고 모델로 활용해 ‘우리가 판매한 약을 먹고 완치됐다’며 허위 광고를 했던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증폭됐다. 해당 사연이 중국 전역에 알려지면서 취안젠 그룹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민원이 중국 공안에 쇄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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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감독의 뒤를 이어 전북 지휘봉을 잡은 조제 모라이스 신임 감독.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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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이 악화되고 취안젠 그룹의 제품들이 주요 온라인 쇼핑몰에서 줄줄이 퇴출당하는 등 상황이 불리해지자 슈유후이 회장이 지난해 말 해외로 도피했지만, 결국 중국 당국에 체포되며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관련해 연간 100억 위안(1조6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던 취안젠 그룹이 존폐 위기에 내몰렸다. 중국 전역 600여 개에 달하는 취안젠 그룹 소속 병원과 7000여개에 달하는 가맹점의 매출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모기업이 무너질 위기에 처하면서 최 감독이 이끄는 축구팀 텐진 취안젠도 자금 집행에 제동이 걸렸다. 당초 연간 10억 위안(1600억원) 이상의 운영비를 투입해 중국 수퍼리그의 강자로 발돋움한다는 구상이었지만, 현재로선 백지화된 것과 마찬가지다.

최강희 감독이 계약한 연봉을 제대로 지급 받을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최 감독은 올 겨울 텐진 구단과 연간 700만 달러(80억원)를 받는 조건으로 3년 계약을 맺었다. 총액 기준 240억원에 달하며, 세금을 공제한 순수익도 연간 500만 달러(56억원), 3년 총액 170억원에 이르는 거액이다. 승리수당을 비롯해 각종 인센티브는 별도로 지급 받는 조건이다.

텐진 취안젠의 경우 모기업과 별도의 법인으로 설립됐지만, 운영 자금의 대부분을 모기업에 의존하는 만큼 계약 내용을 보장 받기 힘든 상황이다. 최 감독의 전소속팀인 전북 현대가 이미 포르투갈 출신의 조제 모라이스 감독을 선임해 돌아갈 곳도 사라졌다. 최 감독과 함께 중국으로 건너간 코칭스태프의 처지도 비슷하다. 박건하, 최성용, 최은성 등 한국인 지도자들의 계약이 공중에 뜰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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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전북에 완패한 뒤 허탈해하는 텐진 취안젠 선수들(하얀색 저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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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진 취안젠은 일단 모기업과 선을 긋고 신속히 시민구단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텐진 시민 FC’라는 이름으로 새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팀을 인수할 새로운 기업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중장기적으로 팀 해체 등 극단적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때까지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고 허리띠를 졸라매야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중국 축구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수퍼리그는 시진핑 국가 주석이 직접 챙길 정도로 주목 받는 스포츠 컨텐츠인 만큼, 1부리그 구단이 갑작스럽게 해체하는 등의 극단적인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중국축구협회든 체육총국(체육부)이든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면서도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 지 가늠하기 어려운 게 문제다. 기존 계약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지도자와 선수가 이탈한다면 팀이 빠르게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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