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8 (일)

최강희 그림자 속으로…모라이스, 지우기 대신 업그레이드 택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전주=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독이 든 성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북현대는 국내 감독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끌고 싶어 하는 팀이다.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다수 보유한 최고의 팀이라 자신이 원하는 축구를 마음껏 시도할 수 있다. 그만큼 책임이 따른다. 가장 많은 돈을 쓰는 팀, 최고의 시설을 갖춘 팀이라 반드시 결과를 내야 한다. 전임 사령탑이 주는 무게감도 크다. 최강희 전 감독은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14년이나 자리를 지켰다. 늘 성과를 냈고, 팬의 큰 사랑을 받았다. 존재감은 웬만한 선수 이상이었다.

조제 모라이스 신임감독은 최 감독 그림자 속으로 들어왔다. 모라이스 감독이 아닌 누가 와도 거부할 수 없는 흔적이다. 일반적으로 새로 부임하는 감독은 전임 지도자의 색깔을 지우고 자신의 스타일을 입히는데 집중한다. 기존의 문화를 버리거나 바꾸려는 경향이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이다. 때로는 이러한 변화가 팀을 위기로 몰고간다. 급격한 변화에 거부감을 느끼는 구단이나 선수들과 갈등이 생길 우려가 있다. 최 감독 스타일에 익숙한 전북 구성원들도 이 점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우려와 달리 모라이스 감독은 최 감독의 존재를 ‘쿨하게’ 인정했다. 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 참석한 그는 “전북이 지난해 치른 50경기 이상을 풀타임으로 봤다. 전북의 색깔을 확인했다. 승패를 떠나 공격적인 축구를 한 경향이 있다. 점수를 많이 주고 싶다”라며 최 감독이 선도한 ‘닥공’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 “그 색을 잃고 싶지 않다. 공격적인 장점을 더 살리고 단점은 최대한 줄이겠다. 실점을 아예 안 할 수 없지만 더 적은 실점을 하고 싶다”라며 전북의 기존 색깔을 유지하면서 더 발전시키겠다고 공언했다. 모라이스 감독은 최 감독 시절 부족했던 부분도 솔직하게 평가했다. 모라이스 감독은 “팀으로 만들어가는 플레이가 더 추가돼야 한다. 개인적인 능력으로 돌파를 하는 플레이는 좋은데 중앙을 거치는 팀 전술이 나오면 더 멋진 축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최 감독은 미드필드 플레이를 생략하는 선 굵은 축구를 자주 구사했다. 좌우 크로스, 롱볼을 통해 밀집 수비를 뚫는 전술이 주를 이뤘다. 모리아스 감독은 전북의 스타일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찾은 모습이었다.

모라이스 감독은 최 감독의 그림자를 거부하기보다는 자신도 전임 사령탑처럼 충분한 시간을 갖고 팀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냈다. 모라이스 감독은 “최강희 감독도 엄청난 시간 동안 팀을 만들었다. 혼자 한 것이 아니라 구단의 노력과 스폰서의 노력이 뒷받침됐다. 이 자리가 ‘독이 든 성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결과를 만든 좋은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겠다. 나도 지금보다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 많은 것을 쏟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부임 첫 시즌 목표는 ‘트레블(3개 대회 우승)’이다. 모라이스 감독은 “K리그, FA컵,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모두 우승하고 싶다. 전북에서 아직 이루지 못한 역사를 이루고 싶다”는 말했다. 전북은 매 시즌 우승하면서도 아직까지 더블(2개 대회 우승)을 이루지 못했다. 최 감독도 하지 못한 임무에 모라이스 감독이 도전한다.

한편 전북은 선수 시절 포르투갈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유벤투스, 벤피카 등 명문 팀에서 뛴 디마스 마르케스 코치를 선임했다. 김상식 코치가 잔류한 가운데 유스팀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안재석 코치가 합류했다.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로 활동한 이광석 골키퍼 코치도 함께한다. 최 감독을 따라 중국으로 간 지우반 피지컬 코치의 공백은 주앙 페드로 코치가 채운다. 안양, 부산에서 뛴 김상록 코치는 스카우트를 담당한다. 전북은 3일 소집해 첫 훈련을 시작하고 8일 일본 가고시마로 떠나 다음달 2일까지 해외현지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weo@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