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임 첫 해 ‘꼴찌’ 한화를 3위에
한때 운동 접고 트럭기사 보조도
연습생으로 출발, 17년 선수생활
경기 내내 선 자세로 긴장감 유지
“한화 팬들 한을 흥으로 바꾸겠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용장(勇將) 같은 덕장(德將) 한용덕 감독은 배팅볼 투수(연습생)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감독이 된 지금도 낮은 자세로 선수들과 소통한다. 한 감독은 ’나보다 잘난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항상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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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덕 감독은 배팅볼 투수로 빙그레 이글스에 들어와 어렵게 정식 선수가 됐다. 그의 고생담은 30년 동안 이어진 스토리다. 그러나 감독으로서 출발은 달랐다. 지난 4일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감독상을 받은 한 감독을 만났다.
Q : 이런 성과를 기대했나.
A : “선수 시절 난 아무리 잘해야 2등이었다. 항상 선동열(55) 감독님이 계셨으니까. (1991년 한용덕은 다승 3위(17승), 승률 2위(0.739), 평균자책점 3위(2.23)의 최고 성적을 남겼다. 그해 선동열은 19승, 승률 0.826, 평균자책점 1.55로 모두 1위였다.) 그런데 감독 첫 시즌에 상을 받다니…. 그러나 우리 팀이 상위권 전력을 만들었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Q : 후반기에 힘이 떨어져 보였다.
A : “선수들의 부진·부상을 계산했지만, 예상보다 힘들었다. 8월 말부터 2주간의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휴식기가 없었다면 순위가 처졌을 것이다. 선발진이 약해서 불펜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선수들도, 나도 기진맥진했다.”
Q : 경기 내내 서 있어서 더 힘들 것 같다.
A : “매일 3시간 넘게 서 있는 게 쉽지 않다. 그러나 그건 스스로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함이다. 선수들은 (체력 안배를 위해) 벤치에 앉아있지만 내가 서 있으니 긴장을 풀지 못할 것이다. 이기적인 선수들은 오합지졸이다. ‘나’ 또는 ‘너’라는 말을 쓰지 않고 ‘우리’라는 말을 자주 한다.”
Q : 요즘엔 선수들과 소통하는 게 감독의 중요한 능력이다.
A : “감독 눈높이로 보면 만족스러운 선수가 없다. 그래도 선수 편에서 생각하려 한다. 대선배인 김인식(71) 감독님과 후배인 김태형(51) 두산 감독을 코치로서 모시면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나보다 잘난 사람은 많다’고 항상 생각한다.”
한용덕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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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선수들이 감독 ‘스토리’를 궁금해하겠다.
A : “내가 배팅볼을 수백 개씩 던지면서 제구하는 방법을 깨달은 얘기를 (구위는 좋지만 제구가 약점인) 투수 이충호에게 해줬다. 하주석이 성적 부진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자신감을 회복하도록 영화나 책을 추천한 적도 있다. 내가 선수였을 땐 러닝훈련을 참 많이 했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도 늘 웃는 표정이었다고 선배들이 말하더라. 야구를 하는 게 그렇게 행복한 일이라고 선수들에게 얘기한다.”
Q : 가끔 용장 같은 느낌도 든다.
A : “내 안에도 그것(용맹성)이 있다. 감독이 강한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 지난겨울 수염을 길렀는데 제법 잘 어울리고 강인해 보인다고들 해서 계속 기르고 있다.”
‘사람 좋으면 꼴찌(Nice guys finish last)’라는 야구 격언을 한용덕 감독도 잘 안다. 평소에는 한없이 부드러운 것 같다가 강한 드라이브를 걸 때는 건다. 한 감독은 지난 10월 베테랑 송광민을 2군으로 보내며 “팀워크를 해친 것에 따른 징계”라고 밝혔다. 내부적인 문제가 있다고 해도 감독은 이를 미디어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해결하는 게 관례다. 게다가 송광민은 올해 자유계약선수(FA)가 되기 때문에 징계는 선수의 시장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 결국 송광민이 달라진 태도를 보였고 한 감독은 포스트시즌에 그를 다시 기용하며 화해했다.
Q : 한화가 얼마나 달라진 것 같나.
A : “올해 역전승(44승·2위) 많았던 건 1군 엔트리에서 투수 13명(보통은 12명)을 쓴 덕분이다. 선발진이 약해 불펜을 총동원한 건데, 추가 실점을 막아 경기 후반 역전을 노렸다. 송은범·이태양을 선발이 아닌 계투로 쓰면서 상대를 압박할 수 있었다. 반면 야수 엔트리가 1명 줄어 (타격 부문을 책임지는) 장종훈 수석코치가 힘들었다. 장 수석에게 미안했다.”
Q : 덕분에 한화 팬들의 함성과 응원가가 힘차게 울려 퍼졌다.
A : “두산 코치 시절, 한화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보며 느낀 게 많았다. 하위권 팀을 응원하는 팬들의 한(恨)이 느껴졌다고 할까. 그걸 흥으로 바꿔드리고 싶었다. 팬들을 보면 내가,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인식하게 된다.”
Q : 내년 한화는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A : “FA, 특히 양의지 영입이 절실했지만 내가 포기했다. 더 잘하려는 우리 포수들의 간절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 캠프와 달리 올해는 젊은 투수들의 투구 수(하루 150~170개)가 늘었다. 선수들이 경쟁하며 성장하고 있다. 타선의 노쇠화가 가장 걱정인데 당장 바꾸긴 쉽지 않다. 노장을 아껴 쓰고, 2군에 있는 젊은 선수를 더 많이 기용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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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덕은 …
출생: 1965년 6월 2일 대전
출신교: 충남중-천안북일고-동아대(중퇴)
선수 경력: 1988~2004년 빙그레 이글스(현 한화)
통산 성적: 120승 118패 24세이브, 평균자책점 3.54
지도자 경력: 2005년 한화 스카우트
2006~12년 한화 투수코치
2012년 한화 수석코치, 감독대행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국가대표팀 투수코치,
2013년 LA 다저스 코치 연수
2014년 한화 단장 특별보좌역
2015~17년 두산 수석·투수코치
2018년 한화 감독
」출신교: 충남중-천안북일고-동아대(중퇴)
선수 경력: 1988~2004년 빙그레 이글스(현 한화)
통산 성적: 120승 118패 24세이브, 평균자책점 3.54
지도자 경력: 2005년 한화 스카우트
2006~12년 한화 투수코치
2012년 한화 수석코치, 감독대행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국가대표팀 투수코치,
2013년 LA 다저스 코치 연수
2014년 한화 단장 특별보좌역
2015~17년 두산 수석·투수코치
2018년 한화 감독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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