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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한용덕, 용장과 덕장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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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임 첫 해 ‘꼴찌’ 한화를 3위에

한때 운동 접고 트럭기사 보조도

연습생으로 출발, 17년 선수생활

경기 내내 선 자세로 긴장감 유지

“한화 팬들 한을 흥으로 바꾸겠다”

중앙일보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용장(勇將) 같은 덕장(德將) 한용덕 감독은 배팅볼 투수(연습생)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감독이 된 지금도 낮은 자세로 선수들과 소통한다. 한 감독은 ’나보다 잘난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항상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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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덕(韓容悳·53). 그 이름 안에 그의 정체성이 다 담겨 있는 것 같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용장(勇將) 같은 덕장(德將), 한용덕 감독은 2018년 가장 짜릿한 시간을 보낸 프로야구 사령탑이다. 지난 10년 동안 5번이나 꼴찌를 했던 한화를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올려놨다. 최종 순위는 3위였지만 한 감독과 팬들이 느낀 행복감은 우승팀 못지않았다.

한용덕 감독은 배팅볼 투수로 빙그레 이글스에 들어와 어렵게 정식 선수가 됐다. 그의 고생담은 30년 동안 이어진 스토리다. 그러나 감독으로서 출발은 달랐다. 지난 4일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감독상을 받은 한 감독을 만났다.



Q : 이런 성과를 기대했나.



A : “선수 시절 난 아무리 잘해야 2등이었다. 항상 선동열(55) 감독님이 계셨으니까. (1991년 한용덕은 다승 3위(17승), 승률 2위(0.739), 평균자책점 3위(2.23)의 최고 성적을 남겼다. 그해 선동열은 19승, 승률 0.826, 평균자책점 1.55로 모두 1위였다.) 그런데 감독 첫 시즌에 상을 받다니…. 그러나 우리 팀이 상위권 전력을 만들었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Q : 후반기에 힘이 떨어져 보였다.



A : “선수들의 부진·부상을 계산했지만, 예상보다 힘들었다. 8월 말부터 2주간의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휴식기가 없었다면 순위가 처졌을 것이다. 선발진이 약해서 불펜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선수들도, 나도 기진맥진했다.”




Q : 경기 내내 서 있어서 더 힘들 것 같다.



A : “매일 3시간 넘게 서 있는 게 쉽지 않다. 그러나 그건 스스로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함이다. 선수들은 (체력 안배를 위해) 벤치에 앉아있지만 내가 서 있으니 긴장을 풀지 못할 것이다. 이기적인 선수들은 오합지졸이다. ‘나’ 또는 ‘너’라는 말을 쓰지 않고 ‘우리’라는 말을 자주 한다.”




Q : 요즘엔 선수들과 소통하는 게 감독의 중요한 능력이다.



A : “감독 눈높이로 보면 만족스러운 선수가 없다. 그래도 선수 편에서 생각하려 한다. 대선배인 김인식(71) 감독님과 후배인 김태형(51) 두산 감독을 코치로서 모시면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나보다 잘난 사람은 많다’고 항상 생각한다.”


중앙일보

한용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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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감독은 대학(동아대) 시절 무릎 부상으로 야구를 포기했다. 트럭운전 보조 등으로 생계를 꾸리다가 대학을 포기하고 야구에 재도전했다. 1987년 9월 육성 선수(연습생)로 입단, 배팅볼 투수(타격 훈련을 돕는 투수)를 하다 1년 후 정식 선수가 됐고, 17년을 뛰었다.



Q : 선수들이 감독 ‘스토리’를 궁금해하겠다.



A : “내가 배팅볼을 수백 개씩 던지면서 제구하는 방법을 깨달은 얘기를 (구위는 좋지만 제구가 약점인) 투수 이충호에게 해줬다. 하주석이 성적 부진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자신감을 회복하도록 영화나 책을 추천한 적도 있다. 내가 선수였을 땐 러닝훈련을 참 많이 했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도 늘 웃는 표정이었다고 선배들이 말하더라. 야구를 하는 게 그렇게 행복한 일이라고 선수들에게 얘기한다.”




Q : 가끔 용장 같은 느낌도 든다.



A : “내 안에도 그것(용맹성)이 있다. 감독이 강한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 지난겨울 수염을 길렀는데 제법 잘 어울리고 강인해 보인다고들 해서 계속 기르고 있다.”


‘사람 좋으면 꼴찌(Nice guys finish last)’라는 야구 격언을 한용덕 감독도 잘 안다. 평소에는 한없이 부드러운 것 같다가 강한 드라이브를 걸 때는 건다. 한 감독은 지난 10월 베테랑 송광민을 2군으로 보내며 “팀워크를 해친 것에 따른 징계”라고 밝혔다. 내부적인 문제가 있다고 해도 감독은 이를 미디어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해결하는 게 관례다. 게다가 송광민은 올해 자유계약선수(FA)가 되기 때문에 징계는 선수의 시장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 결국 송광민이 달라진 태도를 보였고 한 감독은 포스트시즌에 그를 다시 기용하며 화해했다.



Q : 한화가 얼마나 달라진 것 같나.



A : “올해 역전승(44승·2위) 많았던 건 1군 엔트리에서 투수 13명(보통은 12명)을 쓴 덕분이다. 선발진이 약해 불펜을 총동원한 건데, 추가 실점을 막아 경기 후반 역전을 노렸다. 송은범·이태양을 선발이 아닌 계투로 쓰면서 상대를 압박할 수 있었다. 반면 야수 엔트리가 1명 줄어 (타격 부문을 책임지는) 장종훈 수석코치가 힘들었다. 장 수석에게 미안했다.”




Q : 덕분에 한화 팬들의 함성과 응원가가 힘차게 울려 퍼졌다.



A : “두산 코치 시절, 한화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보며 느낀 게 많았다. 하위권 팀을 응원하는 팬들의 한(恨)이 느껴졌다고 할까. 그걸 흥으로 바꿔드리고 싶었다. 팬들을 보면 내가,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인식하게 된다.”




Q : 내년 한화는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A : “FA, 특히 양의지 영입이 절실했지만 내가 포기했다. 더 잘하려는 우리 포수들의 간절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 캠프와 달리 올해는 젊은 투수들의 투구 수(하루 150~170개)가 늘었다. 선수들이 경쟁하며 성장하고 있다. 타선의 노쇠화가 가장 걱정인데 당장 바꾸긴 쉽지 않다. 노장을 아껴 쓰고, 2군에 있는 젊은 선수를 더 많이 기용할 생각이다.”


한용덕은 …
출생: 1965년 6월 2일 대전

출신교: 충남중-천안북일고-동아대(중퇴)

선수 경력: 1988~2004년 빙그레 이글스(현 한화)

통산 성적: 120승 118패 24세이브, 평균자책점 3.54

지도자 경력: 2005년 한화 스카우트

2006~12년 한화 투수코치

2012년 한화 수석코치, 감독대행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국가대표팀 투수코치,

2013년 LA 다저스 코치 연수

2014년 한화 단장 특별보좌역

2015~17년 두산 수석·투수코치

2018년 한화 감독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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