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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캠프 리포트] 밤잠 잊은 SK 조성훈, 진짜 투수 첫 걸음 '간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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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OSEN=가고시마, 김태우 기자] 김경태 SK 퓨처스팀(2군) 투수코치에게 어느 날 하나의 영상 제보(?)가 들어왔다. 깜깜한 밤에 어떤 한 투수가 호텔 주위를 거닐며 계속해서 발을 올렸다, 내렸다 한다는 것이다.

김 코치는 이 선수의 행동이 의미하는 바를 대번에 알아차렸다. 폼 수정에 임하고 있는 이 투수는 정규 훈련 시간이 모자라 남들이 잠자리에 들 시간까지 어색함과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 SK의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은 조성훈(19)이 그 주인공이었다.

조성훈은 지난해 SK 퓨처스팀에서 가장 성장한 투수 중 하나로 손꼽힌다. 입단 당시까지만 해도 140㎞대 중반이었던 최고 구속이 최고 150㎞을 웃도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프로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면 파이어볼러로 성장할 수 있다”던 SK의 기대감 그대로였다. 시즌 막판 1군 데뷔전도 가졌다. 예상보다 더 빠른 성장세였다.

그러나 1군 데뷔가 ‘완성형 투수’의 출현을 알리는 것은 아니었다. 약점도 적지 않았다. 까다로운 폼에서 나오는 구위는 좋았지만, 제구가 뒷받침해주지 않았다. 실제 조성훈은 퓨처스리그 27⅓이닝에서 사사구가 무려 33개에 이르렀다. 기가 막힌 공을 던지다가도 갑자기 배터박스를 향해 공을 던지기도 했다. 밸런스가 일정하지 않아 생긴 문제였다. 가고시마 마무리캠프는 이 문제와의 싸움이다.

김경태 코치는 키킹 동작에서 발을 내딛는 과정을 간결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김 코치는 “동작을 간결하게 하다보면 구속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조성훈은 워낙 빠른 손 스피드를 가지고 있어 폼을 바꿔도 충분히 구속을 유지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딱딱하고 분절된 느낌이 있었던 동작을 간결하고 부드럽게 만들면 자연히 제구도 안정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조성훈은 “처음에는 조금 힘들었다”고 했다. 기껏 끌어올린 구속에 대한 욕심도 있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비웠고, 지금은 폼 교정에 매달리고 있다. 조성훈은 “내려놓고 시작을 했는데 잘 되는 것 같다. 동작이 크면 아무래도 제구가 왔다갔다 하기 마련이다. 내 폼을 만들기 위한 캠프라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제안을 받아들였던 것도 올 시즌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성훈은 10월 11일 잠실을 잊지 못한다. 당시는 조성훈의 1군 데뷔전이었다. 그러나 성적이 좋지 않았다. 조성훈은 “1군 마운드에 올라가니 평정심을 찾기가 많이 힘들었다. 만족스럽지 않은 등판이었다. 내 공을 하나도 못 던졌다고 생각한다”면서 “겨울에 준비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고 털어놨다.

어쩌면 SK가 시즌 막판 조성훈에게 1군 투구의 기회를 준 것도 이런 깨달음을 유도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2018년 지명 선수로는 유일하게 마무리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구단의 기대치가 여전히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성훈은 “교정한 폼에 적응하고, 또 휴식기 동안 잊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계속해서 훈련이 필요하다. 12월에는 고등학교에 가서 던질 생각이다. 피지컬적으로도 부족한 점이 많은 만큼 여기에도 신경을 쓸 것”이라고 다부진 투지를 드러냈다. 조성훈이 진짜 투수를 향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 /skullboy@osen.co.kr

[사진] 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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