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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제23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거대한 城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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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1회전 제4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박영훈 九단 / 黑 셰얼하오 九단

〈제6보〉(76~92)=최규병 9단은 바둑 서적만 수천 권에 이르는 장서가(藏書家)로 유명하다. 그는 애제자 박영훈이 어렸을 때 기보집을 골라 공부시켰다. 1주일 안에 놓아보라고 10여 권을 건넸는데 5일 안에 독파했다. 그다음 주엔 더 많은 숙제를 부과했지만 역시 앞당겨 끝내곤 했다. 어린 시절 박영훈의 집중력과 바둑에 대한 애착을 말해주는 일화다. 박영훈은 스승의 장서를 알뜰히 흡수한 뒤 입단에 성공했다.

상중앙 전투가 소강상태에 들어가자 박영훈은 76으로 좌하귀 정리를 서둔다. 이때 77의 호구로 받은 수가 국후 완착으로 규정됐다. 참고 1도 1로 마늘모해 9까지 정비할 곳이었다는 것. 실전은 78로 따내 백 전체가 완생한 반면 흑은 한 수를 더 놓아야 귀가 산다. 이 차이는 컸다.

79는 실리 균형을 맞추기 위한 수. 흑 81에 82로 역행한 점이 강수였다. 당연해 보이는 83이 또 한 번 문제수. 참고 2도처럼 아래쪽에서 젖혀야 했다. 이 그림은 상하의 백이 완전 분리돼 있는 데다 A가 언제건 흑의 선수여서 백의 부담이 크다. 87로 '가'는 백 '나'로 끊긴다. 92까지 흑진 안에 백의 거대한 성채가 들어선 모양새다.

조선일보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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