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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마법의 주문은 계속된다 … 박상영 "다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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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D-1

19일 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 출전

올림픽 후 부진, 국가대표도 탈락

국제대회 자비 출전, 슬럼프 극복

중앙일보

2016 리우 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 박상영은 지난해 슬럼프로 대표팀에도 뽑히지 못했다. 심기일전한 그는 아시안게임에서 부활을 노린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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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할 수 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당시 스무 한살 청년이 주문처럼 읊조린 이 한 마디는 팍팍한 삶에 지친 국민에게 큰 힘을 줬다. ‘할 수 있다’의 주인공인 남자 펜싱 에페 국가대표 박상영(23·울산광역시청)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다시 한번 감동 스토리를 준비하고 있다.

박상영은 19일 열리는 남자 에페 개인전 출전을 앞두고 자카르타에서 적응 훈련에 한창이다. 아시안게임 펜싱은 19일부터 25일까지 열린다. 남자 에페와 여자 사브르 개인전부터 시작한다. 그는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진주 촌놈’이 그렇게 큰 시합에 나갈 수 있을 거라고 감히 상상도 못 했다. 부담보단 설레는 마음이 더 컸다. 맘 편히 경기를 치렀는데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아시안게임 개인전에 출전하는 건 처음이다. 리우 올림픽 때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영은 2016년 리우 올림픽 에페 결승전에서 헝가리의 백전노장 게저 임레(44)에게 10-14로 뒤지다 내리 5점을 따내며 극적인 역전 우승을 거뒀다. 1000분의 40초까지 판독해 동시 득점을 인정하는 에페 종목의 특성상 경기 막판 5점을 뒤집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박상영은 벼랑 끝에서 “할 수 있다”를 외쳤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놓았다. 하지만 박상영은 “우연히 극적으로 역전할 수 있었는데 드라마 같은 이 장면에 사람들이 감명을 받은 것 같다”면서 “다른 사람이 그 상황에 섰더라도 나처럼 행동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리우 올림픽 이후 박상영은 ‘희망의 아이콘’이 됐다. 광고 모델로 주가를 높였고, 각종 행사에 초청받았다. 강연의 연사로 섰고, 자서전도 출간했다. 하지만 펜싱이 아닌 외부 스케줄이 이어지면서 그의 성적도 떨어졌다. 급기야 지난해 8명을 뽑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박상영은 “지나치게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을 썼다. 성적에 대한 조급함이 생기자 오히려 실력을 발휘하기 어려웠고, 지독한 슬럼프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박상영은 태극마크를 반납한 뒤 자비 2000만원을 들여 국제 대회에 참가했다. 대표 선수들과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같은 숙소를 썼지만, 그는 국가대표가 아니었다. 박상영은 “부모님께서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지 않으냐’며 자비로 대회에 출전해보라고 권했다. 그제야 부담감에서 벗어나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세 차례 국제 대회에 개인 자격으로 출전한 그는 두 차례 우승하면서 서서히 슬럼프를 극복했다. 그는 “내가 지든 이기든 사람들은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조급해질수록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박상영은 지난해 15위까지 떨어졌던 세계랭킹을 올해 3위까지 끌어올렸다. 2015년 무릎 십자인대 수술을 받고 재활 훈련을 하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배웠는데 슬럼프에 빠진 뒤에도 이미지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박상영은 “늦은 밤, 아무도 없는 나만의 공간을 만든다. 자기중심 호흡법을 하면서 내가 잘하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린다”며 “올림픽 땐 강한 멘털의 덕을 봤다. 하지만 올림픽 이후 멘털이 흔들리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펜싱에서 승리를 결정짓는 건 결국 멘털인 것 같다”고 말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에페는 개인전과 단체전을 휩쓸었다. 에페팀 맏형 정진선(34·세계랭킹 5위)이 2관왕에 올랐다.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단체전에만 출전했던 박상영은 이번에 정진선과 함께 개인전과 단체전에 모두 나선다. 남자 에페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노린다. 박상영은 “선배들이 그동안 워낙 많은 메달을 따낸 베테랑들이라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한 편이다. 슬럼프를 극복하는 건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 거쳐야 할 단계라고 생각한다”며 “리우 올림픽에선 ‘할 수 있다’를 되뇌었다면 이번엔 ‘함께 웃자’를 외칠 수 있으면 좋겠다. 온 국민이 웃을 수 있는 경기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자카르타=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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